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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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4 5,546 NZ코리아포스트
“자네회사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어, 물갈이 좀 해야 돼.” 나는 사업하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구멍가게만한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절반이 넘으니 고여 있는 물이 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처자식 먹여 살리는 직원들을 쉽게 물갈이 할 수도 없는 일,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직원들 월급 주기가 어려울 때가 있는 것은 사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본 일일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만두라 말도 못하고 땀 뻘뻘 흘리며 몇 달 월급 주느라 빚 좀 지다보면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었다.

정작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잠자코 있지만 일이 없어 빌빌거리는 직원들은 큰소리를 더 친다. 너무 바쁘다는 둥, 월급이 적어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는 둥, 방귀 낀 놈이 성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실적평가를 해보면 뻔히 답이 나오는데도 큰소리부터 치는 것이 인간이다. 몇몇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남은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회사는 흐르는 강물처럼 반짝 반짝 빛이 나며 직원들 눈동자도 반짝거린다.

집안도 마찬가지이다. 일을 해야 될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이 고통스럽고 빚을 지게 된다. 비싼 교육비 때문에 힘든 일을 하며 자식 뒷바라지를 해온 한국의 어머니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고생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어머니, 대학원을 나오면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대요.”

취직을 못한 아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몇 년간 더 고생하지만 대학원을 나온 아들은 또 마찬가지이다. 박사학위를 받고 겨우 취직을 한 아들은 결혼을 하고 어머니 곁을 떠나며 굿바이를 한다. 굿 바이~~~~

공부시키느라 얻은 빚은 고스란히 부모 몫으로 남는다.

뉴질랜드에서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 요즘 우리 집안은 흐르는 강물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들과 딸의 눈동자에도 반짝반짝 빛이나 눈이 부실 지경이다.

호주를 다녀온 마이클이 아들 생일파티를 안했느냐고 물었다.

“요즘 우리 집은 엄청 바쁘다. 아내 아들 딸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느라고 파티 할 시간이 없다.”

옆집 테리가 와인을 2박스나 사온다 했는데도 오죽 바빴으면 파티를 안 했겠는가, 마이클은 집에서 놀고 있는 네가 파티준비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내가 놀아? 나도 말이야 풀타임으로 그림 그리느라 무지 바쁘다. 때론 오버워크도 하고 말이야~”

요즘 냉장고를 열어보면 먹을 게 가득하다. 아이들이 주급을 탈 때마다 술이며 안주거리며 잔뜩 사온다. 모처럼 아이들과 같이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뉴질랜드는 젊은이들이 살아가기가 한국보다는 좀 나은 것 같다. 그런데 집값이 비싸니 부부가 일을 해서 한사람이 번 돈은 집세를 내고 한 사람이 번 돈은 생활비를 하고... 그러고 보니 아빠는 집이 두 채이니 두 몫을 벌고 있는 샘이로구나.(말이 되네...) 게다가 아빠 때문에 매일 싱싱한 야채를 먹지 않냐, 요즘 야채 값이 엄청 비싸다는데, 우리 집은 고추, 호박, 상추, 부추, 등등 마냥 먹을 수 있지, 어디 그것뿐이냐, 매일 유정란도 먹을 수 있지, 그런 거 다 돈 주고 사려면 엄청 비싸다. 그러니 너희들도 열심히 일해서 이제 돈도 좀 모으고...”

모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아내가 옆에서 초를 치고 있었다.

“엄마가 말하는데, 너희들 절대 돈에 욕심을 내면 안 돼~ 마음을 비워야 돼, 돈을 쫓아다니면 안 돼, 돈이 따라와야지,”

“아니? 돈이 무슨 강아지야~ 졸졸 따라오게, 돈 한 푼 안 모은 아이들에게 돈 욕심을 버리라니~ 도대체 말이야 아이들을 거지로 살라는 얘기야 뭐야? 그런 얘기는 나중에 애들이 돈을 엄청 벌었을 때 하던지 말이야~”

“엄마 아빠~ 또 싸워? 그만해~”

모처럼 아이들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데 분위기가 잡쳐버렸다. 그래도 술 한 잔 더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찌됐든, 강물이 흐르면 빛이 난다. 너희들 눈동자도 흐르는 강물처럼 빛이 반짝거리니 보기 좋구나. 열심히 일해서 자립할 마음으로 살아라, 열심히 살면 아빠가 집 사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 기대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이번엔 아내가 아예 식초병을 들고 와 뿌려대고 있었다.

“당신 어쩜 그런 말을 해~ 딸아 너는 아빠가 도와줘서 대출받아 산 집이 있으니 그 집을 잘 키워서 살고, 아들아 너는 엄마가 집 사 줄 테니 아무 걱정마라~”

“아니~ 또 빚내서 집 사준다는 얘기야?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도 풀타임으로 일하겠다는 얘기야 뭐야~ 당신, 진우 아빠가 하는 말도 못 들었어? 진우에게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잖아, 그것처럼 훌륭한 유산이 또 어디 있겠어,”

“엄마 아빠~ 또 싸워? 그만해~”

어찌됐든, 흐르는 강물을 막아놓으면 반짝반짝 빛나던 물줄기의 빛은 사라지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것이다. 작은 돈일지라도 스스로 모은 돈은 흐르는 강물처럼 맑고 빛나지만 거저 들어온 돈은 아무리 많은 돈일지라도 고여 있는 탁한 물 일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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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아~아~어쩌면 울마늘하고 그러케 똑같으실가?

그래도 빤짝 반짝 이시니 너무 행복 하시겟습니다^^
쌔엠
큰애가 웰링턴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 3학년 입니다.

그 3년동안 아들놈이 직접 제게 전화한 경우는 딱 2번인데 전부가

돈부치라는 예기라서 간혹 전화하고 싶어도 겁이납니다.ㅎ ㅠ
왕하지
뉴질랜드에서도 다들 그렇게 사시는군요. ㅎㅎ,

반짝반짝사모님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정말 걱정되는군요. ㅋ,

부디 반짝 반짝하실날이 빨리 오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쌔엠님은 벌써 아들이 대학 졸업반이로군요.

아들은 3년동안 2번씩이나 전화를 했는데 아빠는 혹시 한번도

전화를 안 한건 아니신지요. ㅎㅎ,

자식이 진지하게 아빠를 찾을때는 뭐 그런 이유가 다 있는데,

학생이니 전화하셔서 먼저 "돈 얼마 부쳐줄까?" 라고 물으면

"아빠 괜찮아요."라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쌔엠
빅토리아 건축과라 3년 더 남았기에 싸움은 계속됩니다.ㅎ

흐르는 강물처럼 정말 이 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갔음 좋겠습니다.

초를  뿌려 주는 장가 잘가신 하지님이 그리잡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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