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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19세기 초부터 유럽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와이탕이 조약으로 1840년에 영국의 식민지로 나라가 형성된 200년이 채 못 된 신생국가이다. 또한 같은 신생국가인 미국, 캐나다, 호주와 함께 영국 주도로 출범했으며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이들 4개국은 주로 유럽계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나라의 기틀을 형성해 왔으며 20세기에 와서는 유색 인종에 대해서도 이민 문호를 개방하여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표방하게 되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세계는 세계화의 물결로 국가 간의 장벽이 엷어지고 민족 지상주의의 이념도 희석되어 가고 있다. 21세기의 인류가 공존공영(共存共榮)하기 위해서는 다문화적 하모니(Multicultural Harmony)를 이루어내는 일이 제일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울려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되 차별은 두지 않고 다른 것들끼리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된다는 지침이다.
호주에서는 ‘Everyone belongs’ 라는 기치를 내걸고 다문화 사회를 축하하며 고유한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공유하는 날로 매년 3월21일을 하모니 데이(Harmony Day)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행중인 이 행사는 단순한 인종차별을 넘어 모두가 호주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월21일은 유엔이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메시지 아래 정한 ‘국제 인종 차별 철폐의 날(International Day of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이기도 하다.
호주는 1972년부터 백호(白濠)주의를 공식적으로 철폐하고 다양한 인종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바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 인종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호주 국민을 구성하는데 이들이 호주 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모니 주간에는 각종 커뮤니티 그룹, 지역 공공단체, 연방, 주정부 및 지방 정부 기관에서 행사가 열리는데, 각 민족의 전통의상과 다문화 공연, 음식 페스티벌 등이 풍성하게 펼쳐지고 있다. 하모니 주간에는 오렌지색을 상징 색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오렌지색은 전통적으로 사회 소통과 생각의 자유와 상호존중, 진정한 대화를 의미하는 색으로 부각되어 왔다고 한다.
다문화적 하모니를 설명하기 위해서 ‘모자이크 이론’이 원용되기도 한다. 캐나다는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수많은 이민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이질적인 집단을 조화시켜 원만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이 우선적인 국가 관심사로 여겨졌다. 흔히 미국은 다양한 인종을 이민으로 받아들여 미국정신이라는 일종의 도가니에서 용해시키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는 각 소수민족 문화를 살려내 화려한 모자이크 패턴을 만드는 다문화주의를 추구해오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2001년 만국 문화 다양성 선언(UNESCO 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을 발표한바 있는데 185개 회원국에서 채택되었다. 유네스코에서는 문화의 개념을 “사회나 어떤 사회집단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정신적, 물질적, 지적, 정서적 특징들의 집합, 그리고 예술과 문학 이외에도 생활양식들, 함께 사는 방식들, 가치 체계, 전통, 신념 등을 포괄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선언은 문화를 일반 경제상품이나 소비품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각국은 문화 정체성을 위해 현실에 맞는 다양한 규제나 제도를 채택해야 된다고 천명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류의 공통 유산’으로 인정하고 그 보호는 윤리적 의무이자 인간의 존엄성 존중으로 부터 분리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하였다.
다문화 사회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적절히 하모니를 이루어 내야하고 이는 모자이크 예술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다. 모자이크는 서로 다른 크기와 색깔의 조각들이 모여 적절히 조합 될 때에 예술품으로 재탄생된다. 인간의 생체조직을 보아도 몸의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은 없다. 그 모든 부분이 제각기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에 비로소 몸은 균형이 잡히고 건강이 유지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대체로 몸 전체가 동시에 약해졌다기보다는 어느 한 부분에 균형이 깨졌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수 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단일 민족, 단일 언어, 단일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오다가 다양한 피부 색깔을 지닌 200여 민족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다양한 문화를 발산해내는 뉴질랜드에 이주해와 살고 있다. 그러한 뉴질랜드가 심각한 갈등 없이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모자이크화가 잘 이루어진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21세기는 태평양 문명시대가 예견되고 있다. 태평양은 동으로 아메리카 대륙 서안과 서쪽으로 아시아 대륙 동안, 남으로는 대양주를 품고 있어 세계 문물의 집합 장소가 되고 있다. 태평양 남단에 위치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21세기 문명을 선도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뉴질랜드에서는 각종 다문화 행사가 연중 이어지고 있으며 서로가 다른 문화를 받아드리고 이해하려는 풍조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월13일에 웰링턴에서 뉴질랜드 한국대사관과 웰링턴 한인회 주최로 ‘K-Culture Festival 2024’ 행사가 진행되었다. ‘Multicultural Harmony’를 주제로 열린 이번 이벤트는 여러 다민족들이 모여 다문화의 한 주축인 한국의 전통문화를 함께 즐기고 또한 현대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K-Pop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만끽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서 뉴질랜드의 다문화가 하모니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증폭시켜줬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21세기의 인류는 세계인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각종 정보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동시 생활권에서 인류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인류가 공동선을 향해 하모니를 이루어 나갈 때 행복한 인류 공동체를 이루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