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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11. 17:14 NZ코리아포스트 (202.♡.85.222)
정석현의 편한 골프
역시 골프는 마지막 18번홀에서 장갑을 벗어봐야 결과를 알수 있는 경기인 것 같다. 지난주 막을 내린 US PGA챔피언쉽에서 또 한번의 드라마틱한 피니쉬가 나왔다. 마지막 4홀을 남겨두고 모든 사람들은 호프만의 우승을 확신 하였다. 호프만 선수를 2타차로 추격하던 키건 선수가 15번 숏홀에서 어프러치한 공이 그만 물에 빠지면서 트리플을 기록, 2타차가 그만 5타 차이로 벌어졌던 것이다.
이 때 호프만 선수는 15번 티박스에서 키건이 트리플 보기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아마 호프만 선수의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한참을 기다린 호프만 선수의 15번 숏홀에서의 티샷 차례… 그런데 선택한 클럽은 하이브리드 클럽. 이 전 키건 선수가 4번 아이언을 선택한 것에 비해 조금 긴 클럽을 선택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말인가!! 한 클럽 더잡고 부드럽게 칠려고 한것이 그만 오른쪽으로 밀려 물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 때부터 경기내 포커패이스를 유지해 온 호프만 선수의 얼굴에 조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15번 홀을 보기로 마무리 하면서 5타는 4타로 차이로 줄어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16번 파4, 17번 파3 그리고 가장 어려운 18번 파4. 이 세홀에 호프만 선수의 골프 인생이 달렸던 것이다.
이 때부터 모든 시선은 어떻게 호프만 선수가 정신적으로 이 세홀을 버티느냐가 관점이었다. 호프만 선수에게는 자신이 지금까지 참가한 그 어떤 시합보다 지금의 이 순간이 자신의 골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아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때부터는 자신의 골프 실력 보다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할 때다. 하지만 이런 호프만 선수에게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16번홀에서 3퍼팅에 이어 17번홀에서도 3퍼팅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앞 조에서 플레이 하고 있던 키건 선수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보기, 보기를 했던 호프만 선수에 비해 키건 선수는 16, 17번 홀에서 버디, 버디를 기록하면서 호프만 선수와 동타로 선두에 올랐던 것이다. 너무나 말도 안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 두 선수 모두 18번 홀에서 파를 기록하면서 경기는 연장전에 접어 들었다.
4타를 추격해 여기까지 온 키건 선수 그리고 두 홀 연속 3퍼팅으로 다 이긴 경기를 연장으로 만든 호프만 선수, 공격적인 플레이가 지킬려는 플레이를 이긴 상황이었다. 과연 누가 더 심적으로 편할까!! 아마도 4타를 추격해 온 키건 선수가 호프만 선수 보다 조금은 더 심적으로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가 우승을 하든간에 메이저 역사에 길이 남을 우승자와 패배자가 될 것이다. 다 이긴 경기를 3퍼팅 두 번으로 날린 선수가 되느냐 아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긴 워리어가 되느냐는 이제 세 홀에 모든 것이 결정지어 질 것이다. PGA챔피언쉽은 다른 시합과 달리 연장전을 3홀을 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바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16, 17, 18번 세 홀을 쳐 스코어가 낮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워리어의 승리!! 15번홀에서 트리플을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디, 버디를 기록하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와 우승으로 이끈 키건 배들리 선수.
역시 골프는 마지막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작고 둥근 공이 만든 엄청난 감동과 재미.. 오늘 한 번 자신만의 이야기로 영화 한 편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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