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fancy7lettuce외 1명
0 개 1,899 오소영

108dc9f4e181b79d53b90c7fe67b4676_1645494119_6341.jpg
 

대학 등록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되어온다. 


나이 삼십을 바라보며 직장생활 잘하던 손녀의 새로운 결심이었다. 현장 경험에서 직접 깨달은 스스로의 미래 해결책인듯 싶어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늦긴 했지만 원하는 공부에 도전장을 내민 손녀에게 열심히 해 보라는 응원밖에는...


망설임없이 인생항로를 결정해 나가는 과감함이 요즘 젊은 세대의 패기일까? 일과 병행하면서 힘들어할텐데 버티어낼지가 의문이었다.


필요에 의해서 찾은 방법인줄 생각했는데 재미있어 하는 걸 보면서 적성에 맞는걸 선택한 것같아 다행스러웠다.


새파란 후배들과 어울려 다시 학창으로 돌아간 앳되고 명랑한 표정이 너무 보기에 좋았다.


처음에 긴가민가 했던 내 노파심 의구심이 한방에 날아갔다. 


고령자인 내게 가장 자유로운건 이제 시간뿐인 것 같다. 그러나 속절없이 흘러가니 시간은 안타까움 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시간을 귀하게 써야하는 이유가 그래서일 것이다.


친구들끼리 따뜻한 온기를 교감하며 살았던 때가 아득하다. 혼자인듯 갇혀사는 외로움이 코로나에 버금가게 두렵다.

맑고 밝게 살려는 영혼조차 찌들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인생 막바지에 선물로 주어진 시간을 지루해서 몸 비틀며 보낸다는 건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락다운 때 이미 여러권의 컬러링 북에 색을 채우며 지내왔다. 이제 다시 그 일을 하고 싶지가 않으니 문제였다.


무슨 어린애같은 변덕인지 모르겠다. 재미에 푹빠져 열심히 했는데 의욕을 잃은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가슴 답답한 현실 까맣게 잊고 다시 몰두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우울증이 달겨들까봐 고심을 했다.


불평과 부정으로 나이만 먹는 노후는 그냥 늙은이란다.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늙으려면 건전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공식같은 지침도 있다. 우아한 품위의 어르신이 되고자 고민하는 비통한 절규라고 생각했다.


절간처럼 고요로운 세상에 떼지어 날으는 새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간절함이었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을까? 혼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마저 괜스레 짜증이 났다. 


이미 경험한바 있으니 전념할 수 있는 일만 찾아내면 잘 견딜 자신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어느 날 마스크를 눌러쓰고 가까운 쇼핑몰에 나가보았다. 입구를 테이블로 가로막고 한 사람씩 주문하는 물건을 찾아다 주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자 생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불쑥 입에서‘스케치 북’소리가 나와 버렸다. 주인이 여러가지를 들고 나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무작정 사 가지고 왔다.


하얀 백지로 묶인 두툼한 책을 들고 하염없이 들여다 보고만 있었다.


전에 그림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손이 떨려 글씨도 바르게 안되는 지금 무모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스케치 북을 사 오다니... 그러나 과제가 생겼으니 해 내야 했다.


화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었다. 손장난 정도로 건전하게 시간을 쓰고 싶은 욕구였다. 하다가 안되면 그만인 것을....


영상으로 기법을 조금 들여다 봤다. 독학으로 남의 것을 배운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뜻 달려들 자신이 없었다.


108dc9f4e181b79d53b90c7fe67b4676_1645494162_55.jpg 

초보가 시작할 때 선을 먼저 연습하라고 했지만 재미없는 과정은 건너뛰었다. 무작정 나무부터 시작을 했다. 생각보다 쉽게 접근이 되는 것 같았다. 

사과도 그려 보았다. 이것 저것 쉬지않고 연필을 굴렸다. 연필가루로 손바닥이 시커멓게 되도록 온종일을 몰입했다.


무슨 일인가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려는 성격이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 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어지간히 형체가 되어가는게 보였다. 조금씩 재미가 붙어가는 걸 느꼈다. 


정성을 쏟은만큼 나무면 나무, 사과면 사과가 왕초보 눈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니 부족해도 즐거우면 되었다. 잡념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한장의 손실도 없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작품(?)에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다.


하나의 그림이 완성 될때마다 뿌듯한 보람으로 하루해가 정신없이 달아났다. 직선이 지렁이처럼 구불거릴 땐 어이없어 혼자서 콧노래를 불렀다. 야~ 야야 내 나이가 얼만데... 흥얼거리며 지우고 또 그 렸다.


궁금한 사람들 챙길 시간도 없어 거의 연락을 잊고 살았다.


알량한 솜씨로 크리스마스 카드도 그려 친구들에게 띄웠다. 젊은이가 보면 치기였지만 노인에겐 오기같은 용기였다.

머리가 맑아지고 부티나는 영혼을 깨달을 때 내 인생은 축복 그 자체여서 행복해진다.


흐려오는 눈을 부릅뜨고 아픈 허리를 고추세우며 하얀 여백에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는 팔십대 늙은이.


새로운 것을 배워 알아가는 도전의 가치가 이토록 대단하다니 놀랄뿐이다.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배우며 살아가는 학생이었으면 좋겠다. 건강만 허락된다면 얼마나 멋진 삶인가.


한동안 잊고 살던 딸에게 전화를 했다. 저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너무 밝았다. 공부 하느라 바빠서 그동안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아니 제 딸이 공부를 한다더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의아했다.


호랑이 해가 다섯바퀴를 돌아 다시 임인년을 맞았다. 범띠인 그가 어느새 회갑의 나이를 맞은 것이다. 생각하기조차 거북했다. 엄마에겐 아직도 철없는 아이로만 보이는데 육십이 넘었다니 믿고 싶지도 않았다.


배운학문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세월을 보낸 여인이었다. 그도 어김없이 자아를 잃고 살아온 그 나이때 여자들만의 정체성에 대해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인생 전반은 그에게 별로인 운이었다. 후반의 설계도 뚜렷한게 없으니 불안이 더더욱 그를 괴롭혔다. 모녀가 마주 하면 인생 선후배로 답 이 없는 대화를 참 많이 하곤 했다.


잘못 건드렸다간 금방 깨질것 같은 유리 그릇처럼 늘 조심스러웠다.


예순둘 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단을 했던 나였다. 먼저 경험했던 엄마이지만 서로 성향이 틀리고 가치관이 다르니 무어라 조언을 해 주기도 어려웠다. 막연히 더 기다려보자는 말로 달래주곤 했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모양이었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소식인가.


무슨 일인데?.. 말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너무 재미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산다고 했다. 평소의 그답지않게 흥분에 들떠있는 것 같았다.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밝고 가벼운 목소리. 그 소리만 듣고도 어미의 기분은 곧바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꿈에도 생각 해 본적없는 생소한 건축 계통의 공부가 적성에 맞더라는 사실에 본인도 놀랐단다.


어느분의 제안을 받고 마지못해 시작을 해 봤는데 그 나이에도 머리에 쏙쏙 박히더라는 것 이었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진도가 빨리나가 칭찬도 들으며 벌써 영상을 찍었다며 보여주었다.


풍선에 매달린 것처럼 붕 뜨는 묘한 기분에 휩쌓이며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안도의 긴 호흡이 새어 나왔다. 감사합니다.


딸과 나란히 곁에서 부족한 컴퓨터 기술도 익히며 모녀가 그렇게 시간을 채워 간단다. 엄마는? ㅎㅎ.... 안부가 너무 늦다.


나도 그림 공부에 열심이라고 맞받아 주었다. 그리고 그림 한장을 사진찍어 멋지게 보내 주었다.


우리집 여인네 삼대는 지금 열공으로 빠알갛게 불이 붙었다. 푸른 신호등이 켜진 아름다운 소확행으로 달려가고 있다.


108dc9f4e181b79d53b90c7fe67b4676_1645494213_7975.jpg
 

너른 세상, 별별 사람

댓글 0 | 조회 908 | 2022.06.28
페북의 위대함을 알았다는 한 무명 소설가는 인생의 호시절을 부모님 돕기와 시집살이, 육아로 다 보내고 이제 골병만 남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3식이’ 남편을… 더보기

국민 MC, 天國 노래자랑 MC로...

댓글 0 | 조회 2,546 | 2022.06.25
필자 부부는 매주 일요일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에서 11시 주일예배를 드린 후 연희동 소재 식당에서 오찬을 하면서 TV에서 방… 더보기

3살에서 8살 사이 자녀들을 위한 Parenting 프로그램

댓글 0 | 조회 1,690 | 2022.06.15
문교부에서 한국인 커뮤니티를 위해 Incredible Years parenting 프로그램을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더보기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댓글 0 | 조회 2,118 | 2022.06.15
시인 박철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가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럭키슈퍼 앞… 더보기

학생들이 코딩을 배워야 하는 7가지 이유

댓글 0 | 조회 4,186 | 2022.06.15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코딩(Coding)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즉… 더보기

비지니스 조언: 여러분의 지출을 통제하세요

댓글 0 | 조회 1,502 | 2022.06.15
비지니스를 운영할시 잉여 자금 운용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금 유입(판매 수익 및 기타 수입)이 현금 유출(간접비, 공급 업체 비… 더보기

다이아윙스 460cc 500cc 올 블랙 헤드

댓글 0 | 조회 1,115 | 2022.06.15
다이아윙스 460cc와 500cc 올 블랙 헤드. 기존과 동일하며, 색상만 올 블랙으로 변경하였다.460cc와 500cc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피가 10% 차이가… 더보기

템플스테이와 함께 한 시간 언제나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댓글 0 | 조회 965 | 2022.06.15
길고 가물었던 겨울에 종지부를 고하 듯, 밤새 내린 봄비가 한순간 새로운 계절의 문을 연다.전날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꽃송이가 일제히 피어오른 황악산 직지사의… 더보기

헤어질 결심, 떠나갈 작정

댓글 0 | 조회 1,502 | 2022.06.15
나 비싼 재료로 하라할까 싶어 경계한다. 사진을 보니 신경치료를 했다는 부분이 선명치 못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고 그것 때문에 잇몸이 붓고 아프다는 것. 다시 … 더보기

갑자기 생리통이 심해졌어요

댓글 0 | 조회 1,115 | 2022.06.15
원래 생리 시 통증이 없다가 갑자기 생리통이 나타났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초경때부터 생리때마다 골반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역시 자궁내막증 일 … 더보기

누구나 작가인 시대의 명암을 생각하며

댓글 0 | 조회 882 | 2022.06.14
작가를 지성의 전위이자 사유의 실험실이며 한 시대의 선구자로 바라보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어느 시대이건, 어떤 시기이건 이런 작가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할 테다.… 더보기

한-뉴 수교 60주년 기념

댓글 0 | 조회 1,059 | 2022.06.14
우리는 60주년이 내포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살아 왔다. 나이 60이 되면 환갑(還甲)이라 하여 오래 산 것을 기념하는 특별한 축하행사를 벌여왔다. 유교문화권… 더보기

매일 3분 날씬 + 유연해지는 습관!!

댓글 0 | 조회 829 | 2022.06.14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쉽지 않죠?그래서 이번주도 3분이면 끝나는 초간단 운동 영상을 소개 해 드릴건데요.저번주는 경쾌하고 리듬감 있는 음악과 함께한 전신운동이… 더보기

내 사랑 파미

댓글 0 | 조회 1,115 | 2022.06.14
오월을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없는데 6월이 한 주를 훌쩍 넘어버려 열흘이라는 시간을 삼켜버렸다.어제부터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까지 동원이 되어 한… 더보기

나의 시계는 한 시간이 빠르다

댓글 0 | 조회 2,181 | 2022.06.14
Day light saving (섬머타임)이 끝난지 이미 오래지만 제 차의 시계는 아직도 한시간이 빠른 그 때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만 타면 한 … 더보기

여러분을 “人(인)사이트: Into North Korean”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

댓글 0 | 조회 1,021 | 2022.06.14
“人(인)사이트: Into North Korean” 제작하게 된 계기:리커넥트 단체를 세운 이송민 대표와 김인아 이사는 2018 년도와 2019년 라선과 평양을 … 더보기

정부, 국민당 5대 물가 대책 수용해야

댓글 0 | 조회 1,205 | 2022.06.14
▲ 중간 주택에 대한 주간 모기지 이자 비용뉴질랜드 경제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의 원인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지만, … 더보기

나도 대세! 대세는 전기차! 장단점 정리!

댓글 0 | 조회 1,718 | 2022.06.14
최근 도로에 보이는 전기차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마 전기차 장점이 점점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앞으로 대세가 될 운송수단이 될 텐데요. 많은 사람들의 관… 더보기

쌀은 인간에게 가장 맞는 식물

댓글 0 | 조회 946 | 2022.06.14
우리가 왜 하필 주식으로 쌀을 먹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왜 선인들이 하필 쌀밥을 우리나라의 주식으로 하셨을까요? 밀도 있고 조도 있고…… 많잖아요? 저도… 더보기

뉴질랜드 경찰서 초청으로 다민족 미디어팀, 웰링턴 경찰대학과 경찰본부 방문

댓글 0 | 조회 1,437 | 2022.06.11
지난 6월 8일과 9일, 양일간 뉴질랜드 경찰서 초청으로 다민족 미디어팀 및 협력단체 20여명이 웰링턴에 위치한 경찰대학(Royal NZ Police Colleg… 더보기

전립선암(前立腺癌)

댓글 0 | 조회 1,176 | 2022.06.11
김지하(金芝河) 시인이 1년여의 전립선암 투병 끝에 지난 5월 8일 원주시 자택에서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시인은 7일부터 죽조차 먹기 힘들었… 더보기

올겨울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세요-독감 접종

댓글 0 | 조회 1,336 | 2022.06.02

뇌동맥류와 뇌출혈

댓글 0 | 조회 1,715 | 2022.05.26
한국 영화계 최초의 ‘월드 스타’였던 강수연(姜受延) 배우가 뇌출혈(腦出血)로 지난 5월 7일 향년 5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강수연씨는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 더보기

新이민정책과 최신 이민뉴스

댓글 0 | 조회 3,541 | 2022.05.25
실로, 오랜만에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COVID-19) 이전의 시절처럼, 5월 2일부터는 한국인 국적자가 무비자 신분으로 뉴질랜드에 도착하고 있답… 더보기

새벽의 하산

댓글 0 | 조회 945 | 2022.05.25
시인 이 운룡산이 하늘을 들어올려 몸 부풀리다한쪽 어깨가 삐긋해제 무게를 내려놓고영영 깊은 도량에 푹 빠져 있다다른 꼬임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을 양세차게 흔들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