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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011. 13:44 NZ코리아포스트 (122.♡.159.124)
원예 칼럼
“어떤 쌀을 드세요?” “한국 쌀을 먹고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 쌀인데요?” “한가위, 이천쌀 인데, 밥맛이 괜찮던데요?” “그래요, 원산지를 확인해 보셨나요?” “원산지라니요, 포대에 한글로 써 있던데요?” 지난달 모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다.
한국인은 유사 이래로 쌀에 의존해서 살아 왔다. 또한 한국 쌀은 한반도 기후풍토의 산물로 평가 한다. 벼농사는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리는 몬순 기후지역에서 잘 이루어진다. 그래서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리고 무더운 지역에서는 쌀이 주식이다. 그러나 미국 호주에서는 강이나 저수지 물을 이용해서 벼농사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쌀을 그리 많이 먹지를 않으며, 주로 수출을 목표로 한다. 뉴질랜드처럼 수입쌀에 의존하는 한국인들은 요동치는 쌀 가격에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은 호주의 극심한 가뭄으로 벼 생산기반이 위축되었다. 그로 인해 국제 쌀값은 크게 올랐으며, 호주에서는 원료곡이 모자라 미국 등에서 도입한 벼를 가공해서 수출 했다. 그러자니 호주 쌀의 품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게다. 호주는 이제 쌀 생산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쌀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축을 같이한다. 60년대 얘기지만, 부족한 쌀 생산을 늘리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정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아주 빠른 기간 안에 자급목표를 달성했다. 말 그대로 녹색혁명을 성취한 것이다. 그 이후로는 쌀 걱정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 체제로 쌀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받게 되었다. 최근 다시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제 한국도 쌀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단다. 해외동포의 밥그릇까지 챙기겠다니, 외국 교포들이야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여기서 한국 쌀과 미국·호주 쌀을 비교해 보자. 한국 쌀은 오랜 재배역사와 함께 우리의 전통 입맛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리고 밥을 해서 오래 두어도 쉽게 굳어지질 않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미국·호주쌀은 밥을 한지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굳어버린다. 그래서 쓰시를 만드는 데 적합하단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은 모두 온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찰기가 많은 쌀에 한정된 것이다.
지난달에 만난 한국의 쌀 전문가들이 최근의 쌀 소식을 전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안토시안 성분 높은 ‘흑미’, 항산화물질 풍부한 ‘적갈색미’, 식이섬유가 많아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고아미’, 돌솥밥 요리에 향이 뛰어난 ‘향미’등 각종 기능성 쌀을 개발했단다. 그래서 소비자 기호에 따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자랑이다.
원래 미국·호주 쌀은 수출을 위하여 수확 후 품질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유통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또한 외국에 나와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도 뛰어나다. 포장지에 한글 상표를 사용해가며, 포장상태도 수출 유통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처리에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쌀 품질변화에 대한 문제에만 집착하고, 식품 안전성은 등한시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런 반면에 한국 쌀은 현재 포장이 국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수출 유통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밥맛 좋은 쌀은 수확 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쌀은 방아를 찧고 나서 곧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예전에는 벼 가마를 곡간에 쌓아 놓고 한 가마씩 내어서 찧어 먹곤 했다. 그리니까 쌀은 왕겨를 벗겨내고 한 달 안에 소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아무리 좋은 벼 품종이라도 방아를 찧은 지 오래된 쌀은 그 고유의 맛을 낼 수가 없다. 여기서도 건강상의 이유로 현미를 많이 소비한다. 현미는 특성상 일반쌀 보다 품질변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소비할 것을 권한다.
우리의 입맛은 보수적이지만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쌀을 먹으며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으로 남아 있다. 경제여건에 따라 외국산을 선택하던, 우리 입맛에 당기는 한국산을 찾든지. 아무튼, 여기서도 한국인은 쌀 힘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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