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이든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면 월례회다. 예전에 한국 농촌에서 개최하던 4H 구락부(클럽) 월례회를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마을회관에서 동네의 청소년들이 한 데 모여 지덕노체(知德勞體) 이념을 부르짖던 그런 모임이었다. 여기 오클랜드에서는 지금도 월례회가 개최된다. 일종의 매니어들의 클럽활동이다. 매달 화요일에 열리는 유기농협회와 과수협회 모임이 그것 중에 하나다. 모두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데, 오클랜드 지부는 웨스트 스프링 공원 앞에 있는 원예센터가 회관이다.
유기농협회(Soil & Health Association, www.organicnz.org) 모임은 매월 세째 화요일 저녁에 열린다. 어떤 협회라고 하면 좀 딱딱하고 식견 높은 전문가들만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만은 않다. 유기농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자나 수십년 유기농 운동에 종사하는 원로도 함께 회원이다. 여기에 나가면 유기농협회 첫해부터 계속 활동하는 터줏대감 Margaret Jones 할머니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함께하는 나눔의 장도 운영된다. 모두가 오랫동안 회원 활동을 같이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서로 잘 알고 있어 무척 친근한 모임이다. 그래서 경로당 모임 같이 회원들 간에 정도 많아 보인다. 유기농 운동의 역사를 쉽게 읽을 수 있고, 새로운 흐름도 파악할 수 있어 좋다.
매월 네 번째 화요일 저녁에는 과수협회(Tree Crops Association, www.treecrops.org.nz)의 모임이다. 조금은 전문가 모임 같은 느낌이지만 아보카도, 마카데미아, 피조아 같은 과수원을 경영하는 농업인, 라이프 스타일 텃밭을 운영하는 사람,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부류가 참석한다. 과수 관련 서적을 빌려 볼 수도 있고, 과수를 번식하는 중요한 기술로 여기는 묘목에 접붙이는 기술도 배운다. 또한 주변의 흔히 보이는 제철 과일을 가져오면 원로회원이 설명을 해준다. 가을 과일 수확 철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오래된 품종 사과를 맛보는 기회도 가진다.
물론 이들 모임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매월 만나는 회원들이라 서로 얼굴을 익힐 수 있어 친근하다. 특히 키위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해 주어서 푸근하다. 매 모임마다 연사가 초빙되어 새로운 얘기를 듣는 게 진수다. 참석 회원에게는 골드코인 도어 차지가 있는 데, 행운권 추첨으로 보상한다. 시상품으로 받은 묘목을 심어 놓고, 과일이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일 년에 한 두 번은 회원들 간의 쉐어 디너도 있고, 북섬과 남섬을 돌아가면서 매년 개최되는 전국대회에 참석하면 보다 알찬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기회는 ‘필드 트립’인데, 날짜를 잡아서 주말에 이루어진다. 회원들의 농장을 방문하기고 하고, 유명한 기관 또는 이름난 회사도 찾아간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전원주택도 엿볼 수 있고, 회원들의 텃밭을 돌며 한수 배우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에 이루어져 마치 소풍가는 기분이다. 여기서도 쉐어 런치로 도시락만 준비하면 된다. 키위 할머니의 홈메이드 애플파이나 쿠키를 맛보는 기회가 되며, 한국식 김밥을 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도 된다. 이래저래 ‘필드 트립’ 나들이는 기다려진다.
이들 협회는 모두 주기적으로 잡지를 발간한다. 유기농협회는 격월간지로 Organic NZ을, 과수협회는 계간지로 TreeCropper를. 관련 학회의 새로운 정보에서 협회 활동소식까지 허세를 부리지 않고 알차다. 유기농협회의 Organic NZ는 시중 서점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된다. 물론 회원들에게는 무료로 배달된다. 이들 협회관련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두 협회는 모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유기농협회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고, 과수협회는 37번째 생일을 지냈다. 이들 협회의 전국대회는 학구적이라 말할 수 있으나, 지부 활동은 일반회원을 위한 실용기술 중심으로 현실적이다. 그래서 일반회원도 즐기면서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들은 매월 화요일 저녁에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한결같이 오클랜드 원예센터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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