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long, 샴페인, 하이타이
0 개
3,078
23/02/2011. 15:36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뉴질랜드 법률정보
간단히 끼니를 때울때에는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많이들 애용한다. 맥도널드, 버거킹 같은 햄버거 체인점 외에 서브웨이라 불리는 샌드위치 전문점이 있다. 뉴질랜드에는 햄버거 전문점들은 많이 있지만 전국적인 체인점 규모의 샌드위치 전문점은 서브웨이가 유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서브웨이에서 판매되는 샌드위치에는 두가지 사이즈가 존재한다. 6 inch (‘씩스인치’)라 불리는 15.24 센티미터 정도 크기와, 그 두배인 foot long (‘풋롱’)으로 불리는 30.48센티미터 크기의 두 종류가 있다.
보통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판매 되는 식품의 크기는 small/medium/large, 즉 소/중/대의 크기로 분류하는 것이 대세인데, 서브웨이에서는 특이하게도 씩스인치와 풋롱의 두 종류로 분류한다. 센티미터와 미터를 쓰는 뉴질랜드와 달리 아직도 인치와 풋의 단위를 쓰는 미국의 특성이 들어난 표기법인데, 오랫동안 풋롱이라는 크기의 샌드위치를 판매하다 보니, 풋롱 샌드위치하면 서브웨이가 먼저 생각나게 된다.
미국 아이오와주를 기반으로 한 케이시즈라는 슈퍼마켓 체인점에서 최근 1 foot 사이즈, 즉 30.48 센티미터 크기의 샌드위치를 출시했다고 한다. 케이시즈는 이 샌드위치를 홍보하면서 ‘풋롱’이라는 단어를 메뉴와 간판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서브웨이측은 자신의 ‘풋롱’ 메뉴를 모방한 것이라며 반발하게 되고 케이시즈에게 공문을 보내 ‘풋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다. 케이시즈는 서브웨이측의 요구에 불응하여 결국 ‘풋롱’이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두 회사는 법원의 판결을 요구하게 될 듯하다.
‘풋롱’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1 foot 길이라는 뜻이다. 샌드위치가 30.48 센티미터의 1 foot 크기라면 풋롱이라는 표현은 아무나 써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서브웨이측에서 볼 때에는 오랜 시간동안 자신들만이 풋롱이라는 표현을 샌드위치와 연계하여 사용해왔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풋롱은 서브웨이만의 브랜드 가치가 생겼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그럼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법률적 측면에서 볼 때는 intellectual property, trademark, passing off 등의 여러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겠으나, 지루하고 어려운 분석은 변호사에게 맞기고, 일상 생활에서 접할수 있는 다른 비슷한 예를 찾아보려 한다.
와인 중에 샴페인이라는 종류의 와인이 있다. 많은 독자들에게는 축제나, 즐거운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시는 술 등의 고급이미지로 각인되는 술일텐데. 샴페인의 특징은 이산화 탄소가 와인에 용해되어 기포를 발산해내는 발포성 포도주라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병에서 따를 때 기포가 올라오는 다소 달짝지근한 와인을 통털어 샴페인이라 부르고 있지만, 현재는 프랑스의 샴페인 (현지 발음으로는 샹파뉴) 지방에서 제조 된 발포성 와인만을 ‘샴페인’이라 부를수 있다. 이를 어긴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은 샴페인이라 잘못 지칭 하는 것이 발견될 시엔 압수, 폐기는 물론 민사상의 손해배상까지도 가능하다.
이는 샴페인 지방의 와인 제작자들과, 프랑스 정부의 꾸준한 노력의 산물인데,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샴페인 제작자들이 국제적인 홍보와, 법률 소송을 통해 자신들만의 브랜드 가치를 정립하고 지킨 대표적인 예이다. 그 외의 지방에서 제조된 발포성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 또는 생산국가에 따라 스페인은 카바, 이탈리아는 아스티등의 다른 명칭이 붙게 되는데,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비슷한 맛의 발포성 와인이라 하여도‘샴페인’이라 부를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그 와인의 가격과 소비량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하니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한 예인듯 하다.
또 다른 예를들어, 세탁용 세제를 일컫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이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필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하이타이는 국내 (한국) L모 회사가 출시한 세탁용 세제의 브랜드인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세탁용 세제를 지칭할때 하이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듯 하다. 처음 방문하는 집에 갈때 ‘하이타이 하나 사가지고 가지’라고 말하지 ‘세탁용 세제 사가지고 갈까’하고 말하지는 않지 않은가.
이번호 칼럼의 주제랑은 전혀 상관 없는 얘기지만, 현지인들이 쇼핑을 하며 washing powder 대신 ‘하이타이’를 찾는 쌩뚱맞은 상상을 해 보며 이번호 칼럼을 마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