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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2009. 10:15 코리아포스트 (219.♡.20.19)
원예 칼럼
옆집에는 우리 뒷마당을 넘겨다 보면서 한창 자라고 있는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 옆에는 노폭파인이 심겨져 있어 자꾸만 담장을 넘본다. 지난해 여름 처음 이사를 왔을 때 복숭아가 한 창 익고 있었다. 바람결에 떨어진 복숭아가 탐스러워 한번 맛을 보았다. 이럴 수가 그대로 꿀맛 보다 달콤했다. 이 말에 집사람까지 덩달아 맛을 보게 되었다. 여태껏 그런 복숭아 맛은 처음이란다. 그런데 옆집 아주머니가 복숭아를 따면서 우리 마당으로 들어온 가지를 휘어서 담장에 걸쳐 놓았다.
올 봄에는 아주 탐스러운 복사꽃을 선사했다. 정말로 뒷마당이, 아니 집 전체가 환하게 무릉도원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문제의 그 복숭아가지가 자라면서 다시 당장을 넘어온 것이다. 두 사람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잘 하면 올해도 그 복숭아 맛을 다시 볼 수 있게구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창 잘 자라던 복숭아 잎이 곰팡이 병으로 돌돌 말린다. 점점 전체 나무로 번지는 것이 아닌가? 이걸 본 집사람은 농약이라도 사다 뿌렸으면 좋겠단다. 그러면서 전문가니 무언가 대책을 내 놓으란다. 어찌 옆집의 한그루 나무에 농약을 뿌릴 수 있겠는가? 아쉽지만 올해는 복숭아 맛보기는 글렀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작은 복숭아 열매가 자라면서 새로운 잎이 피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은 극히 드문데, 복숭아나무가 아주 강건해서 곰팡이 병을 이겨낸 것이다. 그 복숭아나무가 무척 대견스러웠다. 그러면서 복숭아도 점차 커가기 시작한다. 올해는 지난해만큼은 아니었지만, 옆집 복숭아나무는 그래도 풍성한 결실을 선사했다. 담장을 넘어온 그 가지는 이제 다시 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 졌다. 이제는 우리 뒷마당에 터를 잡은 것이다.
복숭아와 관련된 일화는 아주 많으리라. 한국에서 투병 중인 어떤 재벌은 해독작용을 위해 복숭아 익기를 재촉한단다. 그래서 장호원에 농장에 가서 미리 주문을 해 놓고 기다린단다. 또한 담배를 즐겨는 애연가는 복숭아가 니코틴 해독에 좋다고 씻지도 않은 복숭아를 털 채로 먹는다. 최근에 연구보고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발표한다. 복숭아가 약을 많이 먹어야 하는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그런 복숭아가 꿀맛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 않겠는가?
복숭아는 여러 품종이 있어서 이른 여름부터 초가을 까지 계속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과일이다. 아주 물렁하고 달콤한 품종이 있는가하면 아주 딱딱해서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다. 무더운 한 여름을 이기기 위해서 꼭 함께 해야 할 과일이다. 자기 식성에 따라 골라서 즐기는 것이 좋으리라.
이제 필자는 옆집 복숭아나무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익은 복숭아가 바람에 떨어지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옆집 아주머니와 협상을 벌이려 한다.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도 있지 않았던가. 옆집에서 넘어온 감나무 가지에 달린 감을 몽땅 따먹던 욕심쟁이 영감이, 오성의 지혜로 감 값을 지불했다던 그런 얘기 말이다. 초콜릿 한 상자를 들고 가서 옆집 아주머니와 협상을 벌이련다. 우리 뒷마당으로 넘어온 복숭아나무 가지는 그대로 두시라고, 그리고 우리 집에서 수확을 하겠다고. 그리고 아주머니는 대신 초콜릿을 즐기시라고. 대단한 윈윈 전략을 세웠는데 옆집 아주머니는 어떤 전략으로 나올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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