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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2011. 10:46 NZ코리아포스트 (202.♡.85.222)
풍경소리
왕이 아침에 궁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거지를 만나게 되었다.
왕이 거지에게 물었다.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내 소원을 다 들어 줄 것처럼 말씀하시네 그려.” 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어허, 다 들어 주고말고. 그게 뭔가? 어서 말해 보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그러슈.” 왕이 재차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 주지, 내가 바로 왕이란 말일세, 왕인 내가 들어 주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 그래요, 아주 간단합니다, 이 동냥 그릇이 보이시죠? 여기다 뭘 좀 채워 주시면 됩니다.” “그야 어렵지 않지.” 왕은 선뜻 대답하고 신하에게 명령했다. “이 동냥 그릇에 돈을 가득 담아줘라.” 신하가 재빨리 돈을 한줌 가져와 동냥 그릇에 담았다. 그런데 그릇에 담은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신하가 다시 돈을 가져와 그릇에 담았지만 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돈을 갖다 부어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즉각 비워지는 것이다. 그러자 왕궁에서는 난리가 일어났다. 그 소문이 동네에 펴지면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왔고 왕의 위신은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마침내 왕이 말했다. “내 재산을 모두 잃어도 좋다. 난 각오가 되어 있다. 저 거지에게 절대 승복 할 수 없다.”급기야는 갖가지 보석이 날라졌고 왕궁의 보물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거였다. 그 그릇에 들어가기만 하면 뭐든지 즉각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윽고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왕이 체면이 서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조용히 나서더니 거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졌소이다. 당신이 이겼소. 당신은 내가 가져 보지 못한 다른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내 힘으로는 당신의 그릇을 채워 드리지 못하겠소. 딱 한 가지만 묻겠는데 떠나기 전에 말해 주시오. 이 동냥 그릇은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요?”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거 말이요? 이게 뭐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모르겠소? 그건 사람의 마음이요. 별것 아니라니까, 그저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거란 말이요!”
억만 개의 동냥 그릇이 허공에 도사리고 있다. 욕망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과정이 눈물겹다. 유혹을 넘기고 자신을 지키는 현실은 더더욱 냉혹하고 힘들다.
고급 관료들은 후원금과 금전에 약해서 청탁을 들어 주며 대가를 받다가 발각되어 끝없이 추락하여 재기 불능 상태에 이른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려고 불량제품을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어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도 하고 당국에 적발되어 문을 닫기도 한다. 부동산 재벌은 무리한 투자와 방만한 경영으로 빌딩을 늘려가지 못하고 부도를 만나 지하로 은둔해 버린다. 정치권력도 영원하지 못해 아침 이슬과 같다.
명예에 대한 욕망도 끝이 없다. 존경과 예우에 대한 바램도 한이 없다. 소유에 대한 갈망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나라고 하는 내가 있는 한 끝이 없다. 나의 관념이 존재 하는 동안 나에게 사로잡힌 자아는 나를 무한하게 확장 시킨다. 끝없이 외부로 평창 시킨다. 그래서 끝임 없이 마찰을 일으키며 충돌하고 요구한다. 대상을 향해 작용하는 자아의식을 초연히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있어야 한다. 그 지혜의 눈이 없으면 매사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 제어가 되지 않는다.
자아의식을 자각하기 이전의 나, 자기를 잊고 무(無)가 된 자아! 자기가 제로가 된 자아, 그 자아는 아(我)도 없고 천지도 없는 무! 삼라만상이 자기가 되는 자리!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포용 할 수 있는 절대의 자리에 도달하면 차별 없는 큰마음을 만나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마음은 사랑으로 돌아와서 나누고 베풀면서 그 그릇은 만족해진다.
만약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그 사람의 소유물을 늘리지 말고, 욕망의 양을 줄여야 한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야망에서 사랑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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