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는 개라는 말이 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학설에 의하면 삼만삼천년 경 전에도 개는 이미 가축화 되어 있었다고 하니, 개는 아마도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가 아닐까 싶다.
종종 위기에 빠진 주인을 구하는 개 이야기가 들린다. 불이 난 집에서 정신을 잃은 주인을 끌고 나온 애완견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고, 아이에게 다가가던 독사를 잡아채어 아이를 구한 개, 전복된 자동차에서 빠져 나와 사람을 불러와서 주인을 구조 한 개, 등 충견이라 불리는 개 이야기들을 들으면 가슴이 훈훈해지지만, 반대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난폭한 개 이야기도 들리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난폭한 행동으로 잡혀와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개의 이야기가 언론에 크게 보도 된 적이 있다. ‘짐보’라 불리는 이 개는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투견용으로 사육된 테리어 종)인데, 2010년 이웃집 소녀가 기르던 토끼들을 공격하여 그 중 한 마리를 죽인 ‘혐의’로 압수 당하여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여기까지는 딱히 언론에 크게 부각될 이유가 없는 사건인 듯 한데, 이 사건이 이슈화 된 이유는 짐보가 압수된 이후 이 년 동안 짐보로 인해 소요된 비용이 칠만 불이 넘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난폭한 행동으로 잡혀온 개 한 마리에 들어간 비용이 웬만한 근로자 일이년 수입에 육박한다 말인데, 아리송할뿐더러 세금이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알게 모르게 부아가 치미는 분도 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칠만 불 정도의 비용 중 사료값으로 $4,845 수의사 진료 비용으로 $1,174 특식 비용으로 $672 그리고 법률 비용으로 $67,503이 지출 되었다고 한다. ‘특식’을 포함한 사료값이야 이해할만한 수준의 비용일수도 있지만, 법률비용은 굳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난폭한 행동을 하여 압수된 개를 안락사 시키려면, 주인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거나, 법원의 명령이 있어야 하는데, 짐보의 주인은 안락사에 동의 하지 않았고, 법원이 짐보의 안락사 명령을 내리려면 선행 조건으로 짐보의 주인이 the Dog Control Act 1996 (‘개 관리 법’)에 의해 유죄 선고를 받아야 한다.
개 관리 법에 의하면, 개의 주인은 자신이 기르는 개를 통제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사람이나 가축 또는 야생 동물을 공격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짐보가 토끼를 공격했을 당시, 짐보의 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짐보를 빌려주었을 때였고, 따라서 짐보의 주인은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짐보를 통제할 능력이 없었으므로, 개 관리 법에 저촉 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짐보의 주인의 동의도 없고, 짐보의 주인이 개 관리 법을 저촉 하지도 않았으므로, 짐보를 안락사 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법률 비용이 육만칠천불 가까이 소비 된 것으로 생각된다.
위 사건을 심의한 고등법원의 판결문에서 어떤 식으로든 짐보의 권리, 즉 개의 권리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짐보라는 견공(犬公)의 생존권을 둘러싸고 심히 과다한 비용이 지출된 것은 아닐까 싶다.
참고로 짐보가 ‘압수’ 당하였다고 표현한 이유는 애완견을 포함한 가축은 주인의 사유재산이고, 주인의 입장에서는 물건 또는 재산이 압수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축의 새끼에 대한 소유권은 어떨까? 암컷과 수컷의 주인이 다르고, 두 마리가 교미하여 강아지를 낳는다면, 이 강아지는 누구의 소유일까? 영미법 판례로는 강아지는 암컷 주인의 소유가 된다. 가축, 즉 예를 들어 소를 임대료를 받고 빌려 주었는데 송아지를 낳는다면, 송아지는 소를 빌린 임차인의 소유가 아닌 소의 원주인 소유가 된다. 특이하게도 새끼 백조는 암컷 주인과 수컷 주인의 공동 소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