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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2011. 09:36 NZ코리아포스트 (202.♡.85.222)
새움터
여러분은 전등불도, 달빛도 없는 깜깜한 밤 시골 길을 걸어 보신적이 있으십니까? 얼마 전 일간지에 실린 한 일본인의 긍정의 시각을 빌려, 어려움 속에서 희망과 긍정을 배워봅니다. 일본 젊은이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후지와라 신야는 쓰나미와 지진 현장을 보고 절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곳엔 신도 도깨비도 없었다”라고. 그러던 그가 지금은 “대 지진이 일본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거대한 슬픔을 겪은 후, 일본인들 사이에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싹트고 있다면서. 엄청난 일본의 자연 재해는 그들에게 큰 슬픔과 아픔을 만들어 냈고, 그러한 슬픔이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공감한 사람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쓰나미가 오기 전 일본은 무연고사회로 흘러가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일본 특유의 강한 사회적 유대관계가 붕괴되었다는 내용을 국영 방송사가 특집방송을 할 만큼 혼자 살다 죽는 고독 사가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고도성장이 치열한 경쟁을 낳았고, 그러한 사회 현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끊어 놓았습니다. 무리한 경쟁 속에서 살인적 스트레스가 자살, 왕따, 가족 붕괴 그리고 ‘고독한 죽음 (고독 사)’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때 대지진이 발생했고, 유례 없는 재앙을 겪으면서 타인에 대한 슬픔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자연 재해로 인해 다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일본인들의 민간구제활동 참여, 기부행위, 그리고 결혼, 가족과 지인에 대한 관심 등의 변화는 거대한 재앙을 입은 인간 사회로부터 우리에게 시사하는 또 다른 메시지가 있습니다.
자연, 생활환경, 모든 것이 달라진 여기 뉴질랜드에서의 일상은 어느 것 하나 녹녹치 않아서 우리네 삶을 무척이나 힘겹게 합니다. 오랜 이민생활은 우리들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었고, 언제부터인가, 타인에 대한 적당한(?) 무관심이 새로운 문화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여러번의 만남에서 경험한 아픈 기억들 탓이기도 하겠지요. 그 중 어느 것보다 힘든 것이 마음의 상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처(통증)은 때로는 여러 가지 색깔들로 나타납니다. 스스로 자처한 외부와의 고립, 혹은 현실의 상황을 피하거나 잊기 위한 각가지 형태의 건강하지 못한 대처 방법들, 이어서 그것들로 인한 절망적인 생각과 자포자기 등….
그러나 심신이 건강해지는 출발점은 작은 성취에 스스로를 칭찬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하는, 그래서 앞으로 나아 갈 희망의 싸인을 스스로에게 보낼 수 있는 데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능력을 굳게 믿는 것. 사실 얼마나 많은 장점들이 내게 있는지 알 고 지내는 사람들은 의외로 흔치 않아 보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꽤나 유명하였던 사람이 그 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힘들게 살아가던 어느날 자기도 모르게 탄식처럼 외쳤답니다. “아, 잃어버린 내 인생을 어디서 찾나!” 그 말에 어린 딸이 아빠를 바라보면서 “아빠, 아빠 인생은 아침이잖아요.” 아침은 딸 아이의 이름. 아빠는 아침이의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세상이 환해짐을 느꼈고 그리고 예전의 자기가 아닌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작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을 되살리고, 긍정과 희망을 생각한다면 무거운 우리의 삶이 훨씬 가벼워 지지 않을까요!
새움터 (이하나 /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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