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경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의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지금, 은행 융자를 갚지 못하여 강매되는 부동산의 숫자는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요즘도 전국적으로 매일 여섯 건의 은행 강매가 진행된다고 한다.
은행이나 기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 줄 때에는 일반적으로 담보를 요구하고, 담보에는 흔히 부동산이 제공 된다.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에는 은행이 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권한을 등기하는데 이것을 모기지(mortgage)라 한다. 이 때 돈을 빌리고 담보를 제공하는 채무자를 mortgagor, 그리고 돈을 빌려주고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받는 채권자를 mortgagee라 한다. 은행 강매는 mortgagee가 저당권을 집행하여 담보물을 매각하는 것이기에 mortgagee sale (이하 모기지 세일) 이라 부른다.
모기지 세일로 매각되는 부동산은 대부분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매각의 주체가 되는 채권자/은행이 매매되는 부동산에 대한 품질 보증 및 기타 여러 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모기지 세일을 통해 매각되는 부동산, 그리고 채무자를 보면서 많이들 무섭다, 그리고 은행 융자는 조심해야 한다 등 말을 하곤 하는데, 모기지 세일보다 더 무섭고 황당한 강매가 있으니, 바로 rating sale (이하 레이팅 세일)이다.
부동산에는 rates라 불리는 지방세가 부과 되는데, 지방정부는 일년 예산의 상당부분을 지방세로 충당한다.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오클랜드시는 예산의 53% 정도를 지방세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세를 4개월 이상 체납하게 되면 지방정부는 소송을 통해 밀린 지방세를 받아낼 수 있다. 밀린 지방세를 지불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후 3개월 후에도 밀린 지방세가 지불되지 않았다면, 지방정부는 또다시 법원에 신청을 하여 이번에는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여 지방세를 회수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진행되는 부동산의 매각을 레이팅 세일이라 부른다. 지방세가 부동산가치의 아주 작은 일부분, 대개는 1% 미만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세를 못 내서 부동산이 매각되는 일은 황당하게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레이팅 세일은 지방세를 집행하고 추심할 수 있는 수단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법률제도상의 수단일 뿐, 지방세가 고작 몇 달 밀렸다고 지방정부가 바로 레이팅 세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방세가 3년 이상 체납 된다면 지방정부가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방세가 3년 이상 체납되었고, 해당 부동산의 주인과 연락이 불가능 하다면 지방정부는 해당 부동산을 ‘버려진 땅’(abandoned land)으로 간주하여 강제로 매각하고 지방세를 추심할 수 있다.
레이팅 세일이나 버려진 땅의 매각은 자주 볼 수 있는 일은 아닌데, 최근 무루파라라는 소규모 타운에서 버려진 땅의 입찰이 진행 된 적이 있었다. 무루파라는 로토루아 남동쪽에 위치한 인구 1600명 정도의 아주 작은 타운인데, 지방세가 3년 이상 체납되어 버려진 땅으로 취급되는 부동산의 입찰을 이번 달 초에 마감한 바 있다. 아직 입찰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듯 하나, 입찰 전 해당 지방정부에서 배포한 홍보 자료를 보면 집 한 채를 너끈히 지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택지를 육천 불 정도에 매매가 이루어 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던 듯 하다.
공식적인 문건으로 확인된 자료는 아니지만,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작년에는 북섬 중부에 위치한 오후라라는 작은 타운에서 ‘버려진 땅’이 불과 사백 불에 매각되었다고 한다. 해당 부동산의 실제 가치가 사백 불 밖에 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사백 불에 입찰 받은 사람이 ‘대박’을 터트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부동산 한 필지에 사백 불… 흥미가 도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