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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프란츠 카프카
새들은 새장이 뭔지도 모르던
둥지밖에 모르던 시절도 있었다
아예 둥지조차 없이 나뭇가지에
바위사이에 사는 새들도 있었다
그러나 서풍이 불어와 세상이 바뀌었다
둥지를 더 크게 짓기를 경쟁하는 흐름이
대세가 되더니 둥지를 버리고 새장을
짓는 유행이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어느 늙고 부유한 새가
젊고 아름다운 새를 위해
황금 새장을 지워준 것이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새장을 사려고 새들은
가슴털을 뽑아다 팔고
숲을 팔고 나무를 팔고
저녁노을로 유명한
풍경 마저 팔았다
없는 형편에 새장을 사고 싶어
그림자를 팔아먹은 새도 있지만
노래를 새장에 가둘 수는 없는 일
노래를 따라 새가 떠나가자
새장은 새를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