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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2010. 16:53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뉴질랜드 여행
꼬불꼬불한 도로를 운전하는데 가뭄에 콩 나듯 세워진 집들이 눈에 띈다. 허영만 화백이 “여긴 다 좋은데 뭘 먹고 살지?”하고 물었다. 답은 간단하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닭과 가축을 기르고 밭에 채소를 심어서 먹고 산다. 내 키위 친구도 한국에 갔다 와서 비슷한 것을 물어본 적이 있다. “서울에서는 뭘 먹고 살지?”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 많은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먹고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허영만 화백의 질문보다 훨씬 더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뉴질랜드에 온 후 한 5년쯤 지났을까? 이곳의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 한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조금이나마 갖게 되었다. 어느 날 산에서 만났던 유럽인과 어릴 적 이야기를 하다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실감나게 느껴본 적이 있다.
마흔을 갓 넘은 내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베이비붐 세대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초등학교는 한 학년이 15반까지 있었고, 하교길 학교 앞에는 불량식품 판매상들이 줄지어 우리를 유혹했다. 급식으로 주는 우유가 부족해서 두유를 보급하고 여름방학이면 유행처럼 아폴로 눈병이 번졌고, 겨울이면 손이 터서 피가 나는 손등을 칼로 긁어댔고 목길을 따라 삐뚤삐뚤하게 서 있는 동네 담장들 위에는 깨진 유리병이 잔뜩 꽂혀 있었고, 눈이라도 오면 온통 연탄재로 뒤덮였던 골목길, 대학시절에는 거의 매일 시위를 하는 바람에 정작 대학생활의 낭만은 거의 없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역사적 상흔을 딛고 세계 시장에서 맨발로 뛰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강한 나라이다. 아무런 자원 없이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만드는 나라. IMF가 조기 마감이 될 때 뉴질랜드에서는 한국의 위기 대처능력이 경이롭다고까지 표현했다. 이처럼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보는 관점은 ‘다이내믹’ ‘강함’ ‘빠름’ ‘단결’ 등의 이미지에 가깝다.
뉴질랜드 사람들 역시 인구수만큼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살고 있다. 대부분의 일들이 상식선에서 해결되며,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 밖의 의견을 듣더라도 그 중 재미있는 점을 찾아 ‘다름’ ‘독특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뉴질랜드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여러 분야의 유능한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이 뉴질랜드 사람이고, 세계 최초로 핵을 자른 러더포드 경 또한 그렇다. 제트보트의 엔진을 발명한 사람은 평범한 농부 출신의 발명가이며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 산 등정자인 힐러리 경 역시 뉴질랜드 사람이다. 목격자 부족으로 정식 기록을 빼앗겼지만, 라이트 형제보다 9개월 앞서 하늘을 난 캔터베리의 리처드 피어스 역시 ‘하라는 농사는 안 짓고 하늘을 나는’ 엉뚱한 농부였다. 그 외에도 노벨상을 받은 뉴질랜드 출신의 과학자가 여러 명이다. 이런 특출한 인적 자원이 나올 수 있는 데 일조한 것이 바로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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