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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방에서는 아직도 떠돌이 시장이 서고 있다고 한다. 시장이라면 필요한 물품을 필요한 때에 알 맞는 값에 언제나 살 수 있는 곳인데 이런 시장이 항상 마련되어 있지 못 한 곳도 많다. 그래서 닷새 만에 이런 임시 떠돌이 시장이 반짝 서는 곳이 아직도 있다고 한다. 시장은 물건을 가져와 파는 사람들과 이런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열린 터이다. 집에서 키운 닭이나 짚으로 엮은 꾸러미에 정성스레 담은 계란, 채소 또는 수공 품 등등 갖가지 물건을 내다 판다.
이런 시장은 현물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요했던 읍내에 사람이 모이니 활기가 넘친다. 이 틈에 가설 무대가 서고 맛집도 덩달아 손님을 끈다. 요술 마술에 재주꾼이 바빠지고 장돌뱅이와 동네 사람끼리 이런 저런 소식과 정보도 나눈다. 사람사는 맛이 돌아온 장터이다. 이런 얘기는 이효석(李孝石)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도 잘 그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이렇게 물건을 지금 바로 살 수 있는 현물시장에 비하여 몇 달 후의 예상가격을 정해 놓고 물건은 나중에 가져가기로 하고 사고 파는 시장도 있다. 곧 “선물(先物)시장”으로 미국의 뉴욕과 영국의 런던 등에 발달되어 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이 만나는 곳으로, 5일장과 근본은 같다고 하겠다. 이런 시장 활동은 거대한 실내에서 이루어 지는데 상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많은 주변 요인들이 실시간으로 전광판을 통하여 제공되고 있다. 주로 상품(농산물)별 시세, 환율, 금리, 원유시세, 주식시세 동향 등…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교환되고 있다. 현물가격과 앞으로의 예정가격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장은 주로 밀가루나 식용유 같은 대 규모 농산물 가공업체가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간단히 예를 들면, 대두(콩)의 현물 시세와 향후 예상시세도 보여주고 있어 원한다면 일년후에 필요한 대두를 지금 미리 사 놓을 수도 있다. 이 때에는 사는 쪽은 그 가격에 영향을 줄 위 여러가지 영향 요인을 잘 분석-예측해야 한다. 그런데 일년 후의 실제(=현물시장)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그 때 가 봐야 알 수 있다. 이런 시장기능을 이용하여 실제로 콩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도 투자 이익만을 노리고 미래가격 변동에 투자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자금 여유가 있는 의사, 주부, 은퇴자 들이 “투자”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투기(投機)”라 부르기도 한다.
선물시장의 중심품목인 농산물가격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심는 시기, 날씨, 영농 기술, 정부 정책 등… 이에 더하여 전쟁 등 국제 정세도 중요하다. 어찌 보면 농업 이외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중동 전쟁, 전쟁 위기, 자원 민족주의 등을 통해 가격 폭등을 보아 온 바 있다. 최근의 우크라이나-러시아사태는 농산물 공급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지역은 사실 세계의 밀 밭이다. 필자가 만난 우크라이나의 한 농부는 “한 해 농사 잘하면 4년은 먹을 수 있다”며 농업의 공급력을 자랑했었다. 그러나 이 전쟁으로 세계 밀(원맥)공급의 1/3가량 그리고 해바라기 씨의 약 20%가 공급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 홍수와 강풍 또는 심한 가뭄 등으로 여러 곳에서 공급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팜(Palm)오일 수출을 중지한다고 하는데 한국 같은 라면 생산업계에 부담이 염려된다. 인도도 자국안에서의 소비를 위해 밀과 설탕 수출을 규제한다고 하며 말레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금지한다고 한다. 자원 민족주의가 염려되고 앞으로 이런 농산물 가격 인상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제 원유시세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덩달아 운송비도 오르고… 금리도 오를 전망 이어서 금융비용도 부담이 될 것 같다.
이렇게 가격인상 압박 속에서 우리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생산-운송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전쟁을 끝내도록 관계국들의 노력이 요망된다.
정부는 소비재 생산과 유통관련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고 소비 단위는 공동구매를 생각할 수 있다. 대중교통 환경을 합리화하여 대중이 이를 활용하도록 정부는 노력하고 소비층은 불요불급한 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요망된다. 내 차 보다는 버스를 타고 다니고 외식 보다는 집 밥에 맛을 들여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 유 승재
한민족한글학교 BOT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