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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006. 14:10 KoreaTimes ()
정석현의 편한 골프
'GOLFING GOD'이란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지난 주에 끝난 호주 PGA 챔피언쉽에서 아나운서가 한 말이다. 마지막 날, 닉 오헌 선수는 상대편 선수와 4번의 연장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마지막 연장홀에서 그는 세컨 샷이 벙커로 들어가는 실수를 범했다. 벙커샷 중에서도 가장 힘든 내리막 그린과 반대편에 물이 있어 조금만 실수를 하더라도 물속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편 선수는 느긋하게 그린에서 닉 오헌 선수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린에 올린다 하더라도 보기가 나오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닉 오헌 선수가 한 벙커샷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버디이다!! 그렇게 해서 닉 오헌 선수는 우승을 거머 쥘 수 있었다. 만약 그 장면을 본 독자가 있다면 소름이 돋을 정도의, 아니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때 아나운서가 한 말이 GOLFING GOD이 오늘 닉선수의 공을 홀컵에 넣었다는 것이다. 닉 선수가 잘한 것도 있지만 GOLFING GOD의 도움없이는 그 공이 들어 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참고 또 참고 인내 속에 묵묵히 상위권을 지킨 닉오 헌 선수의 우승은 우리 골퍼들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 주었다. 호주 태생의 닉 선수는 항상 시합에 나가서 운이 잘 따라 주지 않는 선수로 알려져 있는데, 7~8년만의 이번 우승은 그에게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왼손잡이인 닉 선수는 소감에서 “지금까지 잘 기다려 준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코스에서 항상 조용히 플레이하는 닉선수, 한 번도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는 성품으로 얼굴표정을 잘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것에 감동해서 골프의 신은 그에게 상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자! 여기서 우리의 골프 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는 코스에서 얼마나 참을성이 있는가, 조금이라도 내가 바라는데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지는 않는지, 심지어 같이 치는 파트너에게까지 피해를 주지 않는지, 몇 홀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날의 경기를 일찍 포기하지는 않는지, 과연 그런 모습을 본 골프의 신은 무엇을 선물할까 버디?, 파?,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슬라이스나 훅을 주었으면 주었지. 처음 몇 홀을 잘못 쳤다고 해도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참고 또 참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골프의 신이 무엇인가 멋진 선물을 주지 않을까?
필자의 칼럼에서도 누누히 말하지만 우리는 골프를 치기 전의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 오프시간 30분 전에는 도착해서 연습볼도 좀 치고 퍼팅도 연습한 뒤 라운드에 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전 날 골프채를 손질하고 옷도 다려 놓고 다음날 라운딩 할 코스를 상상해가면서 작전도 좀 세우고 말이다. 이런 정성이 있다면 아마 골프신도 무엇인가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코스에서 잘 안된다고 짜증을 내게 되면 상대편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생각해보자. 평소에는 정말 점잖고 예의바른 분이 골프만 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골프는 멘탈 운동이라는 것이다. 자기와의 싸움. 골프라는 운동은 팀 경기가 아니다 내가 못해도 다른 어떤 선수가 도와 줄 수 없는 운동이다. 하루는 이 홀에서 파, 다른 날엔 양 파, 어떤 이유일까? 집중력과 인내력이 떨어진 결과이다.
기회가 된다면 프로와 라운딩을 해보자. 당연히 프로라고 해도 위기는 닥쳐온다. 하지만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 다음 홀에서 전 홀의 실수가 연결되지는 않는가, 얼굴표정은 어떤가 하는 것을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다.
2007년에는 골프 신에게 잘보이는 행동을 많이 하자.
골프장에서만이 아니고 밖에서도 집에서도,
골프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만 지킨다면 우리 교민사회가 한층 더 밝아질 수 있는 2007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