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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이 하드(Die Hard, 1988),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1999)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가 실어증(失語症) 진단을 받고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 윌리스의 아내이자 모델 겸 연기자인 엠마 헤밍 윌리스는 자신의 SNS에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엄마와 아빠”라는 글과 함께 십대 딸 메이블이 숲속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올렸다.
지난 3월 31일 엠마 윌리스를 비롯해 전처(前妻) 데미 무어, 그리고 다섯 딸 등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들은 SNS에 “사랑하는 윌리스가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최근 실어증을 진단받아 인지(認知) 능력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며 브루스 윌리스의 투병 및 은퇴 소식을 알렸다. 윌리스 가족들은 “지금 가족들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고 팬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응원에 정말 감사하다. 우리는 끈끈한 가족애로 이 일을 헤쳐 나가고 있다. 윌리스가 항상 ‘인생을 즐겨라’라고 했듯, 우리는 그렇게 살 계획이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데미 무어(demimoore)의 인스타그램(Instagram) 내용은 다음과 같다.
“To Bruce’s amazing supporters, as a family we wanted to share that our beloved Bruce has been experiencing some health issues and has recently been diagnosed with aphasia, which is impacting his cognitive abilities. As a result of this and with much consideration Bruce is stepping away from the career that has meant so much to him. This is a really challenging time for our family and we are so appreciative of your continued love, compassion and support. We are moving through this as a strong family unit, and wanted to bring his fans in because we know how much he means to you, as you do to him. As Bruce always says, “Live it up” and together we plan to do just that. Love, Emma, Demi, Rumer, Scout, Tallulah, Mabel, & Evelyn”
브루스 윌리스는 1955년 서독 이다르-오버슈타인 출생으로 주독(駐獨)미군인 아버지와 독일인 은행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1957년 전역하면서 미국으로 귀환하여 공장 노동자로 일하게 되면서, 뉴저지에 정착해 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의 나이 17살에 부모는 이혼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경비원, 바텐더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몬트클레어(Montclair) 주립대학 연극학과에 입학했지만 중간에 그만두었다.
뉴욕에 건너간 후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나이트클럽 바텐더, 사설탐정 등을 거쳐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에 출연했다. 윌리스는 TV 시리즈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LA에서 여러 차례 오디션에 응시하다가 마침내 84년부터 몇몇 TV 시리즈에 출연하기 시작한다. 배우로서 명성을 얻게 된 건 1985년 3월부터 출연한 TV 드라마 ‘Moonlighting(국내 방영: 블루문 특급)’이며, 이후 ‘다이 하드(Die Hard)’ 시리즈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1988년 다이하드 1편은 서울 개봉관 70만, 1990년 다이하드2는 65만 흥행 기록을 세웠다.
브루스 윌리스는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웨제네거 같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초인적 마초영웅의 이미지가 아니라, 관객과 같은 일반인의 모습으로 구르고 다치고 쓰러지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질기게 버텨 적을 해치우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액션 영웅의 모습을 보여줘 관객의 공감으로 인기를 얻었다. 몸매도 근육질이 아닌 보통의 도시인의 모습이었다.
2010년대에 윌리스가 찍은 A급 영화는 2019년에 개봉한 ‘글래스’다. 그 후 그는 촬영 기간이 짧고 대사가 적은 저예산 B급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최악의 영화와 영화인을 선정하는 시상식인 골든 라즈베리 42번째 시상식에서 윌리스의 2021년 출연작들을 묶어 ‘브루스 윌리스의 2021년 최악의 연기(Worst Performance by Bruce Willis in a 2021 Movie)’라는 이름의 특별상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의 출연작들이 졸작(拙作)이 된 것엔 윌리스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게 영화 제작 스태프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대사를 말할 때에는 이어폰을 끼고 했으며, 액션도 스턴트맨이 대신 했다고 한다. 윌리스의 단기 기억 상실 문제로 촬영장에서 안전사고가 몇 번 났으며, 촬영 로케이션에서는 자신이 왜 거기에 있는지조차 까먹은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윌리스는 여배우 데미 무어와 결혼해 슈퍼스타 부부로 활동했는데, 2000년에 이혼했고 23살 연하의 모델 출신 엠마 헤링과 2009년에 재혼했다. 무어와의 사이에 딸 셋이 있으며 엠마와의 사이에는 딸 둘이 있다. 윌리스는 데미 무어와는 이혼한 뒤로도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이에 브루스의 은퇴에 관련된 가족 성명도 데미, 엠마와 모든 자녀들이 함께 했다.
실어증(失語症, Aphasia)이란 언어장애로서, 특정 뇌(腦)영역에 문제가 발생하여 언어를 이해하거나 구사하는 능력에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뇌에 병이 발생하였을 때 그 증상은 병의 발생 부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의 뇌 무게는 1.2-1.4kg이며, 뇌의 겉면을 둘러싸고 있는 대뇌피질(大腦皮質)은 두께가 4mm정도이지만 부위에 따라서 감각, 운동, 언어기능을 포함한 고위 인지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키가 사람마다 다르듯 뇌 크기도 제각각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진은 100일 된 태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인간의 생애 전반에 걸쳐 뇌 자기공명영상(MRI) 12만3984장을 수집, 분석해 표준 뇌 성장 도표를 만들어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뇌 크기는 생후 4개월에 최대 용량의 10% 수준, 만 3세에 80% 수준까지 성장하고 11세쯤 최고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인지(認知)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회색질은 5.9세에 최고 부피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는 완만하게 줄어든다. 인지 기능과 관련 있는 피질(皮質)의 두께는 1.7세에 가장 두꺼웠다. 뇌 안쪽에 있는 신경세포 연결조직인 백색질은 29세 직전에 부피가 최고치를 보였다.
언어기능은 대부분 좌측의 뇌에서 담당한다. 특히 오른손잡이의 언어중추는 대부분 좌측 뇌에 치우쳐있고 왼손잡이의 경우에는 48-66%가 좌측 뇌에서 언어기능을 담당한다. 실어증은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 병이 발생하여 언어기능에 이상을 초래하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게 된 상태로 언어의 처리 과정에 장애가 생겨 언어의 이해와 합성에 이상이 생긴 경우이다.
언어기능은 스스로 말하기, 알아듣기, 따라 말하기, 이름대기, 읽기, 쓰기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의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실어증은 언어와 관련된 뇌의 구조 중 손상 부위에 따라 임상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병이 발생하게 되면, 주변의 뇌 부위를 같이 침범하게 되어 편마비, 구음장애(構音障碍), 감각이상 등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된다.
실어증은 크게 브로카 실어증(Broca’s aphasia),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 전도 실어증(conduction aphasia)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브로카 실어증(motor/운동 실어증)은 아래이마엽의 후방에 있는 브로카 영역(말을 산출하는 영역)이 손상되어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
베르니케 실어증(sensory/이해 실어증)은 위관자이랑의 후방에 있는 베르니케 영역(말을 이해하는 영역)이 손상되어 말은 유창하게 할 수 있지만 말에 조리가 없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전도 실어증(fluent aphasia)은 활꼴다발에 국한된 병적인 변화로 인해 따라 말하기 장애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창성이나 이해력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실어증의 원인은 언어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뇌의 구조를 침범할 수 있는 질병들이 모두 가능하다. 가장 흔한 질환으로 뇌졸중(腦卒中)이 있으며, 그 외 뇌종양(腦腫瘍), 뇌염(腦炎), 치매, 두부 외상(外傷), 심리적 충격이나 정신질환 등 다양하다. 뇌졸중의 실어증 증상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며, 뇌종양이나 감염에 의한 경우에는 비교적 느리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종양은 발생위치가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발생하면 실어증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腦梗塞, cerebral infarction) 혹은 터지는 뇌출혈(腦出血, cerebral hemorrhage)로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서 뇌의 조직이 죽게 된다. 뇌의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는 중간대뇌동맥이라는 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게 되는데, 그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게 되면 중간대뇌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으로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안 되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실어증은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에 실어증 증상으로는 묻는 말에 적절한 대답을 못하고 혼자서 중얼거린다든지, 본인은 말을 하고 싶으나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말을 못하는 경우 등이 나타난다. 진단은 문진(問診)으로 스스로 말하기, 알아듣기, 따라 말하기, 이름 대기, 읽기, 쓰기 등 환자의 6개 언어기능을 체크하여 이상 유무를 조사한다.
<스스로 말하기> 환자에게 질문을 던져서 환자의 자발적 언어 표현을 유발하여 그 정도를 판단한다. ‘아침식사 반찬은 무엇인지’ ‘병원에 어떻게 왔는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알아듣기> 간단한 질문에 정확하게 반응하는지 물어본다. 예를 들어 ‘눈을 감아보세요’ ‘주먹을 쥐어 보세요’ 등을 질문한다. <따라 말하기> 한 음절이나 여러 음절의 단어, 문장을 환자에게 불러주고, 이를 따라하도록 한다. <이름 대기> 실물이나 그림을 환자에게 보여 주고, 그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읽기> 신문이나 책을 환자에게 보여 주고, 읽어 보라고 한다. <쓰기> 단어나 문장을 환자에게 불러 주고, 직접 써 보라고 한다.
실어증 검사도구에는 실어증 종합검사, 실어증 선별검사, 실어증 심화검사 등이 있다. 실어증 종합검사에는 웨스턴 실어증검사(Western Aphasia Battery), 보스턴 실어증 진단검사(Boston Diagnosis Aphasia), 미네소타 실어증 감별진단(Minnesota Test of Differential of Aphasis Examination), 포치 의사소통 검사(Porch Index of Communication) 등이 있다. 실어증의 양상 및 동반된 인지 기능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하여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한다. 신경심리검사 중 언어기능평가 영역을 통하여 실어증의 유무, 유형, 중증도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실어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을 감별하기 위하여 뇌 CT 혹은 MRI 검사를 시행한다. 뇌졸중이나 뇌종양의 유무를 비롯한 뇌의 구조적인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뇌의 기능적인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뇌의 PET 검사가 도움이 된다. 이 검사는 뇌의 대사량을 측정하여 특정 뇌 부위의 기능이 감소하였는지 알아볼 때 유용하다.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뇌염(腦炎)의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 그 외에 뇌파 검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어증 치료 방법은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뇌졸중인 경우에는 재발과 악화를 막기 위해서 적절한 약물 치료와 식이요법을 시행하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한다. 뇌종양인 경우에는 수술 치료를 통해 병변을 제거할 수 있으며, 뇌염인 경우에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투여한다. 치매가 원인이면 치매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뇌 손상 발생 시, 대뇌의 일정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된다. 전기 자극 요법은 이러한 뇌의 비정상적인 활성도를 정상화하여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언어 재활 치료는 언어적 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을 호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치료 방법이다. 실어증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을 사용하여 환자의 의사소통체계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미 손상된 뇌 조직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일반적으로 실어증은 완치가 어렵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재활 치료와 함께 가족과의 대화나 천천히 말하기 등의 훈련을 통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