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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정록
마음은 노란 주전자 같아.
황금을 꿈꾸지만 빛깔뿐이지.
게다가 뚜껑이 자주 열리고 동굴처럼 시끄럽지.
끓기도 전에 들썩거리고 잔바람에도 나뒹굴 때가 많지.
뚜껑에 끈을 달아야겠어.
가슴과 머리가 짝이 안 맞아.
가벼운 충격에도 안으로 쭈그러지니까 자꾸만 속이 좁아져.
상처를 닦고 지우려 해도 달무리처럼 사라지지 않아.
벽에 걸린 주전자처럼 둥근 달이 되고 싶어.
시든 꽃나무나 목마른 목젖에 달빛을 따라주고 싶어.
맞아.
주전자는 성선설 쪽이야.
후딱 달아오르고 쉬이 식는 게 흠이지만,
맹물이나 모래라도 채우고 나면 바닥에 착 가라앉는 느낌이 좋아.
온몸에 차가운 물방울이 잡힐 때는 철학적이란 생각도 들어.
마른 화단이나 파인 운동장에 몸을 기울일 때 가장 뿌듯해.
다 내어주어서 어둡고 서늘해질 때 나는 잠깐 황금 주전자가 돼.
하지만 황금보다는 가볍고 명랑한 황금빛이 좋아.
나는 노란 주전자가 좋아.
■ 시인 이 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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