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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6/2011. 12:38 NZ코리아포스트 (202.♡.222.53)
풍경소리
뉴질랜드의 날씨는 이제 춥고 습도 많은 우기 철에 접어들었다.
아침저녁으로는 벽난로를 피우고 낮에는 옷들을 하나씩 더 입어야 하는 계절이다. 외출 보다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나날이다.
교민 사회는 새로운 관계기관장과 유관 단체장들이 새로 선출되고 임명되어 희망과 기대를 주고 있다. 새 인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그 분들의 역량으로 이어져서 교민 사회를 부흥하게 하고 좋은 결과를 도출 할 수 있게 참여하고 협조하는 모습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왕위 수업을 위해 많은 일과 행사를 해 나가는 중에 함경도 안변 석왕사에 응진전을 신축하고 오백나한을 봉안하는 과정이 있다. 함경도 길주 광적사가 병화로 소실되어 일부 남아 있는 대장경과 오백 나한을 석왕사로 모셔 올 때 길주에서 원산포까지는 배로 운반하였으나 원산에서 석왕사까지는 이성계가 직접 한 분씩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업어서 옮겨 모시었다. 오백이나 되는 나한상을 수주일 동안 끝까지 한 분씩 잘 옮겨 모시어 498분을 모시고 마지막 두 분이 남게 되자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귀찮은 생각이 들어 두 분의 나한상을 한꺼번에 업어서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기도를 모시고 나서 살펴보니 맨 나중에 모셔온 나한 한 분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 것 이었다. 이성계가 놀라서 사방을 두루 찾아보았으나 행방을 몰라 단념하고 있었더니 그날 밤 꿈에 없어진 나한이 나타나서 말하길 “그대가 큰 뜻을 품고 신심을 발하여 나한상을 한 분씩 업어 오다가 마지막의 나만은 따로 업어가지 않고 덧붙어 업어가니 그렇게 성의가 부족하여 되겠는가? 이런 푸대접을 받기가 싫어서 나는 묘향산 비로암에 가 있으니 그리 알아라.” 깜짝 놀라 깨어나서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그곳에 나한상 한 분이 계신다는 것을 알고 이성계가 곧 바로 그곳까지 가서 정중히 참회하고 다시 모시고 와서 오백 나한과 함께 모셨지만 이튿날 보니 다시 없어지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없어진 그 나한상의 자리에는 명패만을 대신 모시게 되었다. 나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이와 같은 연유로 해서 석왕사의 오백 나한이 봉안 된 응진전에는 한 분의 나한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성계는 이와 같이 오백 나한을 모시고 3년에 걸쳐 오백성재를 정성껏 올리며 장차 왕위에 오를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지도자나 단체장들은 자신을 낮추고 끝까지 정성을 다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초반 열정과 추진력 만 가지고는 성공 할 수 없다. 어떤 상대적 조건이 조금 불합리 하더라도 큰 틀에서 수용하고 한결같은 변함없는 마음으로 봉사해야 한다.
단체장만이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이나 가계들도 손님들에게 좋은 제품으로 일관된 이미지를 각인 시켜야 한다. 노동자 근무자들도 성실 할 때 자신의 자리가 보장되고 이직에 대한 불안을 갖지 않을 것이다.
성심과 진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모처럼 얻은 좋은 인재도 자신을 떠날 것이다. 부부로 살다가 신뢰를 잃고 나한상처럼 이혼하고 떠나는 커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그 보다 약한 만남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실직이나 실패, 퇴출, 이별이라는 아픔과 상처를 늘 안고 사는 문제가 된다. 학생들의 학업도 공무원들도 회사원들도 운동도 항상 끝 부분 마무리가 중요하다. 정부도 정권 말기를 잘 갈무리해야 퇴임 후 업적이 빛난다.
비오고 추운 우기철 혼자 있을 때나 함께 모일 때 이성계와 오백 나한을 생각하며 성공 예감 지수를 높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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