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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011. 09:00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왕하지의 볼멘소리
우리 집 앞뜰 푸리리 나무에 앵두 같은 빨간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뉴질랜드 비둘기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와 열매를 따먹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비둘기는 일반 비둘기에 비해 몸집이 커 날아갈 때 날갯짓 소리가 아내 목소리처럼 상당히 요란스럽다. 나는 그 커다란 비둘기들을 볼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들은 푸리리 나무위에서 자주 싸움질을 한다. 빨간 열매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큰 나무에 열매도 많이 열렸건만... 쯧쯔,
아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기쁜 소식이 있다고 비둘기처럼 요란스럽게 푸드득거리며 말하였다. 시내 베이커리에 걸어놓았던 내 그림들이 다 팔렸다는 것이다. 아내는 돈다발을 꺼내놓으면서 절반을 달라고 하였다. 모처럼 불쌍하고 배고픈 내 지갑에 밥 좀 넣어주는데 옆에서 하도 졸라 할 수 없이 좀 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림이 한꺼번에 다 팔렸냐고 물었더니 베이커리 주인인 중국인 동이가 다 샀다는 것이다. 그림 값을 주는 동이 부인에게 20%를 제하고 달라고 해도 그냥 다 주었다고 한다.
“저런, 손님들이 사가기 전에 주인이 얼른 사버렸구나, 내 그림을 얼마나 좋으면...”
“안 팔리니까 그냥 사준 거 아닐까? 여보, 동이부부가 참 좋은 사람이지?”
동이부부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내 그림이나 조각들을 참 좋아하였다. 동이는 베이커리 식당의 벽이 허전하니 그림을 걸어놓으면 팔아준다고 하여 몇 점 보내주었다. 지난해 아내는 베이커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워했었다. 동이 부부는 주인이라고 으스대거나 참견도 하지 않고 종업원과 서로 이름을 부르며 일하니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종업원들이 모두 중국젊은이들인데 착하고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베이커리에서 일 하는데 주인이 중국인이라는 것을 꼭 강조하였다. ‘아이고, 영어를 엄청 잘 하시나 보네~’ 듣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든 말든 아내는 또 요즘 중국어까지 배우고 있다고 떠벌렸다. 그래 우리마누라 잘났다. 다음에는 일본인 가게에서 일하면서 또 일본어도 배우고, 으이... 그러다 정말 한 5개 국어까지 하는 거 아냐?
아내는 늘 동이부부를 참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 내가 보아도 사람이 항상 웃는 선한 인상에다가 더구나 내 작품까지 좋아하니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동이부부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니? 그 좋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다니? 이유인즉 중국젊은이들이 아내가 받는 시급보다 훨씬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파트너까지 있는 상이는 어차피 그 돈으로는 생활이 안 되니 그만두고 중국에서 돈을 가져와 가게를 직접 차린다고 하였다.
“여보,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빵 몇 개만 덜 팔았다 생각하고 시급을 제대로 주면 애들도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장사도 더 잘되고... 그럼 서로 좋을 텐데...”
“왕가레이 촌구석에서 빵 몇 개 더 팔기가 어디 쉽겠어? 종업원들도 시급을 알고 들어왔을 텐데 주인만 나쁘다고 말 할 수도 없고... 당신이 일할 맛도 안 나니까 그만두고... 당신 몫까지 애들에게 일시키고 시급 올려주라고 하면 되겠네,”
중국젊은이들이 아내를 잘 따르니 여러 가지를 상의를 한다고 하였다. 아내가 말하는 영어를 항상 바로 잡아주는 중국아가씨 레이나는 매니저급으로 일을 하는데도 시급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주권을 아직 못 받았기 때문에 그냥 일을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레이나가 영주권이 나왔다고 전화를 하였다. 그리고 3개월 휴가를 받아 중국을 다녀온다고 한다. 아내는 중국가기 전 우리 집에서 밥 한 끼 먹인다고 레이나를 오라고 했다. 레이나를 픽업해 온 아내가 요란스럽게 푸드득 거리면서 말했다.
“여보~ 레이나가 당신 선물 준다고 위스키를 한 병 사왔어~”
아내가 초대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내 선물을 사오는데 남편이 술꾼이라고 얼마나 떠벌렸으면 그럴까 싶지만 어쨌든 그건 좋은 현상인거 만큼은 틀림없다.
레이나는 18살 때 뉴질랜드에 와서 요리를 공부했고 동이 가게에서 5년 동안 일을 했으며 영주권을 받고 8년 만에 중국집에 간다는 것이다. 작은 아가씨가 참 똘똘하고 당차다. 중국을 다녀온 후 동이 가게에서 계속 일을 하는데 이제부터는 매니저 급료를 받는다고 한다. 아내는 레이나가 대견스럽고 기특하다고 칭찬하면서 동이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였다.
내가 한문을 많이 쓴 그림 한 점을 중국 가는 선물로 레이나에게 주며 물었다.
“너 이 글자 알아?”
레이나는 줄줄이 읽어 내려가면서 모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깔깔거렸다. 그래 정말 똘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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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늘 왕하지님의 글과 그림을 즐기고 있는 왕팬입니다. 글이 언제나 참 재밌어요. 그림도 너무 잘 그리시구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칭찬만 일색이고 조언은 없으니 발전도 하셔야 하는데...해서 조그만 제 의견을 드립니다. 전 오래전에 세퍼드 그림보고 의견을 드렸던 사람입니다. 기억하시지요?
위에 새 그림을 보면 원근법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군요. 앞에 있는 새가 암놈이고 뒤에 있는 새가 숫놈이라 앞에 암놈이 더 작게 그려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쨋든 새 두마리를 중심으로 원근법 처리가 되질 않아 전체적으로 밋밋한 평면 그림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그저 제 의견을 말씀 드린것이라 주제 넘었으면 용서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