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3,382
14/07/2010. 15:40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재미있는 영어칼럼
요즈음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나쁜지 판단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갈수록 정보는 넘쳐나고 얻기도 쉬워지고 있는데 어느 것이 바르고 좋은 정보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 넘쳐나는 정보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도 내리기 힘들 때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옳은 길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직접 답을 가르쳐주어서 당장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때로는 눈물을 흘려야 하는 고된 훈련이 될지라도, 기본적인 실력을 길러주고 에세이 쓰는 방법을 차근차근 훈련시켜, 결국에는 스스로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북이 걸음의 교육 방법이 옳은 것인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나비가 누에고치에서 나올 때 그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고 답답하다고 비집고 나오는 부분을 살짝 잘라주면 쉽게 뚫고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 나비는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대부분 영어를 제2 언어(the second language)로 사용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한국 학생들이 마주치는 어려움은 특히 영어과목에서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수업 시간에 강조하여 가르쳐도 처음에는 실제로 글을 쓸 때는 그 동안 배운 내용이 글 쓰기와는 전혀 상관 관계가 없다는 듯이, 수 많은 실수들을 만들어 낸다. 특히 한국 학생들이 영어로 쓰는 에세이에서 가장 많이 틀리고 어려워하는 부분이 시제(tense)와 전치사(preposition), 관사(article) 그리고 일치(agreement) 부분들이다.
한국어에서는 영어에서만큼 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열 두 가지나 되는 영어의 시제에 익숙하기 어렵다. 영어로 의사소통은 문제없이 할 수 있는 사람도 쓰기에 들어가면 시제에서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또한 영어로 에세이를 쓰는 많은 한국 학생들을 혼동 속으로 빠뜨리는 것이 바로 관사들이다. 언제 ‘부정관사 a’를 써야 하는지, ‘정관사 the’는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한 번 혼동되기 시작하면 길을 찾지 못한다. 수 많은 사용법들을 암기 시켰어도, 실제로 정해진 시간 안에 에세이를 쓰게 하면 관사의 사용 문제에서 많은 실수들이 나온다. 같은 현재 시제의 be동사라도 복수형 주어와 단수형주어에는 각각 are와 is를 쓰고, 일반동사 뒤에도 s를 붙이지 않기도 하고 붙이기도 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것도 정작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 한 두 개씩 실수를 만드는 일이 흔하다. 필자는 시제(tense)와 전치사(preposition), 관사(article), 주어(subject) 동사(verb)의 일치 문제는 실제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 요소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더 큰 문제를 가져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native speakers도 마찬가지 이지만 특히 한국 학생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암기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자꾸 써 보는 방법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문제는 많이 써보는 이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되면 쓰기 연습을 손에서 내려 놓는다는 데 있다. 고 학년에 올라가면서 과학, 수학도 긴 문장의 답을 쓰게 되고, 사회(Social)나 역사(History)과목에서도 에세이를 쓰기 때문에 이 정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면 자신의 쓰기 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어 이외의 과목들에서는 선생님들 대부분이 학생이 쓴 에세이에서 문법이나 어법의 결함을 탓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문장에 어법상 잘못된 부분이 많아도 내용이 좋으면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어 과목에서는 문장에 어법상 잘못된 부분이 3개 이상 넘어가면 최고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꾸준히 배우고, 그 배운 것을 써보는 연습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수학, 과학은 반에서 최고래요. 그런데 영어가 점수가 안 나와요.”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일전에 TOEFL 준비를 하다가 뉴질랜드에 잠깐 들른 한 한국 학생에게서 들은 말은 필자에게 또 한 번 깊은 생각을 해보게 했다. 그 학생의 말에 의하면 학생들이 ETS에서 발표한 에세이 topics 180개에 대한 모범 에세이들을 거의 암기하다시피 하고 시험에 응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speaking test 에서도 시중에 나와 있는 준비된 답들을 대충 다 암기하고 시험에 응한다고 한다.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것이 암기력이기는 하지만 지식을 ‘암기’ 하는 이유는 내가 암기해 내 것으로 만든 지식들을 재조합 해보고 여기서 나아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자료의 축적이 목적이다. 설사 남이 대신 써준 에세이를 제출하거나 답안을 미리 외워서 원하는 점수를 얻어 대학에 진학했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들은 미국이나 뉴질랜드 대학을 거의 졸업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오고 있다.
나는 지금 어느 길을 선택해 나아갈 것인가? 우리는 천국을 향해 가는 인생의 항로에서 ‘좁을 길로 갈까, 넓은 길로 갈까?’ 선택해야 하듯이 영어를 공부하는 길에 있어서도 ‘쉬운 길을 갈까, 아니면 지금은 고되지만 올바른 길을 지금 선택해서 홀로 서기에 성공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다. 오늘의 선택이 미래의 인생을 결정해 주기 때문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