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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2011. 16:39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원예 칼럼
우리 집 울타리는 이웃과 경계한다. 울타리 안 정원에는 주인이 좋아하는 장미, 목련, 잔디로 가득 하다. 민들레 질경이 같은 잡초나, 달팽이, 슬러지 같은 민망한 것들은 발을 붙일 틈이 없다. 울타리는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주요한 표식이 되지만, 하나의 고립된 개별 공간의 경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정의 정원은 주인의 취향을 위하여 별개의 섬이 된다. 주인은 이 사유공간을 관리하느라 온갖 정성을 다한다.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이웃 없이 혼자 살아 갈 수 없듯이 우리 정원도 마을 생태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의 개별 프라이버시 공간도 마을 생태의 일부로 개방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집은 오클랜드 서쪽 카우리 숲 산자락의 작은 언덕에 위치한다. 집 아래쪽으로는 자그마한 개울이 흐르고, 골바람은 사철 우리 집을 스치고 지나간다. 앞쪽은 마을공원으로 트여 있지만 옆집과 뒷집과는 울타리로 둘려져 있다. 담장 너머로 옆집의 키가 훤칠한 정원수가 우리 집을 훔쳐본다. 뒷집 고양이는 울타리를 타고 노닐며, 마을의 까만 새 깜치는 우리 정원이 자기 안방이다. 호박벌과 노랑나비는 꽃을 찾아 이집 저집을 넘나든다. 울타리가 아무리 단단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소중할 지라도 이들은 주인의 허락을 기다리지 않는다.
현대인이 도시에 몰려 살면서 개별 가정은 자꾸만 담장을 단단하게 설치해 간다. 우리의 생활은 마을의 생태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무심한 요즘 사람에게는 가정의 안전이 우선이다. 물론 나도 이에 속한다. 도시화가 먼저 이루어진 유럽에서는 개별 정원도 마을 생태의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역 생태에게 거주 공간으로 공개하라는 주문이다.
영국에서는 토종 호박벌이 현대농법에 의하여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보존운동이 전개된다. 중요해 보이지 않는 호박벌에게 먹이를 제공하기 위하여 밀원 식물을 심도록 하고, 지역주민의 관심을 돋우기 위한 ‘호박벌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멸종 위기에 있는 ‘솜털호박벌(Short-haired bumblebee)’은 뉴질랜드에서 다시 도입토록 했다. 아울러 가정의 잔디밭을 잡초가 꽃을 필 수 있도록 관리하란다.
런던의 도심에서는 줄어들고 있는 참새와 함께 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도심에 참새의 서식지를 제공토록 하고, 토종 관목류를 많이 심으며, 정원 한 귀퉁이는 자연 그대로 방치해 둔다. 그리고 참새가 살만한 둥지를 만들어 제공했다. 한 해만에 도심에서 참새를 발견하게 되었단다.
다음은 네덜란드의 얘기다. 도심에서 차에 치어 죽는 고슴도치가 안쓰러워 이를 해결하려는 운동을 벌리고 있다. 집집마다 흔히 설치한 나무 울타리에 구멍을 만들어서 고슴도치가 쉽게 이동하게 해 주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마을 연못에도 고슴도치가 물에 빠질 경우 탈출하기 쉽도록 계단을 조성했다. 별로 귀엽게 생기지 않은 고슴도치도 마을 생태의 주요한 구성원이라고.
또한 도심에 군데군데 생태공원을 조성한다. 주로 토종 식물을 심어 놓고 자연 상태로 관리한다. 그러면 머지않아 야생 동식물이 번식하여 생태계가 복원된다. 여기에서 살아난 야생 곤충이 우리 정원의 해충을 잡아먹는다. 그러면서 마을의 생태는 건전성을 회복하게 된다. 이러한 생태공원은 가정의 정원과 다른 생태공원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한다.
우리가 울타리를 단단하게 설치하면 할수록 정원은 더욱 더 고립된다. 정원의 동식물은 자연 상태의 번식이 제한되며, 이들을 공격하는 병해충이 늘어난다. 우리의 정원은 마을의 다양한 생태성이 확보될 때 건전성이 강화된다. 여기서 우리 울타리의 개방성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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