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3 5,785 NZ코리아포스트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호주의 내륙 쓰나미,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 중동의 내전,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참사에 이어 방사능 유출로 인한 헤아릴 수 없는 불안감,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지금 전쟁보다도 더 가혹한 세상을 보며 유례없는 걱정에 휩싸여 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옛날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을 쳤다. 땡땡땡!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지만 지각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학교를 가든 말든 별로 신경을 안 쓰셨기 때문에 스스로 일어나야했다. 이른 아침, 눈비비고 일어나 책보자기를 허리춤에 묶은 후 집 앞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학교로 달려가곤 하였다.

우리 아들은 아내가 워낙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지각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아침마다 전쟁이 일어났는데 아들을 깨우는 것이 그야말로 아침전쟁이었다. 고함치고 구슬리고 을러대고 달래고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었다. 아내는 아들을 깨울 때마다 항상 시간을 불려서 말했다. 8시면 8시 반이라고... 아들은 엄마가 뻥친다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더 늦잠을 자는데 급기야 엄마 입에서 ‘너 지각 했어~’ 라는 고함소리가 튀어나오면 그때서 벌떡 일어나 학교로 달려가곤 하였는데 워낙 다급하니까 물수건으로 세수하면서 스스로 개척해 놓은 지름길로 달려가곤 하였다.

아침전쟁을 보고 또 보고 참고 또 참다못해 어느 날 내가 아내에게 참견을 하였다.

“아들이 이제 중학생이니 ‘아들아 일어나라’하면 스스로 일어나서 학교를 갈 나이가 됐는데 왜 아침마다 공갈을 치고 난리를 피우냐고?”

“아들이 학교에 지각하면 어떻게 해~ 더구나 반장인데,”

“지각 좀 하면 어떻고 또 결석 좀 하면 어때, 늦잠 자서 지각하거나 결석했다면 아들도 느끼는 게 있을 거 아냐, 스스로 할 수 있게 엄마가 참고 기다려 줘야지,”

나는 아내에게 종을 하나 사다 주며 앞으로 전쟁을 하지 말고 아침에 땡땡땡! 종을 딱 한번만 치라고 권하였다.

아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아내는 다음날 아침 땡땡땡! 하고 종을 쳤다. 조용한 아침에 평화의 종소리가 울리고 잘 되어 가나보다 싶었는데 급기야 귀가 찢어질 정도로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멈출 줄을 몰랐다.

“아니, 두부장사가 온 거야 뭐야? 이웃들 다 쫓아오게 생겼네, 당신 지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치는 거야?”

“아들 일어나라고 종을 치는 거지~ 너 빨리 안 일어나! 학교 늦었어.~~”

아내는 아들을 위하여 종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종을 쳐대고 있었다.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아들을 위해서라면 아침에 단 한번만 종을 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며칠도 좋고 몇 달도 좋건만 어찌하여 그걸 못 참는단 말인가, 다음날 아내는 아예 종을 내팽개치고 또 다시 아침전쟁을 시작하였다. 고함치고 구슬리고 을러대고 달래고...

아침마다 아내가 난리를 치는 통에 딸내미는 항상 저절로 일어났다. 어느 날 밤 딸내미가 침대에서 양말을 신고 있었다. 잠 잘 시간인데 왜 양말을 신느냐고 물었더니 양말을 미리 신어두면 아침에 학교가기가 쉽다고 말하여 한바탕 웃었는데 엄마가 오죽 설쳐댔으면 그랬겠는가,

그 후 세월은 흘러 어느덧 아들은 나이 삼십이 되어 뉴질랜드에서 같이 사는데 요즘도 아내는 가끔 아침전쟁 드라마를 보여줄 때가 있다. 아내가 새벽미사를 가는 날은 나에게 작전권을 이양하고 가는데,

“여보! 7시 반에 딸 깨우고 8시에 아들 꼭 깨워~ 까먹으면 절대 안 돼.~ 알았지!”

뭐 줄게 없어서 종지기를 물려주고 가는가, 맛있는 반찬이나 만들어주고 가든지 말이야...

아침에 커피한잔 마시고 딸내미 방 앞을 지나가며 ‘딸내미는 일어났나?’라고 말하면 ‘아빠 나 주방에 있어’라고 말하고 아들 방 앞을 지나면서 ‘아들은 일어났나?’ 하고 말하면 ‘나 벌써 일어났어.’라고 말한다.

잘들 일어나는데 네 엄마가 괜히 설쳐대고 난리를 쳤어, 삼십 년 동안이나 말이야...

각설하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나는 진정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는가?

지진으로 희생되신 많은 분들의 삼가 명복을 빌며 다시 평화의 종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넘  보고샆었습니다. 몸 멀면 맘도 그런다는데,  고국 출장 마치고 ..

오랫만에 차곡싸인 글들 눈치우듯 잃겠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왕하지
한동안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열심히 댓글

써주시는 쌔엠님 답글도 못 드렸습니다.

근데, 쎄엠님 한국 다녀오셨군요.

소주하고 맛있는거 많이 드셨어요?

늘 감사합니다.
쌔엠
근 10년만에 보는 조국은 이국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겉모양도 그렇고 사람들 까지도.

집에 돌아오니 좀 살것 같네요.ㅎ

세월의 무서움을 느낍니다.

세상을 쫓아가지 못한 간격이 넘 커서요.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3,100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3,012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3,139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636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4,055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4,139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299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4,134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664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322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4,280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750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730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4,178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399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

앞이 안 보인다

댓글 4 | 조회 4,307 | 2011.12.23
우리 집에는 20여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푸드득거리며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 바라보는 사이에 한해가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한국에서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더보기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969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아치고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햇볕까지 별로 없으니 심어놓은 채소들이 자라는 것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어머니께 뒤 곁에 호…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892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개발하다보니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흡혈박쥐들이 빨아먹을 피가 모자라 밤만 되면 마을로 습격하여 사람의 …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844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509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먹든가 조심을 하여 몇 년 동안 무사히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딱 걸려들고 말았다. 거의 초죽음이 됐으니 감기가 이… 더보기

겨울이 오기 전에?

댓글 2 | 조회 3,071 | 2011.10.11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별로 반갑지 않은 로저를 만났다.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먼 발치에서 보게 되면 소리만 한번 지르고 그냥 가면되는데, 로저는 반가운 듯 트랙터를… 더보기

엄마의 향기

댓글 4 | 조회 5,269 | 2011.09.27
얼마 전, 손자 샘이 아빠 집에 갔다가 하루 일찍 돌아왔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해댔다. 옆에서 아내가 “할미도… 더보기

미녀와 돼지

댓글 7 | 조회 4,977 | 2011.09.13
딸이 괜찮은 한인 아가씨가 있다고 오빠에게 말하자 옆에서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들아 당장 만나보아라~” “어휴~ 엄마, 지금 내 상황이 여자 만날 상… 더보기

우리는...

댓글 7 | 조회 4,368 | 2011.08.23
요즘은 하루세끼 밥 먹듯 하루에 서 너 번씩 비가 내리니 빨래를 벽난로 옆에다 널어두는데 어머니는 빨래를 빨리 개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랑날랑하시며 빨래를 … 더보기

너한테만 말하는데...

댓글 7 | 조회 5,823 | 2011.08.09
호이~ 호이~ 어머니가 닭장에서 참새들을 쫓고 계셨다. 참새들은 꼬부랑 할머니를 얕보고 가까이 접근하여 닭의 모이를 축내고 있으니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