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 엔더비 아일랜드(Ⅳ)-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348] 엔더비 아일랜드(Ⅳ)-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0 개 1,307 KoreaTimes
시야가 넓어지며 바다가 나오는데 내가 나온 라타 숲은 센 바람을 이기기 위해 키가 2m가 넘지 않으며, 작은 가지와 잎이 서로 엉키고 뒤틀려 있다. 이 숲이 작은 새들에게 아늑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이 숲은 천혜의 피신처로서 도둑갈매기 같이 큰 새가 올 수 없는 좁고 긴 미로를 만들어 톰팃, 로빈, 패럿 등의 아름다운 새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지도를 보니 어느덧 섬 동부에 와 있다. 길이 없는 바닷가를 걸어가노라면 동그란 참호같이 파여 있는 장소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곳은 바다사자들이 오랜 동안 한 곳에서 몸을 부비며 살아서 만들어진 안식처다. 아까 쫓아오던 바다사자 생각 때문인지 평화롭게 누워있는 바다사자들이 고개라도 들면 머리칼이 쭈뼛쭈뼛 선다.

*** 호이호 크릭 ***

호이호 크릭은 지도에 명기되어 있는 이름만으로 이곳에 옐로 아이드 펭귄이 많이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닷가로 연결되는 작은 시내 좌우로 숲이 있으니, 그냥 보기만 해도 이곳이 옐로우 아이드 펭귄의 서식지로 최적임을 알 수 있다. 바다쪽을 보니 그 희귀한 펭귄 10여 마리가 너무나 평범한 모습으로 바위에 앉아 있다.

펭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약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판이한 점이 많다. 밀도 높은 물을 헤쳐 나가는 강력한 앞날개와 강한 발, 며칠씩 바다를 누빌 수 있는 지구력과 강한 목근육 끝에 있는 강력한 부리, 그 목근육을 지탱하는 두터운 몸통은 육지에서도 웬만한 싸움에 견딜 수 있는 강함의 원천이다.
실제로 뉴질랜드 본토에 사는 키 20cm가 겨우 넘는 시끄러운 블루 펭귄은 다 자란 집고양이와 싸워도 지지 않는다. 이러한 육체적인 자신감 때문인지 옐로 아이드 펭귄은 카메라 다리를 세워 사진을 찍는 나를  가끔 한 번씩 쳐다만 볼 뿐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보는 내가 무안한 생각이 들어 조용한 이 친구들 곁을 조심스레 떠났다. 이때부터 본 옐로 아이드 펭귄은 거의 50마리가 넘는다.

이곳 바닷가에는 표류된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아마도 육지와 너무 먼 까닭일 것이다. 섬 남단에 있는 틸 레이크(Teal Lake)의 정적은 조용한 오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옆에서 조는 작은 오리들은 분명 누군가가 꾸며놓은 아름다운 정원의 한쪽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벼랑 끝에 나 있는 숲을 지나 마지막으로 건너야 하는 바다사자의 하렘은 내겐 정말 식은땀이 흐르는 곳이다. 어른 머리는 충분히 들어갈 만큼 커다란 입을 벌리고 소리 지르며 쫓아오던 바다사자의 모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렘 주변에는 암컷과 교미를 원하지만 할 수는 없는 젊은 수컷들이 신경질적인 상태로 누워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없이 마음이 불편하다. 누군가 오길 한참을 앉아 기다리니 미국 아가씨인 에이미가 온다. “여자 혼자는 위험하니 내가 같이 가주지”하며 에이미에게 말을 건넸더니 반갑게 “신사”라며 고맙다고 한다. 에이미의 등 뒤에 바짝 붙어 하렘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엔더비 섬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아늑한 곳이면 어디든지 뭔가가 살고 있다. 따스한 잔디밭 위에는 뻔뻔한 도둑갈매기의 둥지가, 작은 시내가 흐르는 숲속과 해변은 펭귄이, 널찍한 모래사장에는 바다사자, 관목 숲속에는 작은 새들, 바닷가의 바위에는 켈프와 전복이 가득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제로섬(Zero Sum)이라 누군가 웃으면 어디선가 울고, 누군가 벌면 한쪽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무한한 사랑이 제공되는 자연은 다른 곳이다. 모두에게 풍족하도록 먹을 것이 제공되며, 모든 동물의 숫자는 평형이 맞아 계속 안정된 수를 유지하고, 집이 없어 잘 곳 걱정하는 동물이 없다.

너무도 외딴 곳이라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곳 동물들은 모두 평화롭고 즐겁게 살고 있다. 가끔 날아올라 어미 새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도둑갈매기가 평화를 깨는 듯이 보여도, 이 녀석은 섬에서 너무 증식되는 종의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섬에서 필름을 다 쓴 후에야 섬을 떠났다. 조디악을 타고 배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주위를 돌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던 50~60마리가 넘는 돌고래들은 배 좌우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고, 우리가 배에 옮겨 탄 후에도 30분이 넘도록 우리 곁에 있었다. 카메라 속에 마지막 한 장의 필름도 없이 다 찍어버린 내 자신을 후회했지만, 정말 감동적인 이 마지막 장면은 필름이 아닌 내 망막에 찍어 머릿속에 각인시켜 둔다.

[373] 아벨 타스만 해안 트랙(Ⅲ)

댓글 0 | 조회 1,144 | 2008.01.31
'눈부시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앵커리지 산장 ∼ 아와로아 산장 (7시간 ∼ 21km) 잔잔한 파도소리에 눈을 뜬 앵커리지 산장의 아침이 상쾌하다.… 더보기

[372] 아벨 타스만 해안 트랙(Ⅱ)

댓글 0 | 조회 1,128 | 2008.01.15
- '눈부시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 물 때 맞추어 스케줄 짜야 아침 8시30분, 넬슨에서 마하라우로 가는 버스를 티켓을 미리 구매했다. 마지막 … 더보기

[371] 아벨 타스만 해안 트랙

댓글 0 | 조회 1,237 | 2007.12.20
- '눈부시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 아름답고 웅장한 밀포드 트랙이 복잡한 테스처와 세밀한 묘사를 잦는 동양화 같다면, 아벨 타스만 해안 트랙(A… 더보기

[370] 와이카레모아나 트랙(Ⅳ)

댓글 0 | 조회 1,111 | 2007.12.11
-보석 같은 호수 꿰는 아름다운 코스- 제3일 마라우이티 산장~테푸나 산장~왕가누이 산장~트랙 끝지점 새벽 6시30분, 어제 저녁 7시30분에 침낭에 들어간 지 … 더보기

[369] 와이카레모아나 트랙(Ⅲ)

댓글 0 | 조회 1,207 | 2007.11.28
-보석 같은 호수 꿰는 아름다운 코스- 제 2일 페네키리 산장~마라우이티 산장(9시간30분) 새벽에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 보니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하늘에 … 더보기

[368] 와이카레모아나 트랙(Ⅱ)

댓글 0 | 조회 1,146 | 2007.11.13
-보석 같은 호수 꿰는 아름다운 코스- 제 1일 오네포토~파네키리 산장(5시간 8.8km) 빅부시 홀리데이파크 직원이 트랙 입구인 오네포토까지 낡은 밴(봉고차)으… 더보기

[367] 와이카레모아나 트랙

댓글 0 | 조회 1,671 | 2007.10.24
-보석 같은 호수 꿰는 아름다운 코스- 오네포토~파네키리 산장~마라우티 산장~왕가누이 산장 46km 꼬박 사흘 답사 뉴질랜드 북섬의 중동부 내륙에는 와이카레모아나… 더보기

[365] 태초의 신비가 드러나 있는 곳(Ⅲ) - 로토루아 지역

댓글 0 | 조회 1,209 | 2007.09.26
와이망구 - 지구 탄생의 비밀 간직한 분화구 1886년 이전의 와아망구는 아주 평범한 숲이었다. 하지만 1886년 타라웨라 폭발과 더불어 그 전의 모든 생명체와 … 더보기

[364] 태초의 신비가 드러나 있는 곳(Ⅱ)-로토루아 지역

댓글 0 | 조회 1,069 | 2007.09.12
마누카 숲을 지나니, 땅속의 가스가 빠져 7-8m 깊이로 함몰된 '악마의 집(Devil’s Home)'이 나온다. 매캐한 유황 냄새가 나고, 가스 소리가 깊은 분… 더보기

[363] 태초의 신비가 드러나 있는 곳(Ⅰ)-로토루아 지역

댓글 0 | 조회 1,044 | 2007.08.28
눈부시고 화려한, 어디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자연 풍광은 대부분 우리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극지, 끝 없는 모래 언덕의 나미브 사막, … 더보기

[362] 라키우라 트랙(Ⅳ)

댓글 0 | 조회 1,094 | 2007.08.14
- 신선한 해산물로 한결 재미있는 조용한 3박4일 일정 - 젖은 옷과 배낭을 걸고, 진흙을 턴 등산화를 난로 옆에 놓은 후 오늘 저녁을 위해 산장 바로 앞에 있는… 더보기

[361] 라키우라 트랙(Ⅲ)

댓글 0 | 조회 1,104 | 2007.07.24
신선한 해산물로 한결 재미있는 조용한 3박4일 일정 멀리 오래된 부두가 보이더니 그 뒤로 포트 윌리엄 산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산장은 3개의 독립된 방과 부엌이 … 더보기

[360] 라키우라 트랙(Ⅱ)

댓글 0 | 조회 1,069 | 2007.07.10
신선한 해산물로 한결 재미있는 조용한 3박4일 일정 제2일 오반~포트 윌리엄 헛 <16km-5~6시간 소요> 이번 트래킹을 위한 배낭에는 다른 때와는 … 더보기

[359] 라키우라 트랙(Ⅰ)

댓글 0 | 조회 1,121 | 2007.06.27
- 신선한 해산물로 한결 재미있는 조용한 3박4일 일정 - 뉴질랜드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외딴 지역에 있는 작은 섬이다. 그런 뉴질랜드에서도 더 외딴 곳이 … 더보기

[357] 루트번 트랙(Ⅴ)

댓글 0 | 조회 1,197 | 2007.05.23
- 호수와 폭포와 눈의 서사시 - 제3일 루트번플랫 산장~루트번 대피소 <6.5 km-2~3시간> 침대가 있는 방이 비교적 어두워 늦잠을 잤다. 칫솔을… 더보기

[356] 루트번 트랙(Ⅳ)

댓글 0 | 조회 1,097 | 2007.05.09
- 호수와 폭포와 눈의 서사시 - 계속된 오르막을 올라오느라 생긴 갈증을 깨끗한 시냇물로 씻는다. 길옆에 있는 야생화들이 편안한 휴식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오늘 … 더보기

[355] 루트번 트랙(Ⅲ)

댓글 0 | 조회 1,037 | 2007.04.24
호수와 폭포와 눈의 서사시 농장(The Orchard)'이라는 흥미로운 장소가 나오는데, 마치 과수원처럼 작은 풀들 사이에 복숭아나무 같은 작은 나무들이 서 있다… 더보기

[354] 루트번 트랙(Ⅱ)

댓글 0 | 조회 1,075 | 2007.04.12
호수와 폭포와 눈의 서사시 ◆ 제1일 디바이드~매켄지 산장 <12 km/5시간> 아침 7시30분 숙소에서 출발한 승합차가 트랙의 시작점인 94번 도로의… 더보기

[353] 루트번 트랙(Ⅰ)

댓글 0 | 조회 1,523 | 2007.03.28
- 호수와 폭포와 눈의 서사시 - '반지의 제왕'의 가장 화려한 부분을 장식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과 함께 있는 와카티푸 호수의 끝에 … 더보기

[352] 볼쉘터 산장 트랙(Ⅳ)

댓글 0 | 조회 1,222 | 2007.03.12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모두 눈 표면의 더러운 것을 긁어내고 눈을 파 담기 시작했다. 고된 산행으로 배고픔을 느낀 뒤 먹는 음식만큼 소중한 경험은 없다. 아이들은 … 더보기

[351] 볼쉘터 산장 트랙(Ⅲ)

댓글 0 | 조회 1,114 | 2007.02.26
제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주위의 모습은 갈수록 더 황량하다. 아주 오랜 기간동안 끊임없이 떨어진 낙석이 쌓이고 또 쌓여 수만 평은 될 듯한 넓이에 퍼져 … 더보기

[350] 볼쉘터 산장 트랙(Ⅱ) - 대빙하의 살벌함과 역동성

댓글 0 | 조회 1,061 | 2007.02.13
볼쉘터 산장 루트는 완만한 경사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트랙이다. 중간까지는 길 상태가 좋고, 이후부터는 루트(route)로 되어 있어 약간 주의해서 찾아가야 한다.… 더보기

[349] 볼쉘터 산장 트랙(Ⅰ)- 대빙하의 살벌함과 역동성

댓글 0 | 조회 1,143 | 2007.01.30
**** 산사태로 길 막혀 산장 직전에서 되돌아서 **** 마운트 쿡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교통체증은 기분좋은 체증이다. 한 떼의 양이 지저분한 털을 잔뜩 … 더보기

현재 [348] 엔더비 아일랜드(Ⅳ)-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댓글 0 | 조회 1,308 | 2007.01.15
시야가 넓어지며 바다가 나오는데 내가 나온 라타 숲은 센 바람을 이기기 위해 키가 2m가 넘지 않으며, 작은 가지와 잎이 서로 엉키고 뒤틀려 있다. 이 숲이 작은… 더보기

[347] 엔더비 아일랜드(Ⅲ) - 바다사자, 펭귄, 도둑갈매기 그리고…

댓글 0 | 조회 1,345 | 2006.12.22
작은 관목숲이라도 있어야 살아가기 때문에 영하의 극한온도에서 사는 다른 펭귄과는 아주 다른 생활을 한다. 크기는 76cm 정도로 황제펭귄과 킹펭귄을 제외한 세 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