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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011. 11:58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원예 칼럼
예전 기억으로는 고향에는 참새가 무척 많았다. 그래서 가을이면 논과 밭에 참새 떼가 극성을 부렸다. 곡식을 마구 쪼아대는 이들은 없어야 하는 동물로 여긴 적도 있다. 다른 한 기억은 호주 출장 중에 호텔 방에서 시끄러운 새소리에 단잠을 깬 적이 있다. 그리고 훨씬 후 뉴질랜드의 생태 필드트립에서 새소리를 감상하고 보고서를 쓴 적이 있고, 오클랜드 카우리 숲에서 새소리에 정신을 팔린 적도 있다. 지금은 아침 창가의 깜둥이 새소리에 눈을 뜬다.
뉴질랜드 지폐와 동전의 뒷면에는 대부분 새 그림이 들어 있다. 그리고 시티 카운슬에서 관리하는 공원에는 새들의 먹이와 안식처를 제공하는 플랙스(Flax, 아마), 카우하이(Kowhai, 우리의 개나리를 연상시키는)를 심기에 열성이다. 멸종 위기로 치닫는 투이(Tui), 방울새(Bellbird), 케레루(Kereru) 등 토종 새를 보호하려는 운동의 일환이다. 그리고 포도원에서는 가을철 포도가 익어가기 시작하면 그물망을 치느라 야단이다. 새 피해를 막아 보려는 방책이다. 새를 잡아버리는 적극적인 방법 보다는 아주 번거롭고 일손이 많이 들어 귀찮아 보이는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 그들은 새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나 보다.
그러면 왜 이리들 새들과 함께 살려는 노력에 적극적일까? 사람들도 살아가기 힘이든 데 말이다. 새타령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새는 우리 생태의 중요한 자연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애써 가꿔 논 과일을 허락 없이 실례할지라도, 과수원 정원 산림의 해충의 밀도를 조절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자연의 소리로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려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새 없이는 인간도 행복해 질 수가 없다고나 할까.
뉴질랜드는 짧은 인류의 상륙 역사에서 울창했던 저지대 산림이 농지와 초지로 변했고, 습지도 상당부분 잠식당했으며, 인간과 함께 도입된 가축으로 인하여 새들의 터전을 침해당함으로써 세계 어느 지역 보다 빠르게 새들이 멸종되어 왔다. 또한 다른 대륙과 멀리 고립되어 있어 이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쉽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돌보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새소리가 시끄럽다고 새들이 자주 찾는 나무를 베어버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 나무는 새들의 보금자리로 하나의 큰 나무에는 많은 새들이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만약 나무 한 그루를 베어버린다면 그 많은 새들은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면 새들은 그들의 생존을 위하여 자꾸만 농작물을 넘보게 된다.
영국은 지금 한창 겨울인데 올해는 폭설이 심하다. 토종 새가 굶어 죽을까봐 걱정이 대단하다. 가정의 정원에는 먹이 대를 설치하고, 먹이 주머니를 달아주는 것도 모자라,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치즈 같은 영양식을 준비하란다. 근본적으로 가정의 울타리에는 새들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작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를 심으라고 권장한다. 홀리(Holly), 아이비(Ivy), 호썬(Hawthorn), 해바라기 등이 적당하고. 지난 몇 년간 시민들이 새들의 먹이와 물을 제공한 덕분에 이들의 밀도가 늘어났지만, 혹독한 추위가 닥치는 해는 다시 새들의 수가 줄어 들 수밖에.
환경지킴이는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을 역설한다. 새들의 위해서 숲속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 연중 먹이감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란다. 그리고 이동이 잦은 새들이 우리의 정원에 들려 쉬었다 갈수 있도록 새들의 먹이가 될 수 있는 토종 식물을 심으라고 강변한다. 꿀을 좋아하는 새들의 위해서는 밀원을, 열매를 좋아하는 새들에게는 작은 열매나무를, 추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름이 풍부한 해바라기를 한 그루 정도는 꼭 심으라고. 그리고 새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연못을 마련하란다.
우리 주변의 새들이 정원의 딸기 무화과 베리를 우리 보다 먼저 실례 할지라도, 아니 조금은 시끄럽게 굴더라도, 우리 정원의 한 식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새 없는 우리 뒤뜰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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