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 엔더비 아일랜드(Ⅲ) -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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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엔더비 아일랜드(Ⅲ) -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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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관목숲이라도 있어야 살아가기 때문에 영하의 극한온도에서 사는 다른 펭귄과는 아주 다른 생활을 한다. 크기는 76cm 정도로 황제펭귄과 킹펭귄을 제외한 세 번째로 큰 펭귄 종류다. 뉴질랜드 본토에서는 더니든과 오아마루 등 남섬 남동부에 소수가 살고 있다. 거기서는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본 것이 고작이었다.

눈앞을 지난 펭귄이 바다에 들어갈 때까지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뒤를 보니 네 마리의 옐로우 아이드 펭귄이 숲을 나와 바다로 향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매일 같은 길을 지나 바다로 들어갔는지 잔디처럼 작은 풀이 있는 언덕에 색이 바랜 한 길이 나 있다. 내가 어디에 앉아 있건 길을 따라 가는 펭귄들의 모습이 융통성없어 보이지만, 그들에겐 가장 편안한 길임에 틀림없다.

펭귄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 중에서 바로 옆 작은 계곡쪽으로 나 있는 길로 가보기로 했다.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의 길은 비밀스런 작은 구멍에서 사라지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어미 펭귄과 어미만한 회색 털북숭이 아기 펭귄이 나를 쳐다본다. 사진 몇 장을 찍는데도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않고 얌전하게 포즈를 취한다.

넓게 펼쳐진 바닷가의 바위틈에는 게으름을 즐기는 바다사자가 잔뜩있다. 그 주위에는 머리가 붉은 예쁜 앵무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이 해변에는 오래된 뼈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 그 크기로 봐서 아마도 늙은 바다사자들의 뼈인 듯하다. 바위 밑에는 큰 소라와 막걸리 사발만한 전복이 붙어 있지만, 돌에서 떼어 낼 방법이 없어 눈요기만 하기로 했다.

바다 끝을 돌아 내륙으로 들어가는데 바다사자 한 마리가 자기 구역으로 들어간 내게 불쾌감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고 고함을 지른다. 혹시 이런 일이 있으면 ‘절대’ 바다사자에게 같이 소리 지르지 말 것. 깜짝 놀라 필자도 있는 목청껏 소리를 질렀더니, 내 고함소리가 심각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는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그 큰 몸으로 뛰어왔다. 다리는 짧지만 몸이 워낙 길어 속도가 생각보다 매우 빠르다. 무거운 등산화에 배낭까지 맨 나를 거의 100m 가량 쫓아오다가 포기했다.

그 속도와 함성 소리가 상상을 초월했다. 만물의 영장은 자존심이고 뭐고 생각할 틈도 없이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바다사자가 쫓아오지 못하는 빽빽한 라타 숲에 도착해서야 겨우 마음이 놓였지만, 혹시 또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숲을 지나서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저쪽 너머에는 새들이 무슨 일이 있는지 심상찮은 소리를 내고 있다.


*****  가마우지와 남반구 도둑 갈매기  *****

숲 너머에 가니 가마우지 떼가 둥지를 틀었는데, 참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다 잠잠하기를 여러 차례 계속하고 있다. 도둑갈매기가 어미 없이 혼자 둥지에 있는 어린 가마우지를 잡아먹기 위해 주변을 돌고 있는 것이다.

이 도둑갈매기는 형편없는 이름과 행실에 비해 매우 강하고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얼핏보면 독수리 같은 날카로운 검은 부리와 짙은 밤색의 우아한 깃털을 갖고 있지만, 다른 바닷새가 잡은 물고기를 빼앗아 먹거나 다른 새들의 알이나 아기 새를 잡아먹는 바다의 약탈자 같은 녀석이다. 몸통 길이가 60cm가 넘는 거대한 새로 가마우지 둥지 위를 지나갈 때면 그 밑의 어미 가마우지들이 모두 소리를 질러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한 10여 분간 주위를 날던 도둑갈매기가 그 소음에 질렸는지 결국은 멀리 날아갔고, 가마우지들에게 내렸던 공습경보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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