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쿡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교통체증은 기분좋은 체증이다. 한 떼의 양이 지저분한 털을 잔뜩 두른 채 쫓기듯 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즐겁다. 성격이 다른 여러 양들이 각기 제 갈 길로 가는 모습은 러시아워 때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보통 한번 만나면 최소 5분, 길면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컹컹거리는 양치기 개들의 다이내믹한 뜀박질과 찬 공기를 가르는 목동의 휘슬소리가 좋다.
정적(靜的)이고 기다란 뉴질랜드 도로에서의 단조로운 운전으로 힘든 운전자에게는 아주 좋은 휴식이 아닌가? 수백 마리의 양떼가 어쩔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뉴질랜드의 또 다른 아이콘이다.
**** 헬기 타고 마운트 쿡 파노라마 구경 ****
마운트 쿡 공원 입구에 있는 마운트 쿡 헬기센터에 갔다. 지상 2m 높이도 안 되는 사람의 시각이 아닌 새들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헬기 투어는 약간의 소음과 금전적인 지출을 감수하면 편리하고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 헬기센터에서는 마운트 쿡 지역의 여러 곳을 쉽게 볼 수 있는 헬기나 산정상에 착륙할 수 있는 스키 플레인(Ski Plane)을 운영한다.
헬기를 타고 이 일대를 돈 후 주변의 산정상에 내려앉는 중간급의 투어를 선택했다. 함께 탄 노르웨이의 연인 한 쌍과 조종사와 함께 힘찬 소리와 함께 부웅 떠오른다. 위로부터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고도를 올리니 주변의 푸카키 호수와 늪지대, 그리고 높은 봉우리들을 내 시선의 높이에서 나란히 보게 된다.
주변의 폭포와 산사태 지역, 칼날 같은 서던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찌를 듯이 서있는 시원한 모습이 보인다. 멀리 뉴질랜드 최대의 타스만 빙하와 마운트 쿡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급경사로 인해 눈이 쌓이지 못한 정상부의 칼 같은 모습이 힘차고 멋지다. 곧이어 산 정상의 편평한 장소로 헬기가 내려앉을 준비를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서서히 내려앉은 헬기에서 먼저 조종사가 내린 후 안전을 위해 우리 일행을 위해 문을 열고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문을 열고 내려서니 눈이 무릎까지 빠지고, 저 아래쪽의 기온이 제법 포근한데도 칼 같은 바람이 분다.
산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계절이 눈이 녹을 때가 되어서인지 커다란 눈덩이들이 불안하게 정상부에 매달려 있다. 약 45분 정도의 헬기투어비는 200뉴질랜드달러(약 15만원)로, 날씨가 좋아 시야가 충분히 확보가 되는 날은 그 가치가 충분히 있다. 캠코더나 카메라는 물론 필수품이다.
■볼쉘터 산장 루트
*** 왕복 6~8시간…눈사태 심한 구간 ***
마운트 쿡 빌리지로 가는 길 우측에 보이는 타스만밸리 로드로 들어가면 8km 길이의 상태가 좋은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로 들어서면 1차선의 다리가 나오는데, 다리 밑으로는 흰색에 가까운 밝은 회색의 급류가 흐른다. 어떤 곳은 길 우측으로 급경사 벼랑이라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 평지로 들어서면 길 좌측 멀리에 2단으로 떨어지는 웨이크필드 폭포(Wakefield Falls)가 보이는데, 협곡에 울려 멀리서도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블루레이크 주차장 옆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조그마한 통나무 대피소가 자리 잡고 있다. 대피소 옆에는 자그마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였고, 계곡에서부터 흘러나온 얼음같이 찬 개울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