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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2011. 12:25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원예 칼럼
‘당신은 대형 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 합니까, 아니면 동네가게를 자주 들릅니까?’ 영어 작문의 한 제목이다. 찬반양론에 대한 논리적 전개를 보기 위한 훌륭한 제목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어느 것이 여러분의 소비형태 입니까? 대형마트에는 그야말로 탐스러운 농산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 언제나 가벼운 마음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편리하다. 동네가게는 주인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면 안부를 물을 수 있으나 좀 구질구질하고 볼품없는 상품도 꽤나 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대형 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이 일반적이리라.
그런데 대형 마트의 농산물은 대부분 기업농이 생산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대표품종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어디서나 작목별로 인기 품종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인기품종의 한정된 먹거리로 살아간다. 예를 들면 사과는 ‘후지’를, 키위는 ‘헤이워드’를, 감은 ‘부유’를, 배는 ‘신고’를 최고의 품질로 치면서 최고의 식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간주한다. 개인의 서로 다른 식성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그런데 인간은 보다 다양한 영양자원을 필요로 한다.
우리 동네 과일가게는 허름한 오래된 창고건물이다. 예전에 과일 저장고와 선과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이제 도시화로 과수원의 기능은 크게 줄어들었고, 지금은 과일가게로 변신해서 지역주민과 친근하다. 농장에서 생산한 채소 과일을 직접 판매한다. 호박 샐러리 등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곁들여서 구색을 갖춘다. 또한 과일가게 옆 복숭아밭에는 아담한 까페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한가한 주말에는 복사꽃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현대인 기호에 맞도록 사업의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한껏 멋을 부린다고나 할까.
이 과일가게를 들르면 색다른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다. 아주 귀한 품종의 복숭아 사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오래된 품종의 농익은 과일을 골라 맛본다. 또한 예전에 사용하던 사과상자 한가득의 떨이 과일도 만날 수 있다. 너무나 농익어서 한 쪽이 변질되는 복숭아를 그대로 판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한 상자를 몽땅 병조림을 해 봄직하다. 그래 소비자가 직접 품질을 확인하고 사든지 말든지 하라는 듯.
신문사 논설위원의 독백에 가까운 말이 생각난다. 자기는 값이 비싸다는 핑계로 한 번도 유기농산물을 구입한 적이 없단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유기 농산물보다 더 안전한 상품을 구입하기를 원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이런 농산물 소비 형태를 보인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나의 소비 형태는 편의성 위주의 현대 소비자이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구입하고 싶다. 이런 게 현대인의 무감각한 소비형태가 아닐는지.
대형마트의 인기품종의 농산물은 기업농의 단일작물 재배(모노컬처), 대규모 생산, 농기계 활용 등에 적합한 규격화된 상품이다. 이들 농산물의 저렴한 가격에는 유통마진을 줄이는 적은 노력과 함께 생산원가를 줄이려는 많은 노력에 집중된다. 여기서 얻어지는 이익은 고스란히 우리의 환경 부담금으로 전가된다. 우리가 현재에 누리는 값싼 농산물은 미래의 환경을 담보로 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 소비자 선택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뉴질랜드는 지역사회 운동이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다. 푸드 마일 운동과 함께 주말시장도 활력을 받는다. 동내 과일가게에서는 여름에는 농익은 황도 복숭아를, 가을에는 눈이 시리게 빨간 스프랜더 사과를, 겨울에는 진흙이 묻어 더욱 싱싱한 시금치를, 봄에는 터질듯 탱탱한 아스파라거스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멋 부리는 싶은 주말에는 커피 향의 추억을 찾아서. 지역사희 운동의 훈훈 동참을 위해서 오늘도 동네 과일가게를 찾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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