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새 우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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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새 우 깡

0 개 3,151 코리아타임즈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맞추느라 애를 쓴다.
  조금 늦은 점심때, 출출해진 속에 달작지근하게 입맛 땡기는 새우의 유혹으로 기대감이 부푼다. 그는 일 때문에 자주 다니는 길목이어서 가끔씩 들린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쉽게 맘먹고 와 볼 수가 없질 않은가.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하게 나뉘어진 마치 시골 논 못자리같은 양식장이 꽤 넓게 자리한 가운데 커다란 건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바다 냄새와 다른 특유하게 비릿한 냄새가 후각 속으로 파고든다. 지열 발전소가 멀지 않은 산 자락에,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물을 이용해서 양식장을 만들었다던가.
  깨끗하고 넓은 홀에는 일부러 알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운데 큼직한 난로에서 활활 타 오르는 불길이 커텐도 없이 썰렁한 실내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다. 근접한 양식장을 직접 내다 볼 수있도록 유리문으로만 만든 모양이다. 여름철엔 문밖 테이블에 앉으면 좋을 것 같은데 비취파라솔 밑에 테이블이 썰렁하게 비어있다. 더러 밖에 나가 빵을 뜯어 던져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받아 먹는 새우들의 멋진 곡예를 보기 위해서겠지. 온갖 새우의 요리가 거기에 다 있는 것 같다.
  아이들과 일행 여섯이 제각각 다른 것으로 시켜본다. 갖가지 맛을 다 보자는 생각에서…, 새우스프, 새우버거, 새우 샐러드 등 새우를 포식하는 날인가.  쫀득한 마늘빵에 겯드려서 스프가 부드럽고 맛있다. 모두가 우리 입맛에 잘 맞았지만 맨 나중에 여러 가지 것들을 함께 섞어서 버무린 우리들 자작요리(?)가 최고의 맛임에 놀랐다. “새우 야채 과일 올 소스 믹스”라 할까.
  여행은 보는 것만이 즐거운게 아니고 색다른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자리에서 금방 건져 올린 생물을 요리해 먹는다는 신선함 같은게 재미롭다. 한국 같으면 가는 곳마다 토속음식이 있어 도토리묵이며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같은 먹거리도 많아 먹는 재미가 특별한데 여기는 그런게 없질 않은가. 서해안 새우 소금구이가 한창이던 옛날 생각이 간절하다.
  화장실에 다녀온 아이들이 거기도 새우가 있다고 희안해 한다. 문 손잡이까지 새우를 깎아 만든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철저하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밖의 매장에 나오니 큼직한 어항 속에서 새우들이 놀고 있다. “새우도 까맣다.” 어린 손녀가 하는 말이다. 빨간 새우를 먹었는데 살아 있는 것은 까맣다는 말. 어떤 며느리가 시아버님이 좋아 하시는 게를 사려고 시장에 갖는데 온통 검정 게만 있을뿐 빨간게가 없어 실망해서 돌아왔다. “아버님이 잘 잡수시는 빨간게가 없어서 못 사왔는 걸요. 그건 어디서 파나요?”
“내 눈에는 온통 빨간게 뿐이던데 네 눈엔 그게 모두 검게 보이던가 보다”
  살림물정 모르는 며느리가 하도 우스워서 그렇게 말해 한바탕 웃었다는 우리 집안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아이가 알고 있어 익히면 빨개진다는 것을 저는 안다고 제법 뻐기는 말투다.
“어머 이거 새우깡 아냐!!”누군가가 놀래서 하는 말에 우루루 쫓아 가보니 우리의 그 유명한 새우깡이 진열대위에서 자랑스럽게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도 우리처럼 먼 길을 떠나와 새우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집에서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감회로웠다. 한국 식품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되니 휠씬 그 진가가 돋보였다. 새우깡이 처음 나왔을 시절에 엄청 먹어댔던 생각이 난다. 시도 때도 없이 주전부리에 맥주 안주로도 얼마나 사랑을 받았나.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자랑스럽다. 옆의 낯선 얼굴들이 들으라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한 번 더 소리쳐 본다.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하게 되나 보다. 배도 부르지만 정신적인 충만감이 더 앞서 이번 여행이 멋지게 시작됨을 마음속으로 자축했다.
  밖에 나오니 태공들이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모습이 먼 발치로 보였다. 그것도 투어 이벤트의 하나라니 짧은 시간에 얼마나 잡을런지…, 허지만 스낵과자 새우깡 하나로 코리안의 자부심을 낚은 우리의 기쁨을 어찌 따를소냐.  

[341] 모든 것의 고마움을

댓글 0 | 조회 3,034 | 200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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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아름다운 고별

댓글 0 | 조회 2,954 | 200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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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비 속의 요정들! 겨울꽃

댓글 0 | 조회 3,057 | 200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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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정서라는 양념 하나 더 김치

댓글 0 | 조회 2,932 | 200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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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핑크빛 골프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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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9988ㆍ1234

댓글 0 | 조회 2,780 | 200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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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여자”를 잃어가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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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천사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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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잘못된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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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캔노인과 인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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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섣달 그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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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청계천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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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Oh, my God! 雪花 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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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890 | 2005.12.23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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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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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그 비취에 가면.....

댓글 0 | 조회 2,763 | 2005.11.11
처음에 그 곳을 찾았을 땐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것 말고 달리 갈만한 그럴 듯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제는 정이 들대로 들어서 헤어질 수 없는 친구처… 더보기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875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795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3,039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805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현재 [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3,152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692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3,013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