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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7/2011. 10:37 NZ코리아포스트 (202.♡.222.53)
풍경소리
당 나라 백낙천은 시인이자 정치가이다. 그는 학문과 경륜이 뛰어나고 관직도 승승장구하여 높은 벼슬에 이르렀다. 또한 자신의 우월감과 엘리트 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가 시험해 보는 학자이다.
그가 항주 자사로 부임하면서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력이 높은 도림(道林) 선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내가 한번 시험 해 보리라”라는 마음으로 선사가 머물고 있는 절을 향해 수행원을 거느리고 찾아갔다. 도림선사는 맑은 날이면 경내에 있는 높은 노송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는데 마침 백낙천이 선사를 찾아간 날도 나무 위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선사의 좌선하는 모습을 본 백낙천은 아슬아슬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하기를 “선사의 자리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하니 나무 위의 선사가 아래로 보면서 말씀하시기를 “자네가 더 위험 하네”라고 하니 백낙천은 다시 “나는 관직이 이미 자사에 올라 강산을 다스리고 또 이렇게 안전하게 두 발로 땅을 밟고 있는데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씀이요?”
백낙천은 높은 나무 위의 선사가 위험하면 더 위험하지 왜 나보고 더 위험 하다고 하느냐고 질문을 하니 선사가 다시 “아침 이슬 같은 자리와 짧은 학문과 경륜으로 자신의 앞만 보고 교만한 마음과 탐욕의 불길이 끝이 없으니 오늘은 자리를 보존 한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백낙천은 듣고 보니 그 말씀이 옳고 사람의 마음을 환히 꿰뚫어 보는 마음과 자기가 자사라는 신분을 선사가 알면서도 조금도 기 죽지 않고 당당하게 문답하는 도림선사에게 마음을 낮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법문을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라고 했다. 처음 선사를 시험하고자 했던 불손한 태도를 바꾸어 공손한 자세로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도림선사는 다음과 같이 가르침을 전하였다.
제악막작(諸惡莫作)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선봉행(衆善奉行) 선한 일을 성실히 행하라
자정기의(自淨其意)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면
시제불교(是諸佛敎) 이것이 부다의 가르침이니라.
높은 가르침을 기대 했던 백낙천은 이 같은 대답에 실망하여 “그런 가르침은 어린 아이라도 다 아는 것 아닙니까?” 백낙천이 별로라고 하자 선사는 “알기야 어린 아이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고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이 말을 들은 백낙천은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여 인격화 사회화 하지 않으면 교만과 번뇌만 더할 뿐 정치, 경제, 생활과 진리의 길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함을 깨달았다. 당대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백낙천은 그 뒤로 도림선사에게 하심하고 귀의하여 가르침을 받고 스승으로 삼고 존경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가 안정되고 비즈니스가 이익을 낼 때쯤이면 교만과 허영과 게으름으로 남을 무시하고 사치와 낭비로 자신의 자리를 불안하게 한다.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고 많은 인연들이 모여 잘 되고 성공해 가는 연기적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공과 안정은 자신의 혼자 힘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봉사가 뒷바침 되어서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사회적 나눔과 공헌을 위한 사랑과 자비가 없다면 그 영광은 오래 오래 보존하기 어려워진다. 자신의 이상을 탐욕과 유혹에 추락시키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 가는 과정을 존중하는 사람이 가정과 사회의 빛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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