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1,875
09/03/2010. 16:35 NZ코리아포스트 (219.♡.21.112)
뉴질랜드 여행
피부 역시 자외선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반드시 물에 젖은 수건으로 덮어야만 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스트랜딩된 고래를 구조하기 위해 자원자들로 이루어진 구조대가 있지만, 고래의 덩치가 워낙 큰 데다가 이 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지 않아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페어웰 스핏의 드넓은 모래 해변 바깥쪽은 거친 대양이고 안쪽은 거울같이 잔잔한 평화로운 바다여서 고개를 좌우로 돌릴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푹푹 빠지는 모래 사막은 멋진 트레킹 코스가 되기도 한다. 페어웰 스핏의 안쪽부터 시작해서 사막을 가로지른 후에 바깥쪽으로 돌아오는 4시간 정도의 코스로, 흑조와 바닷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자연을 원초적으로 즐길 수 있다. 좀 더 짧은 코스도 있다. 몇 걸음 걷던 나와 허영만 화백은 무좀을 고치겠다며 아예 신발을 벗고 모래 위를 걸었다.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뜨거운 모래의 까슬까슬한 느낌이 왠지 좋았다.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과 백사장에서 반사되는 열기로 세 명 다 얼굴이 숯처럼 검게 변했다. 케이프 페어웰의 노란 사암 절벽은 2,3시간 정도 걸리는데, 바람이 심하고 절벽 쪽으로는 난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절벽 아래에는 물개들이 바위에 올라와 낮잠을 즐기고 있다. 남섬에서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므로 꼭 가보길 바란다.
화라리키 비치(Wharariki Beach)도 추천할 만한 절경이다. 바다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섬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아치를 이루고 있고 고운 모래가 바람에 물결을 이루며 넘실거린다. 바위에는 조개들이 화석이 되어 붙어 있고 바위굴 속에서 단잠을 자는 물개도 눈에 뛴다. 장어와 해변에서 먹은 라테 때문에 두 형님은 오늘따라 더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우리는 총 6-7시간의 트레킹을 가뿐하게 마쳤다.
드문드문 집들이 보이는 타카카(Takaka)라는 작은 마을로 내려오니 이미 오후 6시가 넘어 슈퍼마켓의 문이 닫혀 있다. 가게 안에 인기척이 있는 것 같아 계속 서성이고 있으니 털털해 보이는 주인이 문을 열어 준다. 현지인이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동양인 여행객이라 편의를 봐주는 것 같았다. 밤에 먹을 과자와 와인, 쇠고기 안심을 샀다. 숙소가 어딘지 물어보길래, 하우드 홀(Harwood Hole)에 갈 거라고 했더니 조용하고 좋은 곳이라며 상세히 길을 알려 줬다. 하우드 홀로 들어가는 길은 비포장도로가 12킬로미터나 되며, 여기 저기에 커다란 깔대기 모양으로 땅이 움푹움푹 꺼져 있었다. 이러한 기괴한 모양은 빗물에 의해 침식된 서회암 지형이 이 지역에 광범위하게 펴져 있다는 증거이다.
하우드 홀 캠프 사이트의 숲은 우거져 있고, 숲 밑에는 기암괴석과 이끼가 덮여 있어서 반지의 제왕에서 쫓기던 호빗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