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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2010. 16:25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뉴질랜드 법률정보
한국 신문이나 뉴스를 보게 되면 시국 사건, 시국재판이라는 단어가 종종 들린다. 보통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와 사건들을 일컫을 때 시국 사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듯 한데, 시국이라고 표현할 만큼은 아니지만 뉴질랜드에도 최근 그만한 비중을 가진 사건이 하나 있었다. 신문을 보면 연일 큰 사건이나 문제가 쟁점화가 되긴 하지만 마가렛 페이지의 죽음은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오래 기억되는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웰링턴에 거주하는 마가렛 페이지(이하 '마가렛')라는 한 여성은 이십여년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완치가 불가능 한 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마가렛은 계속되는 고통으로 인해 삶의 존속에 대한 의지가 사라졌고 이로 인해 죽을 결심을 하게 된다.
종교적인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자살에 대한 거부 또는 두려움인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마가렛은 통상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을 선택하기 보다, 단식으로 인한 삶의 마감을 선택한다. 음식을 섭취 하지 않음으로서 죽음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을 것은 당연지사이다.
마가렛의 남편은 부인과 사이가 소원해진지 오래되어 십여년을 별거 상태로 지내고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후 마가렛을 강제로라도 병원에 입원시키고 영양분을 투입할 것을 원했지만, 이런 경우에 마가렛에게 음식물이나 영양분을 강제로 투입할 어떤 법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
형법 (Crimes Act 1961)은 자살하는 사람을 막는 것을 합법화 해 놓았는데, 마가렛의 경우에는 상해나 약물 투여 등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었기에, 만약 의사나 간호사가 형법의 조항에 기반하여 마가렛의 동의 없이 강제로 음식물을 섭취하게 하거나 영양분을 투입했다면 이는 오히려 폭행죄가 성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본 것이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해당 의사나 간호사가 처벌을 받더라도 경미한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마가렛은 단식이라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종교적인 이유에서건, 의학적인 이유에서건 적지 안이 행하는 수단을 사용했기에, 마가렛의 죽음을 자살이라 일컫어야 하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마가렛의 이야기가 언론에 알려진 후 많은 사람들의 염려, 반대, 격려가 있었지만 논의 끝에 공통적으로 도출된 결론은:
• 뉴질랜드는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기에 주위에 다른 사람이 마가렛을 편하게 보내 줄 수는 없고;
• 마가렛이 단식 하는 것을 강제로 저지할 방법은 없으며;
• 형법은 타인의 보호권을 가진 사람이 보호를 받는 사람에게 생필품을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고 생필품은 의학 치료도 포함하지만;
• 흔히 권리 장전으로 불리는 New Zealand Bill of Rights Act 1990은 (환자가) 의학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명시해 놓았다;
• 단식이 되었건 다른 방법이건 한 개인이 자살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지만, 하지만;
• 자살을 돕거나, 권장 또는 방조하는 것은 중죄이다.
만약 안락사가 법제화 되어있었다면 마가렛은 고통스런 죽음을 맞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다. 개인은 자기 자신의 신체와 생명에 관한 권리를 지닌다. 고통 기간의 단축이나 품위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 또한 한 개인의 권리이다. 하지만 안락사는 이러한 개인의 권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보다 큰 문제라 생각된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안락사를 허용함으로서 생길 수 있는 생명 경시 풍조일 것이다.
안락사라는 것은 법보다는 종교와 윤리 그리고 신념의 문제이기에 이 칼럼에서 더 이상 논의 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된다. 마가렛의 죽음이 뉴질랜드 시민에게 큰 화두를 던졌고, 안락사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남겨진 사람들이 천천히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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