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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재유행(再流行)에 대한 불안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한 주(6월20-26일) 동안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428만명 발생하여 3주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반등(反騰) 조짐은 지난 주(6월26일-7월2일)부터 나타났으며, 방역 당국은 코로나 유행이 재확산 단계로 진입했다고 7월 8일 공식 발표했다. WHO는 각국에 “방역을 다시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확진자 수가 6월 29일 1만455명으로 20여 일 만에 1만명대를 기록했으며, 한 주(6.26-7.2) 신규 확진자 규모는 5만9844명으로 3월 3주 이후 15주 만에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7월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286명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시간이 많이 지나 면역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변이가 나타나면서 재유행 시 하루 15만-20만명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123만명(7월 6일 기준)으로 지난 5월 20만명대까지 떨어졌다가 급격하게 반등하는 추세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20만6706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7만9507명, 이탈리아 13만3015명, 독일 13만728명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이 9만412명,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7만4591명,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3만6164명이 확진되었다.
미국은 1만명대까지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가 지난 5월 다시 10만명대로 늘어난 뒤 줄지 않고 있으며, 입원환자는 하루 평균 3만5천명에 달해 4월 대비 2배 증가했다. 이스라엘(Israel)도 BA.5 변이 비율이 57%까지 치솟으면서 한 달 전 5000명대를 기록하던 하루 확진자가 1만5000명대까지 증가했다. 사실상 ‘6차 확산’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이어지자 보건부 장관은 지난 7월 3일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장했다.
전 세계 신규 확진자 중 38%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3국에서 나왔다. 특히 프랑스는 하루 확진자가 2주 만에 80% 급증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지난 3월에 해제했던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다시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주요 국가에서 코로나 방역 조치를 완화한 후 이 지역을 여행한 관광객이 늘면서 재확산이 다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 World Tourism Organization, UNWTO)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제 여행객 수는 1억17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00만명에 비해 3배로 늘었다. 이 중 약 70%가 유럽을 오간 여행객으로 유럽행 여행객 수는 지난해 대비 3.8배 급증했다. 유럽에서 대규모 국제 행사가 연이어 개최되고 해외 여행객들도 쏟아져 들어오면서 유럽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관광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680만1978명으로, 상반기 가장 많았던 2018년 658만34명보다 3.4%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은 2020년 관광업계를 위해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이라는 이름의 전국 여행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증가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올 상반기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682만6468명 중 내국인은 99.6%를 차지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0.4%인 2만4490명에 머물렀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무사증(無査證) 입국 제도가 2020년 2월부터 2년 4개월간 중단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의 32배인 78만4615명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국내 단체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이 재개됐고 연수회, 학술행사, 전시회, 박람회 등 행사나 모임이 많아졌다. 이에 불과 3-4개월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전세버스가 제주 주요 관광지와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여행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부담감이 국내 제주행을 이끈 요인이다.
현재 유럽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지배종, 즉 감염의 다수를 차지하는 변종은 오미크론(Omicron) 하위 변이 BA.4와 BA.5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7월 2일 기준) 중 BA.4는 16.5%이며, BA.5는 54%이다. 전염 능력이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의 5배에 달하고 면역 회피력이 강하여 기존 오미크론 감염자도 다시 걸릴 수 있다. 코로나 항체가 생성됐더라도 BA.5에는 돌파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 BA.5가 점점 우세종이 되어가는 상황이므로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BA.5가 우세종이 되겠지만 중증화율(重症化率)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만큼 확진자와 중증환자가 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난 2주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입원 환자들도 매일 1000여 명씩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여름철 무더위로 인하여 실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 조성되어 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외 휴가객 증가도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 해외 입국자들이 늘고 거리 두기 규제도 사실상 없어 코로나19 재유행이 쉽게 잡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 유입 사례 중 절반은 BA.5 감염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주(6월26-7월2일) 국내 감염 사례 중 BA.5 검출 비율은 24.1%에 달해 그 전주(7.5%) 대비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달 초까지는 스텔스 오미크론(BA.2)과 하위 변이들(BA.2.3, BA.2.12.1)이 국내 변이의 99%를 차지했지만, BA.5가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한 명의 확진자가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reproductive number)는 지난주 1.05로 집계됐다. 통상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한다고 보는데 1을 넘어선 건 3월 넷째주 이후 처음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등 연구진에 따르면, BA.5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해 감염을 예방하는 항체인 중화항체(中和抗體, neutralizing antibody)를 감소시키는 능력이 기존 오미크론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는 BA.5는 면역 회피의 달인이라며 첫 감염 3개월 이후에 나타나는 재감염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등에서 실시한 임상(臨床)에 따르면, BA.5는 기침과 콧물, 두통, 피로 등 증상은 오미크론과 비슷하지만, 한층 심한 목구멍 통증과 코막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각(嗅覺)이나 미각(味覺) 상실은 덜하다고 한다. 작년 말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창궐한 이후 오미크론 변이는 분화될수록 중증도와 치명률은 대체로 낮아지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완치 이후 다양한 유형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롱 코비드 증후군(Long COVID syndrome)’라고 명명했다. 흔히 호흡기계 후유증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뇌신경계 후유증이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즉, 코로나19 완치자를 대상으로 회복 후 1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 나타난 후유증을 조사한 결과, 집중력 장애와 인지장애, 불면(不眠) 등의 증상이 대거 발견됐다.
최근 케임브리지대학 등 영국 연구진들의 조사에서 비교적 경미했던 감염자의 약 70%에서 인지장애가 발견됐고, 이중 3/4은 증상이 너무 심해 직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뇌에 염증성 손상이 발생하고, 미세 혈전(血栓)이 형성돼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롱 코비드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염증성 손상과 뇌 혈류 장애는 치매가 발생하는 기전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롱 코비드 증후군을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나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마찬가지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유발인자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8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롱 코비드 증후군을 겪고 있는 잠재적 인구를 20%로 추산하더라도 360만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이므로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미국은 ‘BA.5 백신’으로 4차 접종을 추진하고자 전용 백신 개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새로운 개량 백신은 10월, 11월쯤 출시될 것으로 본다. 이에 기존 백신도 BA.5를 포함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의 3차 접종률은 32%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4차 접종을 독려하면서, 치명률이 높은 80세 이상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아달라고 했다.
방대본은 확진자 수가 증가하더라도 당장 방역을 강화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방역 당국은 의료체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동하고 있는지와 사망이나 위중증과 같은 질병의 중증도의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고 했다. 현재까지는 위중증과 사망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의료체계의 여력 또한 안정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BA.5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는 중증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는 않아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입국제한 등의 방역 강화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에 걸리면 1인 가구는 10만원, 2인 이상 가구는 15만원의 생활지원비를 조건 없이 주었다. 이러한 생활지원비가 7월 11일부터는 소득 하위 절반 가정에만 지급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하반기 재유행에 대비해 생활 여건이 어려운 계층에 지원을 집중한다. 확진자가 재택 치료 때 발생하는 병원비•약값 중 평균 2만원 안팎인 본인 부담금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중단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월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난 14주간 감소세를 이어오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이번 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원스톱 진료 기관을 늘려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일반의료체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스톱 진료 기관’은 현재 코로나 환자 진료에 참여 중인 동네 병•의원 1만2601곳 가운데, 코로나 검사와 진단, 진료, 약 처방이 모두 가능한 의료 기관이다.
현재 전국에 6206곳이 원스톱 진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원스톱 진료 기관에서는 검사부터 치료까지 필요한 처치가 신속하게 이궈질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의료계와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1만 개 이상 확보하겠다”고 했다. 기존에 코로나 환자 진료에 참여 중인 동네 병•의원 명칭은 ‘호흡기환자진료센터’로 통일하기로 했다.
코로나19는 변이를 계속하므로 인구의 90%가 항체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집단면역(集團免疫)이 형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WHO도 코로나(COVID-19)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여름철 인구 이동 증가, 냉방을 통한 실내 활동 증가, 예방접종 효과 저하, 전파력 높은 세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등으로 코로나19의 재유행 시에는 가급적 3밀(밀접•밀폐•밀집)을 피하고,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