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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 병화
내가 네게 가까이 하지 않는 까닭은
내겐 네게 줄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네게서 멀어져가는 까닭은
내가 감내할 수 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너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 너를 잊고자 돌아서는 까닭은
말려들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에서
어지러운 나를 건져내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혼자 내가 떨어져 있는 까닭은
가진 것도 없고, 머물 곳도 없지만
한없이 둥둥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오만한 너의 인간의 자리
허영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너의 거드름을 피하여
이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
아, 이 무구 무한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