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개발하다보니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흡혈박쥐들이 빨아먹을 피가 모자라 밤만 되면 마을로 습격하여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한다.
어느 나라 왕자는 드라큘라 후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왕정시대에 폭군 왕이 탄생하면 백성들은 많은 피를 흘리게 되어 드라큘라 시대였다는 이야기는 그럴듯하다. 옛날에는 어느 나라이건 그럴 수 있었다지만 요즘도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나라가 있고 드라큘라 백작 같은 인간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예전에 한 때는 월남치마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월남 전쟁 때 월남에서 길고 넓은 치마를 들여왔는데 그게 유행이 되어 불티나게 팔렸는데 아줌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입고 다녔다.
요즘 우리 집에서 유행하는 메뉴가 월남 쌈이다. 한국에서야 별미로 가끔 쌈밥집을 다녔지만 월남 쌈은 한번 먹으려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쌀 종이에 10가지가 넘는 야채와 과일을 넣고 펄펄 끓는 국물에서 고기를 낚아 넣고 소스를 넣고 입안에 꾸역꾸역 집어 넣다 보면 국물이 흐르고 쌀 종이가 터지고 입은 불룩하고 여간 심난한 게 아니다. 만약, 이 때 기침이라도 한다면 엄청난 파편이 튀어 나오는데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나고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을 것이다.
월남 쌈은 만드는 과정부터 요란스러운데 품목을 좀 줄이라고 말해도 아내가 워낙 월남 쌈을 좋아하다보니 그대로 다 만든다. 고기를 썰고 있을 때 나는 육회가 먹고 싶어 육회 좀 조금만이라도 만들어 달라면 고기가 육회감이 아니라고 딱 잡어 뗀다.
“그럼, 육사시미를 좀 떠줘, 전주에 가면 쫄깃쫄깃한 육사시미 맛이 기가 막히지, 육사시미 비빔밥도 엄청 맛있었지~”
아내는 고기가 사시미 감이 아니라고 잡아뗀다.
“그럼 말이야, 깍두기처럼 썰어줘, 대구에 가면 생고기집에 꼭 갔었는데, 마늘양념장에 찍어먹으면 맛이 좋지~”
나는 생고기를 좋아하는데 값싸고 싱싱한 소고기가 많은 뉴질랜드에서 쫄쫄 굶고 있다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월남 쌈을 힘들게 몇 번 싸먹다 보면 배가 불러 젓가락을 놓게 되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맛있게 잘도 먹는다. 아내는 맨 마지막까지 먹어대는데 어찌 그리 큰 걸 덥석덥석 잘 집어넣는지 솜씨가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아, 그만 먹어 1시간째야~ 고기국물에 국수나 말아줘~”
말 목장 테리네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우리가족을 초대했다. 큼지막하게 구운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서너 조각을 먹고 난 후 와인을 마시는데 몇몇이 비스킷에 뭘 발라먹고 있었다. 치즈도 아니고 핑크색이었는데 테리가 나보고 먹어보라고 권하였다. 내가 비스킷에 발라 먹었는데 맛이 비릿하면서 고소했다. 테리가 맛이 어떠냐고 물어 굿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더니 모두 우와~ 하고 놀라워하였다. 옆에서 아들이 말했다.
“아빠, 그거 소간으로 만든 거래,”
“소 간? 그럼 눈에 좋은 거 아냐~”
나는 너무 맛있어 듬뿍 듬뿍 발라먹자 키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고 어떤 사람은 박수까지 쳐 주었다.
그러지 않아도 눈이 너무 안 좋아 소간을 사다가 생으로도 먹고 익혀먹기도 하는데 이렇게 간단하고 좋은 안주거리가 있었다니, 한국에서는 소간, 등골 뭐 이런 거 참 자주 먹었었는데...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다음에 말이야, 키위들 초대해서 우리 집에서 파티를 할 때 완전 한국식으로 하자고, 육회에다 육사시미, 닭발, 돼지족발, 그리고 생간을 사다가 소금양념에다 찍어 먹는 거야. 간으로 만든 소스 잘 먹는다고 박수를 치는데 피가 질질 흐르는 생간을 질겅질겅 씹어 먹으면 ‘아이쿠~ 드라큘라 백작님, 몰라봐서 죄송합니다.’하고 큰절을 하지 않겠어,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