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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Hamilton Garden에 한국 가든 설치에 관한 진행 보고이다.
우선 해밀턴 가든은 보통 생각하듯이 여러 나라의 가든을 단순히 모아 놓은 것이 아니고 하나의 세계 정원 역사관이다. 그러니까 세계 여러 가든을 그저 다양성 위주로 모아 놓은 것이 아니고 가든이 세계 역사상으로 어떻게 전파되고 발전해 왔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세계 정원 역사관이다. 그것도 단순히 전파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고 전파 중에 기록하고 보여 줄만한(epoch making) 것만 모아 놓은 것이다. 해밀턴 가든을 창립부터 현재까지 총괄한 분은 Dr. Peter Sergel(이하Peter)로 그의 연구에 맞추어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든 역사의 학문적 해석 또는 나아가 하나의 서구적 해석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올바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래의 내용이 쉽게 이해될 것이지만, 그저 세계 여러 나라의 가든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어렵기에 우선 설명을 한 것이다.
▲ Dr. Peter Sergel, 임동빈, 고정미 이사장 (좌로부터)
Auckland 에 살고 있는 한국 전통 건축 전문 학자로 해밀턴 가든을 세 차례 방문해서 세 번 모두 대표인 Peter를 만났다. 맨 처음은 2012년 이었는데 그 때는 단체로 방문하였다. 가든 탐방을 미리 홍보하여 동행을 희망하는 분들 20여분과 오클랜드에서 버스를 타고 갔었다. 미리 기획을 하여 방문하였고 Peter가 우리에게 설명하고 나서 필자와 단독으로 면담을 했다. 그때까지 위에서 말한 해밀턴 가든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전이라서 면담 중 나는 왜 한국은 빠져 있는가를 문의했고, Peter는 한국은 포함할만한 가치가 있는 정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준비하였던 한국에서 출판된 한영판 서적 “한국전통조경”이란 책을 보여주었고, 그 중에서 소쇄원 정원에 있는 정자를 보고 Peter는 한국의 정자가 중국의 그것과 다른 점이 있음을 간파하고 한국의 정자를 추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을 나는 당연히 중국 가든 또는 일본 가든 가까이에 둘 것을 기대했지만 Peter 주장은 인도의 마하야나(Mahayana) 가든 전파로 보았고 그 안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당시 나의 이해로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이 내용을 공개하기가 좀 꺼려졌다. Peter의 주장을 뒤엎고 싶었고, 한국의 조경학자들과 상의도 하고, 한국과 세계조경학자들을 초청하여 학회를 개최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여러 이유로 시기에 맞추어 진행하지 못하고 시간만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2017년에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다시 찾아갔다. 그때도 Peter의 답은 동일하였고 난 그 동일함에 놀랐었다. 이를 공론화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정부가 참여하기를 바라며 2019년 5월에 오클랜드 영사관과 이에 대하여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영사관에서는 해밀턴 시청에 연락을 했고 시청의 답변은 당해 년의 예산에 따르면 “Hamiton Garden 추가 공사 계획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영사관의 답은 진행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의 기대를 접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인도 불교의 영향이 심대하였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면서 인도의 지류로 정자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단, 정자와 함께 한국적 정원을 만들면 되겠다고 보아 서둘러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밀턴 시의 예산이 부족하다면 우리가 스폰서를 구하여 해밀턴 시가 비용을 부담하기 보다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우리가 공사비를 지원하여 추진하자는 제의도 하려고 생각했다.
지난 4월21일 와이카토 한국문화센터(이하 K-CENTRE) 고정미 이사장과 Peter를 만났다. 하지만 금번 미팅에서 알게 된 것은 그 일대 기본적인 시설과 담장 공사를 먼저 한 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표께서 시간이 지난 만큼 이제는 기억도 희미해진 듯 지난번 말한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셨고 확실한 결론도 없이 미팅이 끝났다. 종료 후에 고정미 이사장과 협의 한 것은 우리가 조경 전문학자께 의뢰하여 설계도면을 포함한 하나의 Proposal을 준비하여 협의하는 게 좋겠고, 이를 전체 교민과 한국정부의 참여를 통하여 이루어야겠다고 결론지었다. K-CENTRE 고정미 이사장은 지난 20여년간 전혀 다른 각도로 해밀턴 가든에 코리안 가든 설치를 위해 애썼다며, 좀 더 실질적은 방법으로 코리안 가든을 설치할 것을 희망하였다. 본 글은 그러한 결론에서 나온 첫 번째 단계의 진행인 셈이다.
정원은 자연과 건축의 중간에 존재하며 우리 삶을 위한 공간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는 건축과는 달리 그 자체가 감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그 당시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원 역사에 중국 가든과 일본 가든은 있는데 한국 가든이 없다는 것은 결코 이해하기 어렵다. 이 일은 해밀턴 동포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동포 그리고 세계역사관이므로 한국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임 동 빈 (한국 전통 건축 철학, krnz.arc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