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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다.
뉴질랜드가 아니고, 대한민국 선거철이다.
어느 선거이든지, 한 표를 행사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이 사람 또는 이 방안을 선택 했을 때 나에게 이득이 되느냐라는 것이다. 극히 본질적이고도 이기적인 질문이다. 그 선거가 사적인 모임의 회장을 뽑는 것이건, 아니면 국가 대표자를 뽑는 것이건, 투표자의 본질적인 고려사항은 똑같다. 이 사람을 뽑으면 내게 좋을까 나쁠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아마도 세금을 줄여준다는 사람이나 정당에 혹할 것이고, 국가의 복지 혜택에 많이 의존 하는 사람은 복지지출을 늘린다는 사람이나 정당을 지지 할 것이고, 혹은 타 국가에서의 인구 유입을 바라거나 아니면 반대하는 사람은 이민 방침을 유심히 보고 판단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세부적인 고려사항을 우리는 정책이라 부른다.
매번 선거 때마다 봐서 그런지 이제는 그냥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온갖 흑색 선전과 비방, 그리고 서해안에서 가까운지 동해안에서 가까운지를 굳이 따져야 하는 편가르기, 국민들이 빨강이냐 아니면 빨강이 아니느냐로 참 간단하게도 분류가 되는, 이 불편한 진실. 서로가 진보다 보수다 주장하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은 으레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고 그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뉴질랜드에서 사는 우리들이랑은 좀 거리가 먼 이야기이겠지만, 교민들이 여기서 줄곧 들어온 ‘웨어 아 유 프럼’을 생각하면 그리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닌 듯 하다. 이민 일 세대들이야 ‘웨어 아 유 프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여기서 태어난 교민 자녀들도 아마 평생 여러 번 듣고 살아야 할 말이지 싶다. 고국이 힘이 있어야 그 나라 출신 교포가 좀 더 대우를 받고, 자신 있게 활동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교민이 고국을 위해 힘을 보태기도 수월할 것이고.
첫 데이트나 만남에서 피해야 하는 대화 소재가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종교, 스포츠, 그리고 정치라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세가지 소재의 공통점은 편을 나뉘기가 싶고, 편이 나뉜 후에는 상대편에게 배타적일 가능성이 크며, 열광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인 듯 하다. 어찌 되었건 이 지면에 정치를 소재로 담아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선거철이 되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던 중, 재미난 법이 하나 떠올랐다.
혹시 와카 점핑 (waka jumping)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 와카란 마오리 카누를 뜻하는데, 와카 점핑은 정치인들이 당적을 바꾸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특히 정당의 비례 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후, 당적을 바꾸어 다른 당으로 옮기던지, 아니면 당을 만들어 나가던지 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와카 점핑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법이 제정된 적이 있었다. Electoral (Integrity) Amendment Act 2001이라는 법인데, 한국어로 번역해보면 ‘선거 보전 개정법’정도가 될 듯 하다. 이 법은 2001년에 국회에서 통과 되었는데, 국회의원직과 당적에 관한 규제를 통하여 유권자의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을 그 취지로 한다.
1993년과 1996년 사이의 4년이란 기간 동안 무려 17명의 국회의원이 당적을 바꾸어 ‘와카’를 갈아탄 시기가 있었고, 이로 인하여 논란이 일은 적이 있었다. 선거 보전 개정법은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법인데, 기존에 있던 ‘선거법’을 한시적으로 개정하여 한 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당적을 잃음과 동시에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게 되었다.
이 법은 국회의원의 개개인의 자율성 및 진실성을 훼손하고, 일반 국회의원이 당의 총재/당수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하여 2005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유지되었다. 최근 비슷한 취지의 선거법 개정이 몇몇 정치인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다시 흘러나오고 있는 듯 하다. 정당의 정책을 보고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득표수에 따라 각 정당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가 배정이 되었는데, 이렇게 국회로 입성한 의원이 정당을 바꾼다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다.
와카 점핑법, 우리 식으로 비유하자면 철새 방지법 정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