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중재...?
0 개
2,809
24/08/2011. 17:22
NZ코리아포스트 (202.♡.85.222)
뉴질랜드 법률정보
필자가 이 칼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몇년 전, 하루는 칼럼을 즐겨 보신다는 독자분께 전화를 받았다. 여러해 전이라 대화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독자께서 머뭇거리시다가 어렵게 말씀을 꺼내신 것이 기억난다. 중재에 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고 하시면서, 중재가 어떤 절차인가요, 재판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문의 하셔서 간략히 설명을 드렸다.
변호사에게 면담 보다 전화로 상담을 요청 하시는 분의 대부분은 좋은일 보다는 안 좋은 일로 조언을 받길 원하시는 분들이다. 타인에게 사생활이 회자되는 것을 꺼려하고 더욱더 조심하시는 분들이 많기에, 필자는 기존 고객이 아닌 모르는 분께 문의 전화를 받을때는 왠만하면 질문을 하지 않는다. 물어보시는 것에만 성심껏 답변을 해드리게 되는데, 답변을 듣고 나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필자가 굳이 묻지 않아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 보다 상세히 말씀을 해주시고 추가 설명을 부탁하시는 듯 하다.
중재에 관하여 문의하신 이 독자분께도 문의 사항에만 답변을 드렸을 뿐, 딱히 다른 질문을 드리지 않았던 듯 하다. 그래서 그 독자의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하지만, 독자께서 필자의 설명을 들으신 후에 말씀하시길, 친인척간에 의견충돌이 있어서 중재를 받게 된 적이 있다고 하셨다. 상대방인 친인척은 ‘중재’를 ‘재판’으로 오해 하시곤, 의견 충돌로 인한 불화 보다는 ‘중재’를 받게 된다는 사실에 격노를 하셨던 듯 하다. 아마도 친인척 사이의 문제를 소송을 통하여 해결 한다 생각하시고 언짢아 하셨던 모양이다. 추측이지만, 가끔 신문 기사에서 나오는 아들이 어머니를 고소했네 등의 상황을 생각하셨던 것은 아닐까.
그 독자께서 전화 말미에 부탁을 하시길, 나중에 기회가 되면 중재에 관해 칼럼을 써주지 않겠냐고 말씀 하셨는데, 오년여가 지난 아직까지 그 부탁을 못 들어드렸던 듯 하다. 중재는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란 대체적 분쟁 해결 방법중 한가지인데, 법원을 통한 소송 이외의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을 뜻한다. 대체적 분쟁 해결 방식 중 많이 알려진 것이 화해, 조정, 중재 등인데, 위 세가지 방법을 통틀어서 중재라 표현 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negotiation, mediation, arbitration이 소송을 대신하는 대표적인 분쟁 해결방식인데, 먼저 negotiation은 당사자들간의 협상을 통한 합의를 목표로 한다. 당사자들은 직접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타협을 하던지, 변호사를 통하여 합의를 도출할 수가 있는데, 딱히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법적 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말 그대로 협상으로 이해 하시면 될 듯 하다.
Mediation은 당사자들이 직접 협상을 하기 어려울 때, 제 삼자의 도움을 받아 조정을 받는 것을 뜻한다. 이 때 협상에 도움을 주는 제 삼자를 mediator라 부르는데,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규칙을 정해 놓고 그 규칙 안에서 쌍방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당사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시에는 mediator가 조정안을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는 당사자들을 강제하는 효력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당사자들이 협상에 임하기 전에, mediator의 조정안은 강제하는 효력이 있다고 먼저 규칙을 정하고 협상을 시작했다면, 그 조정안은 당사자들을 강제하는 효력이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arbitration은 위에서 언급한 대체적 분쟁해결 방법중 형식상 가장 재판에 가까운 방법이다. 이 절차는 arbitrator라는 전문 중재인을 통하여 분쟁의 해결을 추구하는데, 법정에서 사용되는 형식을 배제하여 신속한 해결을 도모한다. Arbitrator의 중재안 또는 판정은 당사자들에게 구속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 세 절차는 분쟁의 당사자들이 법원 소송을 대신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즉 당사자가 위 절차를 밟고 싶지 않다면 굳이 중재에 임하지 않고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여도 무방하다. 단, 특정 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할시 의무적으로 중재를 받게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차 계약이다. 우리들이 보통 렌트라 부르는 주거용 부동산의 임대차 계약은 분쟁이 발생할 시, tenancy tribunal이라는 약식 재판소를 통하여 판결을 받는데, 재판관(판사가 아니다)의 판결을 받기 전에, 규정상 mediation을 거치게 된다.
대체적 분쟁 해결의 공통 이점은 절차의 간소화, 분쟁의 신속한 해결, 비용의 절감, 기밀성 등이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사자들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이다. 즉 소송과 비교 했을 때 당사자들간의 관계지속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싶다.
독자의 전화를 받고 한참 후에야 칼럼을 쓰게 되었다. 그 때 중재에 관해 문의하셨던 독자께서 상대방과 원만히 오해를 푸셨기를 바래본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