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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종원씨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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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673 김준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누릴수 있는 혜택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해외에 나와서도 바뀔줄 모르는 본성이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확실히 콕 찝어 말할수는 없지만 ‘인터넷 한국TV’는 머나 먼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필수 불가결한 삶의 한가지 요소인 듯 합니다. 때론 향수를 달래는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기억케하는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하니 말입니다. 


어제도 거실 소파에 늘어지듯 기대고 앉아서 향수도 달래고 자부심도 함양하는 매우 바람직한 정신고양운동을 하고 있었지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고매한 교양활동이 너무 지나쳤었는지 이리저리 사이트를 바꾸어봐도 별로 새로울만한 프로그램을 찾을수 없더군요. 뭘 봐야하나 뒤척거리는데 옆에 앉은 아내가 방송 하나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백종원씨와 몇몇의 연예인들이 함께 하는 출장요리 프로그램이라는데.. 뭐 시청자의 신청을 받은 후 지정된 장소에 재료며 도구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가서 요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라 했습니다. 글쎄요.. 그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요? 더구나 저는 ‘슈가프린스’라 불리우는 백종원씨의 달달한 음식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더욱 의심이 클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마.. 이게 재미있겠어?


반신반의하며 첫번째 에피소드를 클릭하고서 한 10분쯤 지났는데.. 세상에나.. 이게 정말로 재미있는 겁니다. 그냥 남자들 몇이 모여 수다떠는 것도 재미있고, 예상치 못했던 장소와 여건에 놀라는 것도 재미있고, 요리 초보인 멤버가 감자튀김을 한다며 곤죽을 만들어 놓는 것도 재미있고, 또 그렇게 망쳐버린 음식을 또 다른 모양으로 되살려내는 부활의 과정도 재미있고.. 그런데 방송 자체보다 더 재미있는건, 배낭 몇 개 들쳐매고 가서 신청자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그 재미있을 수 ‘없는’ 스토리에 장단을 맞춰가며 긴장도 했다가 웃기도 했다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는 제 자신의 반응이었습니다. 그게 뭐라고 말이지요. 참.. 제가 이렇게 쉬운 남자였군요. ㅠㅠ


프로그램의 중간에 백종원씨의 인터뷰가 등장했습니다. 백종원씨는 장교로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 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취사반의 취사장교로 말이지요. 이 분은 자원해서 취사반으로 보직을 변경했다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왔습니다. 취사반으로 옮긴후 전역할 때까지 휴가는 물론이고 외박 외출까지 몽땅 다 반납하고는 매 끼니마다 취사장을 지켰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부대에선 지금도 ‘짬장의 전설’로 기억된다지 뭡니까? 


와...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믿을래야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군인에게 있어서 휴가란게 뭡니까? 그것은 마치 480Km의 땡볕 모래사막을 바짝 마른 북어모양새로 행군하다가 숨 넘어가기 바로 직전에 도착한 오아시스와도 같고, 코 끝이 꽁꽁 얼어붙는 2000고지 겨울밤을 이 악물고 버티고나서 햇빛과 함께 맞이하는 뜨끈한 미역국 한사발과도 같은 것이 휴가일진데.. 세상에 그 좋은걸 마다하고 요리가 너무 좋아서 취사장에 소위 ‘짱박혀’있었다는건 제정신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 죄송하지만 ‘미친’ 상태였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네요. 아마 백종원씨가 그 정도의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적인 성공도 이루어내지 않았을까요? 내심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보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와~ 정말?? 대박이네.. 역시 성공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아내가 맞장구치며 이런 현명한 대꾸를 합니다.


‘그러게. 대단해.. 더군다나 그 부대 사람들은 그게 웬 복이야? 백종원씨가 만드는 맛난 요리를 삼시세끼 즐겼을거 아냐. 게다가 휴가까지 반납하고 밥을 했다니 맛없는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떼운날도 없었을테고.. 정말 좋았겠다.’


역시 현명하신 마나님은 때맞춰 시맞춰 명언들을 쏟아내십니다. 그렇습니다. 당신 스스로의 고백처럼 백종원씨는 취사장교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식당사업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분이 휴가와 외출을 반납한 것은 요리에 대한 열정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세워나갈 바탕을 만드는 일이었을겁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기 좋자고 한 일이라는거지요. 하지만 그 열정과 성실과 헌신의 혜택은 백종원씨의 인생언저리에만 머무르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젊음을 불태워 요리를 연구하고 맛난 음식을 만들기에 매진하는 동안 수많은 장병들이 맛좋고 다양한 식사를 즐기며 국토방위에 힘쓸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부대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킨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국방력 제고에도 한 몫을 했다 말할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문분야에서의 성공의 꿈을 이루기위해 열심을 품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노력이 우리 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듯합니다. 우리가 맡은바 일을 성실히 해 나가고 또 그에 상응하는 성취를 이루어 나갈때 누군가는 그 선한 과정의 이익을 함께 나누게되니 말입니다. 아마 나와 이웃이 상생하는 긍정의 선순환은 인간역사의 시작과 함께 개인의 욕망을 넘어선 고차원적인 동기부여의 수단이 되어온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환자치료에 지극정성인 의사선생님은 당신의 명성이 퍼지면 퍼질수록 더 많은 환자에게 인술의 은혜를 입히게되고,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온 마음을 쏟는 학교선생님은 당신의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많은 제자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손님의 집을 내집처럼 정성껏 지어올리는 목수님은 당신의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더 많은 가정에 든든한 안식처를 제공하게 되고, 맛과 영양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주방장님은 당신의 사업이 번창하면 번창할수록 더 많은 손님들에게 식도락의 행복을 전파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놀고싶은거 참아가며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은 그 모습자체로 부모님의 행복이 되고 내일의 우리 사회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근거가 됩니다. 그것은 비단 성적이 일취월장하거나 혀를 내두를 만큼의 고득점을 획득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자신에게 기대되는만큼 이루어내려는 노력은 철부지 아이가 자라 어엿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고 보호를 받던 미숙함이 변해 다른이들을 돌보아주는 성숙함으로 변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이나, 운동, 예술, 기술등의 전문분야에 열심인 학생들은 그 자체로 모두가 상생하는 긍정의 선순환을 돌려간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나 자신의 성공을 위한 성실함과 노력의 결과로 나와 이웃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원리..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하는 이 아름다운 선순환에 우리의 아이들이 기꺼이 한 몫을 더 하는 남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2022년의 끝자리에 서는 그 날, 우리의 아이들 하나하나가 자기 나름의 ‘백종원씨’로 탈바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백종원씨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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