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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009. 17:10 코리아포스트 (122.♡.149.62)
뉴질랜드 여행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허영만 화백은 몸이 안 좋다느니, 감기 기운이 있다느니 하다가, 나중에는 이 사이가 답답해서 치실이 필요하다는 궁색한 변명까지 나오고 말았다.
"아침을 먹으면 번지점프에 매달려 토하는 것이 아니냐?"는 허영만 화백에게 봉주 형님이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며 꽁치와 밥에 고추장을 잔뜩 바른 후 상추에 싸서 권하자 열심히 드신다. 이젠 정말 번지점프를 할 기세다. 봉주 형님이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많이 먹어둬"하며 너스레를 떤다.
번지점프를 하기 전에 허영만 화백이 타우포 호숫가에서 차나 한 잔 하고 가자고 한다. 자연의 원형을 간직한 타우포 호수는 그 규모로 보면 도저히 호수로 보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타우포 호수를 맑은 바다로 기억한다. 강풍이 자주 불어 높을 때는 2미터가 넘는 큰 파도가 치기도 하고 호수 건너편이 아득한 신기루처럼 멀리 보이는 이 웅장한 호수는 진짜 바다 같다. 앞서 말했듯이 타우포 호수의 크기(619제곱킬로미터)는 서울시(604제곱킬로미터)보다 더 크다. 호수를 가득 채운 물은 그냥 마셔도 충분한 일급수에 시계(視界)가 몇십 미터는 될 정도로 맑디 맑다. 한국에 이런 호수가 있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1800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고도 아직 여운이 남아 호숫가에는 증기와 함께 작은 온천들이 올라온다. 당연히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이고 1미터가 넘는 송어가 살 정도로 자연환경이 좋다. 수질 보호를 위한 시의 노력도 대단하다. 송어를 잡으면 내장을 규정된 비닐봉지에 담아서 육지의 지정된 곳에 버려야지, 절대 호수에 버려서는 안 된다. 낚시 미끼 역시 일반적인 생선이나 벌레를 쓰면 안 되고 루어(Lure 가짜 미끼)만을 써야 할 만큼 자연 보존을 위해 철저한 정책을 쓰고 있다. 자연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조용히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타우포 호수에서 낚시로 잡을 수 있는 송어는 최소 35센티미터, 그 크기 이하는 다시 호수로 살려 보내야 한다. 민물낚시를 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낚시점을 가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즉석에서 간이 영수증같이 생긴 면허를 받을 수 있다.
허영만 화백 번지점프대에 서다
허영만 화백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진해서 번지점프 장소로 왔다. 번지점프대가 있는 높이 47미터의 벼랑은 자연의 원형을 손대지 않고 있어 한층 더 위기감을 준다. 벼 랑 밑에는 타우포 호수에서 흘러나온 시퍼런 물이 넘치는 수량으로 꿈틀거린다. 물이 너무 맑아 수심이 20미터가 넘는데도 바닥이 훤히 보인다. 허영만 화백은 번지점프와는 상관없는 행인처럼 번지점프 사무실을 왔다갔다하며 동정을 살피다가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직원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젖은 번지(Wet Bungy)와 마른 번지(Dry Bungy) 두 종류가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며 직원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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