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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10. 17:19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원예 칼럼
상추를 쌈으로 먹은 것은 한국인의 고유한 음식문화 중에 하나이다. 60년대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밥을 상추에 싸서 입이 터지게 먹는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는지? 필자가 부산에서 군생활을 할 때 기억인데, 하숙집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상추쌈은 고등어조림이 있어야만 제 맛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신세대들에게는 상추쌈은 삽겹살을 먹을 때만 필요한 걸로만 알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상추쌈을 어떻게 즐기던지 간에 우리와 아주 친근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어른들께서는 예전에 농촌 텃밭에서 갓 뜯어낸 상추쌈의 기억이 생생하리라 생각된다. 특별한 반찬 없이 밥에 상추와 된장찌개만으로 차려진 봄철의 소박한 밥상. 하얀 진이 뚝뚝 떨어져 손이 끈적끈적 했던 상추의 추억. 약간 쌉쌀하면서도 진한 맛이 나던 그런 상추 말이다. 이제 한국에서는 수경재배 등 온실에서 키운 상추가 보편화 되면서, 예전의 그런 상추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불평이다. 온실에서 재배하다 보니 상추가 쑥쑥 자라 연하고 부드럽기 마련이다. 그러니 예전 텃밭의 상추 맛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상추를 먹고 나면 좀 졸립다? 물론 예전 얘기로 돌릴 수도 있다. 영양상태가 충분치 못해서 인지, 봄철이면 꾸벅꾸벅 조는 현상이 심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춘곤증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상추를 먹고 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점심식사 후에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고 나서는 “점심에 상추를 먹었더니”라고 핑계를 대곤 했었다. 상추에는 약간 쓴맛이 나는 데, 이것은 일종의 알카로이드 성분으로 최면과 진통 효과가 있다. 그래서 상추를 먹으면 체질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약간 졸립기도 하다.
‘가을철 상추는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상추는 저온성 채소로 봄철과 가을철 맛이 최고다. 그래서 남이 보면 맛있는 상추를 빼앗길까봐 문을 잠그고 먹는단다. 다른 한 가지, 예전에는 봄철에 입병이 흔했다. 그러면 상추를 먹으면 낳는다고 열심히 상추를 먹었다.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리라. 예전의 어른들 말씀을 따라 열심히 상추를 먹어보면 알 수 있으리라.
앞에서 말한 대로 상추는 서늘한 기후 조건에서도 잘 자란다. 온대지방에서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쉽게 재배할 수 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비닐온실에서도 재배가 용이하고, 현대적 온실에서는 특별한 가온시설이 없이도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채소로 분류될 수밖에.
그러면 여름철에 상추에게는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햇볕 쪼이는 시간이 길어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상추는 씨를 만들기 위해서 길게 꽃대를 내밀면서 잎이 작아지고 단단해진다. 그러면 상추는 쓴 맛이 강해지면서 잎이 뻣뻣해져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상추가 자기 씨를 보호하기 위하여 새로운 변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름철에 상추를 즐길 수 없는 시기가 된다.
오클랜드에서는 봄이 아주 짧아 여름이 빨리 온다. 그래서 상추를 재배할 경우 꽃대가 빨리 나온다. 반면에 가을철은 길어서 상추를 재배해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무척 길다. 여름철에 상추씨가 생기고 나서는 그 씨는 그대로 방치해 놓거나, 슬슬 흔들어서 씨를 뿌려주면 곧바로 새싹이 돋아난다. 그러면 자라는 대로 뽑아서 먹을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그리고 그 걸 그대로 두면 겨울철에도 잘 살아 있다. 아주 이른 봄에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상추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재배하기 쉬워서 세계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상추, 쌈 문화로 우리와 너무나 친숙해진 상추, 예전에 어려운 시절이 즐겼던 하얀 진이 뚝뚝 떨어지는 상추, 여러분의 뒤뜰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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