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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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추정의 원칙

0 개 2,721 코리아포스트
무죄추정의 원칙(Presumption of Innocence)이란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잘못이 증명되어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간주된다는 것을 말한다. 근대화된 법률 시스템이 있는 나라, 특히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 원칙을 헌법으로 명문화하여 준수하고 있다.

딱히 헌법이라 부를만한 법이 없는 뉴질랜드에서는 1990년 제정된 New Zealand Bill of Rights Act (이하 'BORA')라는 인권관련 법을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무죄추정의 원칙 역시 그중 하나이다.

BORA가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 권한 중 형사법 관련 조항을 살펴 보면 모든 사람은:

• 이유없이 수색, 검색을 당하지 않을 권리;
• 독단적으로 체포 및 감금 되지 않을 권리;
• 체포 또는 감금 된다면:
→ 체포/감금 된 이유를 알 권리;
→ 지체없이 변호사와 상담할 권리;
→ 체포/감금의 정당성을 판결 받을 권리;
• 특정 범죄로 인해 체포되었다면, 신속히 기소되거나 석방 될 권리;
가 있고, 이 외에도 기소된 자들은:
• 어떤 혐의로 기소되었는지를 알 권리;
• 지체없이 재판을 받을 권리;
• 범죄가 증명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될 권리;
등의 추가 권리를 보장 받는다.

한 예로, 현재 뉴질랜드에는 역사상 가장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재판이 진행 중인데, 살인 사건이 일어난지 15년이 지난 후에 재심을 거치는 David Bain 재판이 바로 그것이다. 증인만 184명이 출두한 이 재판에서도 무죄추정이라는 기본 철학이 여러번 배심원에게 강조 돼 왔다. 동 재판에서 판사는 배심원이 평의/토의(deliberation)에 들어가기 전에 "피고인은 범죄가 증명될 때까지는 무죄이고, 무/유죄의 여부는 '아마도 유죄일 것이다' 또는 '유죄일 가능성이 높다'가 아닌 '의심할 여지가 없이' 유죄로 판단될 경우에야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선언했다.

기본 인권이 비교적 잘 지켜지는 뉴질랜드에서 사는 우리들은 특별할 게 없는 권리이지만, 아직 민주화가 되지 않은 많은 나라에서는 간절히 바라는 기본권 일 것이다.

대한민국도 선진국의 예를 따라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는 헌법조항을 통해 국민의 기본 권한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불행한 사태를 볼 때 이 기본 권한이 정말로 보호되는 지는 의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사람들의 생활 습관에 자리 잡고 있다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까지 우리가 접한 뉴스는 그렇게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정은 어떠한가. 한국 대부분의 언론 및 언론 종사자들은 검찰 및 국가 기관에서 어떠한 범죄를 수사한다고 발표하면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혐의자를 범죄자인 것처럼 보도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로 그 흐름에 편승하여 '그 X도 똑같다' '죽일 X' 등으로 단정하고 흥분한다.

한 개인이 특정 잘못/범죄로 기소가 되기 전에, 수사를 진행 중인 국가기관에서 사건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고 유도해 간다는 것이, 그것도 공식 서명이 아닌 언론에 흘리는 식으로 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 흐름에 생각없이 편승한 사회 또한 필자를 비롯한 이민 1.5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사회, 그리고 교민사회가 민주주의, 자유 그리고 인권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의 저작권은 이동온 변호사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명시적 서면 동의 없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및 인용을 금지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특정적인 법적 조언이 아니므로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 적용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필자와 상담 없이 임의로 내린 법률적 결정에 대해서 필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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