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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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0 개 3,508 NZ코리아포스트
오랜 세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힘든 일은 교육현장에서 봉구를 만났을 때이다. 솔직히 말해서 엄마 아빠가 모두 두뇌가 명석하고 좋은 직업을 갖고 있는 집안의 아이들은 대부분 유전적으로 학문하기에 좋은 상태로 태어나게 마련이다. 강남, 분당 지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 만난 많은 학생들이 그랬다. 기본적으로 I.Q.가 140~150을 훨씬 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저학년 때까지 공부를 게을리 하다가도 중학교 2학년 혹은 3학년 때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기를 시작해서 원하는 대학에 뚝딱 들어가는 경우가 흔했다. 이 때 훌륭한 선생님의 역할은 아주 보람되고 빛나는 역할이다. 이런 학생들 중 간혹 성장하는 동안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 학생들은 한 번 무엇인가 이루어 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쉽게 그것을 해 낼 수 있는 기본 능력을 부여 받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어떤 학생들은 남들이 한 시간 공부할 때 두 세 시간을 공부해도 한 시간 공부한 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들다. 머리 좋은 학생들에 비해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만일 그 학생이 보다 나은 학교 성적을 원한다면 다른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학생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잘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 손가락을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부모님들의 말씀처럼 이런 학생들 때문에 마음 졸이고 가슴 아파한 세월이 나의 이력 속에 담겨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한 번쯤은 깊은 좌절에 빠진다. 어떤 학생들은 이런 깊은 좌절에 빠지기도 전에 공부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학생들은 중간쯤 가다가 드디어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마음 아픈 순간들이다. 그러나 가슴을 후벼 파듯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학생들이 '공부의 신'에 나오는 '오 봉구'들이다. 그들에게는 뚝심이라고 불리는 인내심이 있다. 친구를 도와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오 봉구가 핑계를 대고 혼자 집으로 가서 몰래 공부했듯이, 그들도 다른 친구들과 보내야 할 시간도 희생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해 보겠다는 의지와 소망으로 시작했지만, 친구들은 6개월, 1년안에 상위권으로 올라가는데, 그렇지 못한 오 봉구들은 시간이 지나갈 수록 더 많은 좌절의 눈물을 흘린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안돼요. 할 수 있다고 거짓말 치지 마세요." 봉구는 절규한다. 그리고 공부의 신의 주인공 강 변호사는 자신에게 소망을 심어 주셨던 선생님께 마음 속으로 질문한다. "다른 꽃들은 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피지 못하는 꽃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은 대답 하신다. "피지 않는 꽃에게 '너는 참 이쁘구나' 하고 기다리면 꽃을 피게 된단다." 그리고 강 변호사는 봉구에게 말한다. "목표물은 안보이지만 한 발짝만 나가면 주울 수 있다. 안보이지만 거의 다 왔다. 그래서 두려운 거다. 목표물이, 그것이 눈에 안 보인다고 그렇게 못 믿어?"--- 그리고 한참 후 봉구는 생각한다. '이대로 포기하기엔 아까워. 왜냐하면 난, 난, 열심히 했으니까.'

TV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위의 말들 속에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과 학생의 배움의 과정이 들어있다. 학생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과 당연히 그 사랑 뒤에 따라야 하는 인내심,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으로 봉구는 새 힘을 찾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열심히 공부해 왔던 세월'이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심히' 무엇인가를 해 보았던 봉구는, 드라마의 내용과는 다르게 그가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할 지라도, 잠시의 좌절의 시기를 거치고 나면 '열심히 공부해 왔던 세월'이 그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인 자신감을 얻었기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학부모님들의 자녀 교육 열정은 전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그들 중 많은 수의 부모님들이 봉구보다 조금 낫거나 조금 못한 자녀들에게 좋은 성적을 내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많은 자녀들이 멍든 가슴을 안고 목표 없는 길을 달음박질 한다. 그러나 한 두번 실패를 맛보아 가면서 그들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열등감'의 희생자가 되어간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잠재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이 열등감이 그들의 인생의 긴 여정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인생의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는 자녀들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준다면 우리의 봉구들은 언젠가 우리가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그 순간에, 나름 대로의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영어 속담에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느리지만 꾸준한 것이 경기에서 이긴다.)'라는 말이 있다. 꾀 많은 토끼를 이긴 느린 거북이의 성실함을 가르친다면, 느릿느릿 걸어가는 황소처럼 절대로 뒤로 물러남 없이 앞으로만 전진하여 마침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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