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죠아’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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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죠아’의 계절에

0 개 2,867 오소영
머리 다듬기를 관심마져 져버린듯 ‘미용실’ 가기까지 꽤나 망서려지는 게으름. 그 과정의 시간들. 기다리는 무료함이 짜증나서 늘 모자속에 가두고 지내는 내 머리가 때로는 안쓰럽기도하다.   
 
컬이 부드러운 웨이브의 머리는 이미 기대밖으로 밀려난지 오래지만 곱슬곱슬한 머리로라도 단정치못한 불만이 없는것도 아니기에 참아내다못해 ‘미용실’에 가는게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어쨌든 대단한 용단으로 ‘미용실’에 나드리를 간 어느 날이었다.   
 
‘암모니아’ 냄새부터 역겨운 퍼머 약을 뒤집어쓰고 그 지루함을 견뎌내야하는 즈음. “피죠아 좀 드릴까요?” 미용사님의 상냥한 말에 퍼뜩 정신이났다. (아! 피죠아. 지금이 그런 계절이었던가 세월 가는것도 모르고 살았네) 너무 놀랍고 반가워서 “좋~지요” 라는 대답이 절로 나왔다. 갑자기 입안에 군침이 도는데 탐스럽게 큼직한 것들로 그릇에 수북히 담겨져 나온 ‘피죠아’. 어림잡아 열 대여섯개는 됨직한데 과도와 스푼을 곁드려 내 입맛을 유혹하고 있었다. 덤벼들듯 하나를 집어 사정없이 칼을 넣어 절반을 가르니 코끝을 자극하는 고혹적인 향이 약간의 시장끼마저 도는 속을 마구 휘저어 놓는다. 또렷하게 다섯개의 아름다운 꽃문양으로 유리알같은 투명체. 무자비하게 티스푼을 꽂아 도려내어 입 안으로 밀어넣었을 때. 으음~~ 그 황홀하게 퍼지는 느낌때문인지 잠시 머리가 띵해졌다. 고이 간직한 아가씨의 청순한 체취랄까. 겉으로는 전혀 내색도 않던 달콤하고 독특한 향이 한없이 무디어진 내 후각에 변함없이 전달이 되었다. 부드럽게 입안을 적셔주는 육질 또한 먹는데 부담이 없어 일곱갠가 여덟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남의 것을 염치나 체면은 그 진한 향 속으로 잠시 숨겨 두었을까! 그 날은 그렇게 게으름을 일깨운 도전의 댓가로 엄청난 행복감을 보상 받았다. 머리 손질의 개운함 이상으로 입 안에 남은 ‘피죠아’ 향취가 돌아오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음은 물론이다.
 
그리 특별나지도 않고 칙칙한 색깔의 이파리를 가진 그져그런 나무. 내숭떠는 아낙처럼 언제 매달려 익었는지도 모르게 늘상 청청하기만 한 세침떼기. 어느 날 아무렇게나 땅에 떨어져 뒹구는. 다 익었다고 달리 색깔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그 열매가 ‘피죠아’가 아닌가.
  
처음 이 나라에 와서 첫 만남의 ‘피죠아’는 많이 낯선 열매일뿐. 생긴 모양새부터 그 배릿하게 묘한 향이 비위에 거슬려 개운치가 않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꽃내음 같은 독특하고 기분좋게 달콤한 맛에 반해 이젠 ‘피죠아’ 계절을 기다리며 산다. 반짝 한 철만 먹고 지나가는 그 것은 주로 집안 뜰 안에서 주운것을 나눠먹는 재미가 보태져 더 맛이 있는 걸까? 어디 ‘피죠아’ 농장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으니...
 
해마다 이맘때. ‘피죠아’를 먹을때면 버릇처럼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친언니보다 더 살뜰히 가깝게 챙기고 보듬는 동생같은 친구 H가 금년에는 많이 생각난다. 착각하고 나이 먹는것에 무관심으로 늘 젊게만 버티던 그도 이젠 어쩔수 없는지. 요지음 음식맛 잃어 맛있는게 없다고 그녀답지 않은 엄살이 대단하다. 그런 그에게 이 상큼한 ‘피죠아’를 맛 보인다면 나처럼 새 정신이 날텐데...    
 
이른 한파가 밀어닥친 11월의 어느 날. 준비안된 첫 추위에 웅크리고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에게 손님으로 응석을 부렸다. “이렇게 추울땐 온양 온천에라도 가야 하는게 아냐?” 농담처럼 가볍게 던진 내 말에 그의 대답은 너무도 명쾌했다. 그 곳은 이제 옛날 정취와는 너무도 멀어져 갈 곳이 못된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며칠뒤 “일본 갑시다” 하면서 ‘북해도 온천투어 티켓’을 내미는게 아닌가. 그는 그때 ‘대상포진’에 걸려 통원치료를 하면서 완치도 안된 상태였는데 나를 위하여 기꺼이 고생을 참겠다고 하면서... 그는 내게 그런 친구였다. 그리 많이 가진 사람도 아니면서 오직 내게 쓰는 마음만은 항상 부자이기를 자청하는 그에게 마냥 기쁘고 고맙지만 내가 해 준건 별로 없기에 늘 빚을 지고 살아 간다.
  
누구에게나 친구들은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속 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그리 흔치않을 것이다. 우리는 30년지기. 엄마 따라다니던 그의 여섯살 막내딸이 이제 시집가서 그만한 아이가 둘이다. 우린 그 많은 세월을 한결같이 속내를 털어내며 정들어온 사이가 아닌가. 고국 나드리를 갈 때면 그가 동기간보다 더 반기고 서두른다. 지금까지의 인생길에 그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크게 자랑거리로. 지금 나는 넉넉한 부자이고 싶다.

“친구야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살아줘야 돼. 나는 당신이 있어 이 멀리 떨어져 살아도 외롭지 않거든”

이렇게 ‘피죠아’가 맛있는 계절에 안타깝게 그를 생각하는. 마음만이라도 전해진다면. 그가 어느 날 산뜻하게 입맛이 살아나질 않을까? 엉뚱하게 아이같은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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