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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담장)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지푸라기) 정쇄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축(六畜)은 못다 하나 우마계견(牛馬鷄犬) 기르리라
씨암탉 두어 마리 알 안겨 깨여 보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조롱장이 물쑥이라.
(중략)
달래김치 냉잇국은 바위를 깨치나니"
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2월령의 일부 내용이다. 농가월령가는 계절별 농사를 비롯한 세시풍속을 일깨워 주는 월령체 장편가사로 이조 헌종 때 정 학유가 지은 우리 가사문학의 대표작 중에 하나이다. 전래되는 농업에 대한 체험 과학이 담겨 있으며, 농민을 계도하기 위하여 청유형으로 쓰여 진 권장가요인 셈이다.
농가월령가에는 월별로 2개의 절기로 나누어서 일 년 24절기마다의 농사 일이 기록되어 있고, 농촌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세시풍습이 잘 묘사 되어 있다. 2월령에는 경칩과 춘분에 대한 절기가 나와 있다. 원래 절기는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마련되었다지만, 농가월령가에 보는 바와 같이 한국에서도 잘 적용이 되고 있다. 절마다 운율이 있어 읽어 내려 가는 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언제 누가 읽어도 정감이 나게 되어 있어 고전문학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농사를 비롯한 가든닝(Gardening)에는 절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달 오클랜드의 절기는 한국의 음력 2월에 해당된다. 해마다 절기를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우리 선조들은 농가월령가를 지어서 농민을 일깨웠던 것이다. 그러면 뉴질랜드 사람들은 이러한 절기의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필자는 양력은 서양인들의 달력이고, 음력은 동양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았던 적이 있다. 또한 '세계인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양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세대다. 따라서 서양인들이 음력을 활용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무지하게도 서양인의 달력에도 음력이 기록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유기농업 운동으로 유명한 'Biodynamic Farming'에서도 'Moon Calendar'를 기준으로 가든닝에 대한 설명이 기록된다.
작물별로 씨 뿌리는 적당한 시기가 기록되어 있고, 수확하는 때도 나와 있다. 음력을 활용해서 달이 차 오르는 기간에는 각종 씨앗을 파종하거나 옮겨심기에 적합하며, 달이 기우는 기간에는 농작물의 거두는 시기로 분류한다. 한 달에 이틀씩은 농사일을 피해서 휴식을 취하는 날로 되어 있어 주술적이기도 하다. 아마도 동양의 책력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기후변화가 심하게 발생되고 있다. 또한 농업기술의 발달로 절기의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절기의 변화는 일 년을 주기로 반복되면서 우리는 계절을 변화를 느끼게 된다. 뉴질랜드와 한국은 6개월의 계절차이를 보인다. 뉴질랜드에서의 농사일이나 가든닝에 절기를 적용하는 데, 한국을 절기를 빌려서 이해하려는 것도 우리에게 익숙한 기준대로 활용하려는 편의성 때문이리라.
한국의 농촌진흥청에서는 절기에 따른 '주간 농사정보'를 발표한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는 'Organic Garden Calendar'에는 월별 가든닝에 대한 안내를 제시한다. 어느 것을 활용하든지 자신에게 편리한 정보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생활하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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