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타운 → 오하우 호수(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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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2011. 17:34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뉴질랜드 여행
아침에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거울을 보고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머리는 젤을 잔뜩 바른 듯이 뭉쳐 있고, 눈가의 주름 부분만 타지 않아 눈 주위로 자글자글 흰 줄이 가 있고, 입가에 허옇게 침 흘린 자국 하며, 얼굴은 꼬질꼬질 때가 붙어 있어 ‘궁상스러운’ 모습 그 자체였다. 차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 자는 얼굴을 보니 모두 오십보 백보다. 일요일이어서 교회를 가기 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박박 씻고 깎고 뿌리고 바르고 했더니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퀸스타운은 수정같이 맑은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다. 주민이라야 주변의 작은 마을까지 합해 겨우 1만 명 남짓 되지만, 관광객들 수는 훨씬 많아서 평소에도 2만 5000 ~ 3만 5000명 이상이 이 마을에 머물고 있다. 퀸스타운은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트레킹으로 유명하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레저 스포츠가 가능한 곳이다. 퀸스타운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보면 번지점프, 승마, 제트 폭포, 크루즈, 급류타기, 카누, 패러글라이딩, 루어 낚시, 와이너리 체험, 농장 체험, 골프, 수영, 스키, 경비행기, 세일링, 암벽 등반, 루지, 열기구까지 도대체 없는 것이 없다.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식단을 경험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모텔이나 호텔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전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에서 아침식사는 빵과 우유로 간단히 먹기로 했다. 멋진 경치를 감상하면서 먹자는 봉주 형님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디어파크로 갔다.
디어파크에서 내려다 보이는 퀸스타운 전경과 와카티푸 호수는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 와 보면 왜 피터 잭슨 감독이‘반지의 제왕’의 여러 컷을 이곳에서 찍었는지 쉽게 이해가 간다. 경치가 출중한 것은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은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슴과 스코틀랜드 소, 버펄로, 양, 라마, 염소, 산양, 타조, 당나귀, 돼지, 소형 말 등이 농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데, 이 동물들은 우리에서 사육되는 것이 아니라서 직접 만지면서 먹이를 줄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배운 교훈 중 하나는 동물들은 단순히 우리에게 즐거움과 먹이를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동물은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도록 창조된 피조물이며 친구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는 닭의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배려하기 위해 ‘달걀 공장’ 같은 양계장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에 알은 덜 낳고 살은 빨리 찌지 않지만 넓은 땅에서 풀어 기른 닭이 낳은 알(Free Range Egg)을 먹도록 권장한다. 한갓 닭일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 몸이나 마음이 병들게 되면 건강한 달걀을 만들 수 없고, 결국 그런 병든 달걀을 먹으면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기 때문이다.
디어파크에서 뛰어다니던 즐거운 동물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버펄로 수컷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몸집에 콧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차 화통 같은 숨소리와 입김은 아무리 순하다 해도, 옆에 서 있기조차 어려운 위압감을 준다.
“와~ 여기봐라, 여기!” 봉주 형님이 캠퍼밴 창 밖을 보고 함성을 지른다. 퀸스타운에서 오하우 호수(Lake Ohau)로 가는 길 중 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길 전체가 꽃으로 덮여 있다. 초여름 시즌에 피는 루핀 꽃이다. 캠퍼밴의 창문을 열자 루핀 꽃 향기가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백미러로 보이는 봉주 형님의 입에 미소가 가득하다. 끝없이 핀 루핀 꽃들을 보는 얼굴은 즐겁고, 그 즐거운 얼굴을 보는 것은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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