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달리는 차로 인생 시작하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잘 못 달리는 차로 인생 시작하기

0 개 3,495 코리아포스트
어느덧 한국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서구 사회에서 운전 면허증의 의미는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나만의 차를 몰 수 있는 나이, 즉 내가 나만의 인생을 달려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다시 말해서 완전히 독립된 인격을 갖춘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 차인 것이고 내 인생인 것이다. 심지어 낳아 주고 지금까지 키워 준 부모들이라 할 지라도 내 차로 내 인생을 달려가는 순간에 있어서는 더 이상 도와줄 수도 관여할 수 없다는 법적, 사회적 경계선이 그어지는 순간이 된다.

그러면 내 인생을 달려가는 내 차는 누구의 힘으로 마련해야 하는가? 당연히 내 힘으로 마련해야 되는 것이다. 내 인생, 내 차니까. 미국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청소년들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실이다.

전에 알았던 C라는 키위 남자 대학생이 있었다.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던 C는 학생 수당으로는 모자라는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주말이면 카페에서 접시도 닦고 청소도 하고 커피도 만들면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생활비는 자신이 벌었다. 어느 날 만난 C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드디어 자신의 차를 마련했다고 자랑했다. 적어도 15년은 넘었을 것 같이 보이는 낡고 조그만 차였다. 팔려던 친구가 1200달러를 원했는데 950달러를 주고 샀다고 했다. C는 원래 스웨덴에서 태어나 자라다 구 소련에서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의 분진이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날아오자 어릴 때 부모님들 손에 이끌려 환경 좋은 뉴질랜드로 이민 온 1.5세대 키위였다. C의 아버지는 뉴질랜드에 있는 꽤 큰 제조회사의 사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살 C는 당연히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독립했으니까.

꽤 많은 한국 이민 가정의 자녀들도 '키위들처럼' 부모들로부터 독립해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단, 다운타운에 있는 아파트에서 사는 비용과 자동차 구입비와 각종 보험료와 휘발유 값은 부모들이 지불해 주는 조건으로. 이것은 전혀 '키위들 같은 독립'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첫 차 구입 때문에 부모들과 씨름을 한다. 스웨덴 출신 키위 C처럼 자기가 번 돈으로 인생의 첫 차를 구입하게 완전히 독립시키지는 못하는 것이, 비행기로 12시간 걸리는 남반구 뉴질랜드까지 이민 왔어도 한국 출신 부모들이 버릴 수 없는 '한국식 자식 사랑'이라 할 지라도, 자식의 첫차 구입에 있어서는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자녀의 첫 차를 어떤 차로 사주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의 능력과 의향에 따르는 것이 당연한 얘기겠지만.

Life is by no means always in as big a hurry to give us things as we are to receive them. (인생은 결코 우리가 받고 싶어하는 것만큼 서둘러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려 하지 않는다.) We may imagine that the moment we leave school the world will step aside and make way for us.(우리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세상이 우리를 위해 비켜서며 길을 내줄 것 같다고 상상할지도 모른다.) Usually it does not. We have to learn to labour and to wait. (그러나 대부분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애써 일하고 기다리는 것을 배워야 한다.)

아이가 자라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마련한 첫 차가 잘 달리는 좋은 승용차이면 당연히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부모가 마련해 주는 첫 차라면 '잘 못 달리는 차'가 좋지 않을까? 그 다음 좀 더 잘 달리는 차를 원하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번 돈으로 좀 더 좋은 차를, 좀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차로 옮겨 타면서 느끼는 기쁨이야말로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값진 기쁨 중의 하나가 아닐까? 부모의 능력이 된다고 해서 젊은 날 좋은 차를 턱턱 사주면 그 자녀는 무슨 성취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할 것인가? 젊은 날 느낄 수 있는 힘든 노력 끝에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삶의 희열을 애초부터 부모의 굴절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빼앗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내 나이가 되어서도 좋은 옷, 좋은 차를 사게 되면 자랑하고 싶은 것이 평범한 나 같은 사람들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인데, 젊은 날 자신의 노력도 없이 과도한 차를 갖고 인생길을 떠나면 과연 그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위한 만큼이라도 겸허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까?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재 잘 못 달리는 차로 인생 시작하기

댓글 0 | 조회 3,496 | 2009.06.24
어느덧 한국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서구 사회에서 운전 면허증의 의미는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나만의 차를 몰 수 있는 나이… 더보기

인종차별주의(Racism)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093 | 2009.06.09
사람들은 흔히 'difference(다름)'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 듯 보인다. 내가 속해 있는 모임에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 더보기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

댓글 0 | 조회 3,075 | 2009.05.26
아무래도 나도 그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그가 오늘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딛고 정상에 오른 이들은 아름답다. 사람들은… 더보기

영미 문학 산책(VII) - The Great Gatsby(위대한 개츠비)

댓글 0 | 조회 3,895 | 2009.05.13
뉴질랜드의 학교에서는 대부분 Shakespeare로 대표되는 영국문학을 공부한다. 그러나 요즈음 국제 수학 능력 시험인 IB 시험 제도를 채택하는 학교들이 늘어 … 더보기

영원한 마이너 리거의 노래

댓글 0 | 조회 3,440 | 2009.04.29
이미 한국에서는 '패자 부활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한 번 마이너 리거가 되면 영원한 마이너 리거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게임의 법칙… 더보기

영어 공부를 위한 한국어 죽이기(?)

댓글 0 | 조회 3,694 | 2009.04.15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를 발달시켜 나간다. 우리의 뇌 속에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교육을 통해, 독서를 통해, 즉, 언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다. 물… 더보기

기도는 두 손 모아 한다

댓글 0 | 조회 3,484 | 2009.03.24
What do Leonardo da Vinci, Paul McCartney, and Napoleon have in common?(레오나르도 다 빈치, 폴 맥카트니… 더보기

뉴질랜드 학교 영어 정복하기(I)-Poetry

댓글 0 | 조회 3,878 | 2009.03.10
처음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을 때 교육에 관련된 두 가 지 사실에 놀랐다. 첫 번째는 뉴질랜드에는 교과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교육이 획일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더보기

갈매기 조나단과 김수환 추기경

댓글 1 | 조회 3,884 | 2009.02.25
먼지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은빛 조각들이 날아 오르고 있었다. 바다 저편 한 가운데에서 터져 오르는 은빛 향연은 낚시대를 바라보던 아내와 나의 시선을 동시에 잡… 더보기

왜 뉴질랜드 영어 공부에서 정독(intensive reading)이 필요한가

댓글 0 | 조회 3,898 | 2009.02.11
한국 학생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아마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에세이일 것이다. 영어로 '읽기'와 '쓰기' 능력이 상… 더보기

제 8요일, 지상의 방 한 칸

댓글 0 | 조회 4,253 | 2009.01.29
어떤 이에게 벽(wall)은 세상과 나를 차단시켜주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a barrier between two areas)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 더보기

영미 문학산책 - George Orwell의 Animal Farm

댓글 0 | 조회 3,597 | 2009.01.16
George Orwell(조지 오웰)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다. 그의 저서로는 'Animal Farm'과 '1984년' 그리고 '카탈로니아 찬가' 등이 우리들… 더보기

1 인칭, 2 인칭, 3인칭, 그 사랑의 역설법

댓글 1 | 조회 3,720 | 2008.12.23
지금 현재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초등학생은 "엄마요!"라고 말한다. 좀 자란 아이는 "남자 친구요, 여자 친구요!"라고 대답하고, 한국의 부… 더보기

긴 여름 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기

댓글 0 | 조회 3,827 | 2008.12.10
한국에서는 방학이 다가오면 어머니들은 근심 걱정을 시작한다. 자녀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나 하고 방안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는 것처럼 힘든 일이 … 더보기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오바마; 그들의 꿈

댓글 0 | 조회 4,814 | 2008.11.25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더불어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은 또 한 명의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해 냈다. 우리에게 말콤 엑스(Malcolm X)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 더보기

질투의 비극 - Othello

댓글 0 | 조회 3,577 | 2008.11.12
질투(jealousy)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다. 인간의 질투라는 감정은 때로는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릴 정도'로 파괴적이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 … 더보기

쌀 직불금 정치인과 베토벤 바이러스

댓글 0 | 조회 3,605 | 2008.10.30
You say you care about the poor, but you walk past them in the street; you hypocrite!(당신은 … 더보기

문화적 언어의 차이

댓글 0 | 조회 5,197 | 2008.10.30
뉴질랜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탁월한 영어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기에 영어권 국가에 와서 영어로 진행되… 더보기

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댓글 0 | 조회 3,815 | 2008.09.24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더보기

Shakespeare 산책 (Ⅲ) - King Lear (분별력의 비극)

댓글 0 | 조회 3,602 | 2008.09.10
예전에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던 '우직함'이란 단어가 요즈음은 흥미 없는 단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련해서 사회에서는 성공 할 수 없는 사람' 이란… 더보기

비 내리는 영문법

댓글 2 | 조회 3,866 | 2008.08.27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한국에서와는 다른 '교육 문화적 충격'을 겪게 될 때가 많다. 고 1(Form 5) 이상의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 에세이가 잘 안… 더보기

Hamlet - 지식인의 비극 - Shakespeare 산책 (Ⅱ)

댓글 0 | 조회 3,606 | 2008.08.13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은 Shakespeare의 희곡 'Hamle… 더보기

제 3의 물결 속에서

댓글 0 | 조회 3,122 | 2008.08.01
삼팔선, 사오정과 더불어,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고 하는 '이태백'도 이제는 중국 당나라 시절의 시선 '이백'(701-762) 만큼이나 옛 시절의 단어로 밀려나는가… 더보기

[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R…

댓글 0 | 조회 13,461 | 2008.07.08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영어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Vocabulary Build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늙은(old)'이란… 더보기

[383] '어린쥐'의 착각

댓글 0 | 조회 3,345 | 2008.06.25
어떤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그 일의 목표가 합당하고 올바르게 섰는지, 일의 과실보다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을지, 일의 추진 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