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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011. 17:48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뉴질랜드 여행
94번 도로에 있는 아름다운 트랙들
▶ 레이크 마리온 트랙(Lake Marion Track 왕복 3시간) 산 정상부의 거울 같은 호수에 비친 흰 봉우리가 예술이다. 가는 길이 조금 거칠지만 제일 끝에 펼쳐지는 호수의 풍경에 모든 피로가 가신다. 계곡을 따라 쏟아지는 물과 이끼도 절경이다.
▶ 키 서밋 트랙(Key Summit Track 왕복 3시간 이상) 그 유명한 루트번 트랙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사이드 트랙이다. 더 디바이드(The Divide)에서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무조건 올라가 봐야 할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산 정상에 있는 고산 식물들과 보그(bog, 고산 습지)가 빚어내는 신비한 정경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끝이 보이지 않는 남알프스 산군과 멀리 보이는 바다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 거트루드 새들(Gertrude Saddle 4시간 이상) 호머 터널(Homer Tunnel) 근처의 폭포가 보이는 거트루드 새들까지 올라가는 트랙이다. 겨울에는 눈사태 위험이 크고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만, 여름에는 비교적 편하게 올라가 볼 수 있다. 경사가 심하고 트랙이 잘 정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상에서 보는 시원함은 다른 트랙과 비교할 수 없다.
▶ 더 캐즘(The Chasm 왕복 20분) 밀포드 사운드에서 가까운 짧은 트랙으로, 오랜 기간 동안 물이 바위를 깎아 아주 깊은 계곡을 만들었다. 어린이나 노인들이 가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세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 험볼트 폭포(humboldt Falls 왕복 30분) 높이 275m의 잘생기고 정력적인 폭포이다. 홀리포드 로드로 들어가 비포장을 10킬로미터 정도 들어가야 한다는 단점을 빼고는 흠잡을 데 없어 아름답다. 트랙 입구까지 가는 길이 비포장이지만 길이 깨끗이 잘 닦여 있다.
94번 도로에 나 있는 트랙은 그 아름다움과 독특함, 난이도가 매우 다양하다. 85리터짜리 배낭에 먹을 것을 가득 채우고 여러 날 가야 하는 풀코스 트레킹도 재미있지만, 마치 뷔페 음식을 먹듯이 즐기는 이 쇼트 트랙들도 만족도나 난이도에서 뒤지지 않는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외국에서 트레킹을 하게 되면 난이도가 높은 곳을 가려는 경향이 짙다. 그 어려움과 아름다움이 비례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94번 도로는 이런 생각을 단숨에 없애는 장소다.
돌산을 그대로 깎아 만든 위협적인 호머 터널을 지나고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다. 밀포드 사운드의 경관은 장엄하면서도 신비롭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피오르드 협곡으로 이루어진 밀포드 사운드(해협)는 바다 옆으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1800m(63빌딩 10개 높이)의 절벽들이 늘어서 있고, 그 절벽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긴 폭포들도 양옆으로 줄을 잇고 있다. 폭풍우라도 치는 계절에는 대양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좁은 협곡 사이로 휘몰아쳐 폭포가 도리어 위로 올라가는 진기한 광경까지 보게 된다. 이러한 피오르드 지형은 노르웨이와 뉴질랜드의 남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다.
우리가 막다른 길인 밀포드 사운드까지 온 이유는 바로 이곳에 있는 크루즈 배를 타기 위해서다. 약 3시간의 크루즈 여행 동안 우리는 음식과 함께 즐거운 경험을 제공받았다. 크루즈 배는 밀포드 협곡의 거대한 직벽에서 떨어지는 장대한 폭포 밑으로 접근해서 크루즈의 선수부에 있는 여행객이 환호성을 지르게도 하고, 이 지역에만 살고 있는 피오르드 크레스티드 펭귄, 돌고래 그리고 물개 등도 보여주었다. 거대한 직벽 아래로 보이는 다른 배들이 마치 레고 블록 한 조각에 비유될 만큼 작고 연약해 보인다. 밀포드 사운드 좌우를 막고 있는 피오르드 지형의 거대함을 바라볼수록 우리 모습이 점점 작게 느껴지더니, 결국 우리는 없어지고 거대한 자연의 위용만 마음에 남았다.
크루즈 배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가득 있었는데 허영만 화백이 자기 나름의 구별법을 만들어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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