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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우산은 접어 가방에 넣고
흠뻑 비 맞으며
학교에서 걸어왔다던
아내의 여고시절
가난한 목회자 집안에
헤진 우산만 있어
비가 싫었던 사춘기의 나
비에 젖은 흰색 교복에
맨살 도드라져 보여도
새침하게 걷던 여고생 소녀
그런 아내가 보고 싶다
살꺽인 우산 쓰고
부끄러워 하며
이리저리 돌리던
가엾던 나를 보고 싶다
있는 그대로를 즐거워하고
있는 그대로를 부끄러워하던
그 소녀와 소년이
이번에 비 오면
버스 타고 다른 동네까지
한 바퀴 돌자고 약속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 시절이
지나가 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