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 유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보시 유감

0 개 1,060 조기조

아침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서며 목련꽃 사진을 찍는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다. 나날이 눈곱 반 만큼씩이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지가 거의 한 달이다. 물이 오르니 두꺼운 껍질을 벗어나느라 곤충이 허물 벗듯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렸다. 봄비가 온 뒤면 더 달라진 것 같았다. 3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만개한 것 같다. 앞으로 1주일이면 시들고 떨어질 것이다. 그래 ‘화무10일홍’이라서 더 귀하고 좋은 것이다. 언제나 꽃이 핀다면 이리도 귀하게 쳐다보겠는가 말이다. 


7476a7256c3bb508220406567a8ac9ac_1649712549_0079.png
 

보시는 한자가 비슷하다. 보시(布施), 보시(報施), 보시(普施)로 써도 통한다. 무재7시(無財七施) 이야기를 듣고는 없는 재물을 어쩌겠는가 하고 다른 베풀음을 생각해 본다. 돌아다니는 곳마다 괜찮다 싶은 것이 있으면 사진에 담아둔다. 그걸 좋은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는 사진 한 장을 보낸다. 무슨 입 발린 말 보다는 백배 나은 보시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묵묵부답인 사람도 더러 있다. 바빠서 그럴 것이다. 간혹 거북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여섯 번을 보냈는데도 묵묵부답이면 또 보내기가 부담스럽다. 즉시 회신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안 바빠서 그럴까?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다. 마음인 것 같다. 그걸 그릇으로 비유해 본다. 그런 사람은 그릇이 넉넉해 보인다. 모나거나 찌그러지지 않은 그릇일 것 같다. 둔탁하지 않고 경쾌한 울림이 있는 그릇, 놋그릇(유기; 鍮器)처럼 담아두면 음식이 상하지 않는 그릇 말이다.


이 사람은 시인일거야! 그런 사람이 있다. 울림이 있다. 공명(共鳴)이라고 한다. 공감(共感)지수라는 것으로 크기를 재면 아주 높은 사람일 것이다. 댓글 몇 마디가 다 시(詩)다. 감자라는 동요가 있었다. “하얀 꽃 핀 것은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어려서 불렀다. 우리는 감자밭 이랑을 따라 감자 꽃을 따서 버렸다. 뿌리로 가야할 양분이 씨로 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별로 예쁘지도 않았기에, 또 부모님이 시키기에 미련 없이 따서 버렸지만 꽃을 뎅겅 따버리는 것에 미안한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자주색 꽃이 있었다. 그걸 눈여겨 두었다가 캘 때 보면 자주감자다. 귀해서 인기 있었다. 줄기나 잎, 꽃의 색을 보고 그 뿌리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 고구마다. 다른 덩굴식물도 잎이나 줄기의 색을 보면 꽃이나 열매, 뿌리의 색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것은 거의 맞다. 정직해서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속내를 감추는 사람일수록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잉친절이다 싶으면 꺼려지는 것도 당연하다. 인간관계는 손해 보듯 해야 오래 간다. 베풀면 더 오래 가고.....


오징어게임 이후, 항간에 부쩍 화제인 작품이 하나 있다. 애플TV+에서 방영하는 “파친코”를 보면 “미나리”에 나오는 그 할머니가 또 할머니로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부산 영도에서 하숙을 친다는 어느 집에 언청이 총각이 장가를 들지 못했는데 가난에 입을 덜어야 했기에 그의 색시가 되어, 낳은 아들 셋을 다 잃고 갖은 고생 끝에 푸닥거리까지 해서 막내로 낳은 똑순이 딸이 자라 지금 그 할머니, 백발이 성성한 선자로 나오는 것이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에 오사카로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 선자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텔레비전 시리즈로, 선자의 아들은 파친코라는 도박장을 하며 산다. 그게 또 제목이다. 드라마는 경상도 사투리가 심해서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이도 ‘경상도 문둥이’인 나는 편하고 좋다. 경상도사람들은 반갑고 친하면 ‘야 이 문둥아!’ 하고 부른다. 그렇다고 나환자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또 비하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귀여운 어린애기를 밉상이나 개똥아! 하고 불렀던 것과 다르지 않다. 곤궁하고 핍박받는 삶에서도 베풀고 보듬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드라마 곳곳에 보인다. 어떻게든 딸을 잘 키워보겠다는 선자의 애비는 정(情)을 가르친다. 그래선지 베풀고 산다.



흩어졌다 모였다 하며 흰 구름은 쉬임없이 나를 따라 다니는데(白雲舒卷隨長我; 백운서권수장아), 저 붉은 단풍잎은 누구를 못 잊어 저리도 헤매는가(紅葉徘徊欲戀誰; 홍엽배회욕연수)? 4월이라 냇물이 불고 천지에 초록이 등등한데 남산 기슭 어느 한옥의 기둥에 들여다보는 사람 없는 주련(柱聯)하나가 내 마음 붙들고 말았다. 오늘 또 유난이도, 시인 백석을 못 잊어 수절하였고 평생에 모은 전 재산을 보시해 길상사로 만든 어느 보살님을 그리워한다. 백석이 마냥 부럽다.

더놀리(Dunollie) 주민들, 멜리사 리 의원에게 감사한 마음 전해

댓글 0 | 조회 2,548 | 2022.05.04
▲왼쪽부터 멜리사 리 의원, 로스 도슨 더놀리 호텔 총책임자, 모린 퓨 의원서해안의 작은 마을인 더놀리에 통신 기지국이 세워질 예정이다. 21세기에 믿어지지 않는… 더보기

양봉(養蜂)농가의 꿀벌 실종

댓글 0 | 조회 1,989 | 2022.05.18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전국에서 양봉농가의 벌통에서 꿀벌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韓國養蜂協會)가 최근 … 더보기

공부해도 소용없는 그대에게

댓글 0 | 조회 1,271 | 2022.05.11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문화전승의 수단이며, 동시에 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화의 수단이고, 또한 발랄한 젊은이들의 삶에 고통과 아픔을 선사하는 … 더보기

미-중, 남태평양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다

댓글 0 | 조회 1,239 | 2022.05.11
아시아 Focus를 시작하며경제 규모가 커지고 지식과 문화의 교류가 활발해짐에도 국내 미디어를 통해 세계의 여러 사정을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제법 있다. 눈길… 더보기

날아서 세계속으로...

댓글 0 | 조회 1,036 | 2022.05.11
날아서 세계속으로, 위탁 수화물을 허용하지 않는 비행기표들.비행기는 기내휴대 8~10kg. 위탁화물 23kg이 당연했는데 저비용 항공사들 나오면서 10kg, 15… 더보기

세계 말라리아의 날, 코로나19만큼 무서운 모기를 찾아 페루 아마존으로 향하다

댓글 0 | 조회 968 | 2022.05.11
4월 25일은 세계 말라리아의 날입니다.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모기라는 건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요!“말라리아”란?말라리아는 모기를 통해 쉽게 전염되며 … 더보기

복중의 복이 늦복이리라

댓글 0 | 조회 1,324 | 2022.05.11
파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갈수록 파미 날씨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파미 생활에 익숙해져서 모든 것이 다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꼭 … 더보기

북한 다큐멘터리 “人(인)사이트: Into North Korean”

댓글 0 | 조회 1,773 | 2022.05.11
人(인)사이트: Into North Koreans>는 뉴질랜드 한인 젊은이들이 2016년에 세운 비영리 단체 ‘리커넥트’에서 제작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과의 … 더보기

동안침의 효능

댓글 0 | 조회 1,460 | 2022.05.11
누구든 20대 초반의 자기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 변한 자신이 얼굴을 보면서 그 때를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또 그 때로 되돌아가고 … 더보기

구름

댓글 0 | 조회 813 | 2022.05.10
시인 조 병화내가 네게 가까이 하지 않는 까닭은내겐 네게 줄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내가 이렇게 네게서 멀어져가는 까닭은내가 감내할 수 없는 것을너무나 많이 너는 … 더보기

길에서 우주를 만나다: 다산초당 - 강진 백련사

댓글 0 | 조회 888 | 2022.05.10
길을 돌아 내려가 다산초당에 도착했습니다. 초당에서 찬찬히 백련사까지 걸어 봅니다.도반 혜장 선사가 그리워 발걸음을 재촉했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더보기

생일 유감

댓글 0 | 조회 1,071 | 2022.05.10
어머님은 생일이 없었다. 언제 태어 나셨는지를 모를 리가 없었을 테지만 어머님이 당신의 생일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은 미역국이 올라왔을 때 그게 어머니… 더보기

Feynman Technique을 사용하여 공부하는 방법 (1)

댓글 0 | 조회 1,040 | 2022.05.10
공부법도 유행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유쾌한 과학자로 알고 있는, Richard Feynman이 고안한 공부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당신이 이해하고 알… 더보기

Hamilton Garden에 한국관 어떻게 할 것인가

댓글 0 | 조회 1,405 | 2022.05.10
우리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Hamilton Garden에 한국 가든 설치에 관한 진행 보고이다.우선 해밀턴 가든은 보통 생각하듯이 여러 나라의 가든을 단순히 모… 더보기

예납세 - 어떻게 작동하는가?

댓글 0 | 조회 1,435 | 2022.05.10
예납세는 내년의 소득세에 대해 프로그레스 페이먼트(progress payments)를 미리 내는 것과 같습니다. 소규모 비지니스의 규정 준수 비용(complian… 더보기

하체비만 ? 하체부종? 무릎, 골반 통증?? 10분 마사지로 해결하자!

댓글 0 | 조회 1,096 | 2022.05.10
살을 빼기위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운동하기도 전에 무릎이 아파 운동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학생들을 자주 봅니다. 이런 경우는 무릎에 무리를 주는 운동들은 당… 더보기

미지근하게 먹는 것이 좋다

댓글 0 | 조회 1,026 | 2022.05.10
온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간은 36.5도의 뜨거운 동물이지요.여름에 덥다고 냉수를 마시고 찬 것을 계속 들이키는데, 현대인의 건강이 나빠진 것은 냉장고와 에어… 더보기

5월이 오면

댓글 0 | 조회 1,022 | 2022.05.10
계절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 질 수 밖에 없는 뉴질랜드 생활이다. 이민을 떠나 온지도 벌써 27년차인데 아직도 이곳의 계절은 종잡을 수 가 없다. 4계절이 뚜렷하지… 더보기

감정관리의 중요성: Pink shirt day를 지지하며

댓글 0 | 조회 1,017 | 2022.05.10
세상에 그리고 인생에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줄 알면 세상도 인생도 지금보다는 더 낫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힘든 이슈들을 다… 더보기

휘청이는 식량안보

댓글 0 | 조회 1,019 | 2022.05.10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식량안보가 세계 여러 나라의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식량자급률(食糧自給率)이 50%를 밑도는 … 더보기

엉뚱함과 창의성

댓글 0 | 조회 1,098 | 2022.04.28
영국에서 들은 속담… 한 구두 수리하는 사람이 일 감이 줄어들어 결국 굶어 죽었다는 얘기가 있다. 구두를 한번 고치면 다시 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고쳐준다는 … 더보기

새로운 트러스트 법(TRUSTS ACT)

댓글 0 | 조회 1,660 | 2022.04.28
제 2 부 - 수혜자에게 기본 트러스트 정보 제공트러스트 법 2019 (Trusts Act 2019) 에 도입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신탁관리자가 트러스트… 더보기

함께 이루어지는 꿈 - 해탈

댓글 0 | 조회 896 | 2022.04.28
산사를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일상의 어느 날, 이런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기어코 산문을 두드려야 한다. 말없이 위로받고 싶은 날, 또 신비로운 이야… 더보기

백년손님 맞이하기 - 불놀이

댓글 0 | 조회 986 | 2022.04.28
일상의 시간들을 거의 마치고 느긋하게 쉬고있는 어느 저녁 나절이었다. 늘상 딸처럼 살가운 ㅇㅇ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저녁식사 같이 하자는 전갈이었다. 오클랜드가 … 더보기

소녀와 소년

댓글 0 | 조회 850 | 2022.04.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우산은 접어 가방에 넣고흠뻑 비 맞으며학교에서 걸어왔다던아내의 여고시절가난한 목회자 집안에헤진 우산만 있어비가 싫었던 사춘기의 나비에 젖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